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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매경포럼 김명수

[매경데스크] 不信의 비용

  • 김명수 
  • 입력 : 2016.12.18 17:48:37   수정 :2016.12.18 23: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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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한국 증시에 `박스피`라는 유령이 맴돌고 있다. 한국 대표 주가지수인 코스피가 박스권에 갇힌 채 상승하지 못하는 국면이 지속되는 현상이다.

최근 6년째 이어지는 박스피 때문에 주식 투자에 나섰다가 손실을 본 개인투자자들은 추운 연말을 보낼 형편이다. 주가연계증권(ELS)이나 상장지수펀드(ETF) 같은 주가나 지수와 연동된 신종 투자상품의 등장에 따라 주가가 박스권에 갇혀 있기도 하다.
하지만 근본 원인은 회계 투명성과 인연이 깊다. 스위스 경영개발연구원(IMD)에 따르면 한국의 회계 투명성은 전 세계 61개국 가운데 꼴찌로 조사됐을 정도다. 그만큼 기업에 대한 불신이 크고 투자자들은 쉽게 투자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 분식회계 사태가 대표적이다. 분식회계를 차단하기 위해 기업들이 자유롭게 회계법인을 선임하는 게 아니라 자유선임제를 일정 기간 거친 후 제3자가 지정하는 제도 도입을 논의할 정도다.

기관투자가들의 의결권 행사 지침(스튜어드십 코드) 도입도 같은 맥락이다. 기관투자가들이 주주총회 때 단순 거수기 노릇을 하는 게 아니라 주주로서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해 기업의 투명성을 높이고 주주가치를 키우자는 취지다.

기업들은 외부감사인 지정제나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에 민감하다. 기업 비용을 늘리고 경영 간섭을 초래해 기업의 자율성을 침해할 것이란 점에서다. 애초 신뢰를 쌓았다면 지불하지 않아도 될 비용이다. 신뢰가 사라지면서 발생한 시장의 실패를 보완하기 위한 사회적 비용이다.

한국 자본시장만 불신의 비용을 치르고 있는 게 아니다. 정치도 마찬가지다.

대통령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무너지면서 국민은 엄동설한에 매주 거리로 나가야 했다. 급기야 대통령이 탄핵 심판까지 받을 상황이다. 자신이 뽑은 대통령이 탄핵 심판을 받는 불행은 값으로 따질 수 없는 비용이다.

증시나 정치 모두 신뢰의 부재에 따른 비용을 톡톡히 치르고 있는 셈이다. 한국 사회에서 신뢰의 부재는 제대로 된 소통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기업 회계 투명성이 전 세계 꼴찌인 상황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은 국내 기업들에 마음놓고 투자할 리 만무하다. 그래서 우리 기업이 미국 뉴욕증권거래소나 나스닥에 가면 주가는 50% 이상 뛸 수도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미국 주식시장에 상장돼 현지 규제를 받게 되면 그만큼 상당한 투명성을 인정받아 투자가 늘어날 수 있다는 논리다.

기관투자가들이 기업의 투자나 배당 같은 의사 결정에 적극 참여한다면 기업과 소통하는 창구가 만들어질 수 있다. 기업들은 궁극적으론 기업가치를 높여 그 과실을 투자자들이 나눠 가진다면 주가도 오르고 기업 투자도 늘어나는 선순환이 예상된다.

그러면 한국 증시의 저평가를 말하는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사라지고 오히려 고평가받는 `코리아 프리미엄` 시대가 올 수도 있다. 코스피 3000시대도 머지않다는 얘기다.

정치권에서도 소통을 통해 국민과 신뢰를 구축한다면 오히려 위기를 기회로 만들 수도 있다. 그러나 3번에 걸친 담화에서 대통령은 신뢰를 얻어내지 못했다. 오히려 소통을 희망하지 않았다. 탄핵 논의가 한창일 때 3차 담화를 마친 직후 기자들이 요청한 질문에 답변을 거부했다. 기자들이 소통하지 못하니 국민이 직접 광화문에 나가 추위에 떨면서 청와대를 향해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는 상황이다.

요즘 시장 침체와 정치 혼란의 원인은 결국 신뢰의 부재다. 미국 정치경제학자인 프랜시스 후쿠야마(64)는 20여 년 전 그의 저서 `트러스트(Trust)`에서 "사회적 자본이 충분하다면 시장경제와 민주주의 정치는 둘 다 번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특히 건전한 자본주의 경제란 사회적 자본으로 기업이 스스로 조직화할 수 있는 경제를 말한다고 했다.

그러나 사회적 자본이 부족한 국가에서는 기업이 비효율적일 뿐만 아니라 공직자 부패와 비효율적인 행정으로 국민이 고통을 겪게 될 것이라고 예견했다.
불신은 정부의 개입을 낳고, 과다한 권력 집중과 개입은 시장과 민주주의를 억압한다는 경고도 잊지 않았다.

우리는 20년 전 한국 사회에 대한 후쿠야마의 경고를 간과한 탓에 여전히 고통받고 있다. 오히려 30여 년 전 패러다임을 적용하려다 그동안 쌓아놓은 신뢰마저 무너뜨린 꼴이다. 이제 우리 시장과 민주주의를 되살리는 길은 21세기에 맞게 소통을 통한 신뢰 축적뿐이다.

[김명수 증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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