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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매경 데스크 박정철

[매경데스크] 한국의 '수어드'는 없는가

  • 박정철 
  • 입력 : 2018.04.15 18:24:57   수정 :2018.04.15 20: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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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어드 바보짓(Seward`s Folly)`이라는 말이 있다. 1867년 미국 앤드루 존슨 대통령 시절 국무장관이던 윌리엄 수어드가 720만달러를 들여 제정 러시아로부터 눈 덮인 불모지인 알래스카를 사들이면서 유래된 말이다. 수어드가 알래스카를 매입할 때 미국 의회는 "정 얼음덩어리가 필요하면 미시시피강 얼음을 깨다가 네 안방에 채우라"고 야유를 퍼부었고, 언론들도 "멍청한 바보짓"이라고 조롱했다.

그러나 수어드는 "우리는 눈 덮인 땅이 아니라 눈 밑에 깔려 있는 보고(寶庫)를 봐야 한다.
그리고 우리가 아닌 우리 후손을 위해 그 땅을 사야 한다"고 설득해 끝내 의회 비준을 받아냈다. 이후 조사단이 탐사를 시작하자 엄청난 양의 금과 천연가스, 석유가 발견됐고 지금은 1조달러가 넘는 보물단지이자 군사 요충지로 떠올랐다. 뛰어난 혜안과 통찰력, 확고한 신념을 가진 장관 한 명이 국가의 성쇠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보여주는 사례다. 하지만 불행히도 우리에겐 수어드 같은 각료가 없다. 국정 운영의 핵심 부처이자 국민의 삶과 직결되는 교육부와 환경부는 정책 기조를 잃고 총체적 난맥에 빠진 지 오래다. 현장 경험과 전문성이 부족한 김상곤 교육부 장관과 김은경 환경부 장관이 혼선과 갈등을 부추기면서 무능, 무책임, 무소신의 `아마추어 정부`라는 지적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두 부처의 오락가락하는 `깜깜이` 정책과 현실을 무시한 탁상행정은 위험수위를 넘어섰다. 교육부는 `수능 전 과목 절대평가` `학생부전형 확대` 등 수시 확대 기조를 펴오다가 지난달 박춘란 차관이 갑자기 주요 대학에 전화를 걸어 "2020학년도 정시를 확대해달라"며 정반대 정책을 주문했다. 교육부는 "학종 쏠림이 심해졌기 때문"이라고 해명했지만, 진보 교육감 출신인 김상곤 장관이 청와대와 여론 눈치를 보느라 갈팡질팡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어디 그뿐인가. 김 장관은 2022학년도 대입제도 개편 시안을 발표한 자리에서 "수능 절대평가가 정부 기본방침이라는 것은 오해"라며 대통령 공약까지 뒤집었다. 수십만 수험생과 학부모를 한낱 입시 실험 대상으로 간주하지 않고선 나올 수 없는 발언이다.

환경부도 마찬가지다. 환경부는 작년 여름 중국이 국내 재활용 폐기물 수입 중단을 예고했는데도 손놓고 있다가 재활용 쓰레기 대란이 터지고 문재인 대통령이 질책하고 나서야, 폐기물 고형연료(SRF·Solid Refuse Fuel) 규제 완화를 통해 폐비닐을 적극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작년 9월부터 미세먼지 발생을 줄인다며 SRF 규제를 강화해 폐비닐 사용을 제한한 지 7개월 만에 다시 입장을 바꾼 것이다. 미세먼지도, 쓰레기도 해결하지 못한 땜질정책에 국민과 재활용 업계만 애꿎은 피해를 봤다.

가관인 것은 두 장관이 뚜렷한 소신과 철학도 없다 보니 정책 결정과 책임을 남에게 떠넘긴다는 점이다. 교육부가 2022학년 대입제도 개편과 관련된 민감한 쟁점들을 `공론화`를 이유로 국가교육회의로 넘긴 것이 대표적이다. 8개월을 허송한 끝에 대안을 내놓지 않고 국가교육회의의 `방패` 뒤로 숨은 교육부에, "이럴 거면 국가정책을 하나부터 열까지 매번 국민투표해서 결정하자"는 비아냥이 쏟아지는 것은 당연하다. 교육부가 유치원·어린이집의 방과 후 영어수업 금지를 내세웠다가 질타가 쏟아지자, 시행 여부를 1년 유예하면서 담당 실무국장을 희생양 삼아 좌천시킨 것도 볼썽사나운 면피 행정이다.

환경부도 예외는 아니다. 쓰레기 대란으로 국민에게 불편을 끼친 데 대해 자성을 해도 모자랄 판에, 오히려 "재활용 폐기물 처리는 지방자치단체의 고유 책무"라며 책임을 지자체에 미루고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5월 취임 후 `국민께 드리는 말씀`에서 "선거 과정에서 제가 했던 약속들을 꼼꼼하게 챙기겠다"고 다짐했다. 신명을 바쳐 일하겠다는 문 대통령의 발언에, 국민은 "외교안보는 몰라도 교육과 환경은 진보 진영이 관심을 쏟았던 분야라 더 잘할 수 있겠다"며 내심 기대를 걸었다. 하지만 국민은 안중에 없고, 책임은 떠넘기고, 비전조차 못 내놓는 두 부처를 보면서 공약이 제대로 지켜질 것이라고 믿는 국민은 거의 없다. 장 자크 루소는 `사회계약론`에서 "정부는 통치자의 이익을 시민들의 공통이익보다 앞세우려는 경향을 갖기 쉽다.
그래서 주권자인 시민이 정부를 감시하고 견제해야 한다"고 했다. 문 대통령이 잇단 헛발질로 실망만 안겨준 두 장관을 그대로 놔둔다면 성난 민심이 6월 지방선거에서 추상같은 심판을 내릴 수밖에 없다. 두 장관은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부담이 되지 않도록 스스로 거취를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제 우리나라도 소신과 능력을 갖춘 한국의 `수어드`가 나올 때가 됐다.

[박정철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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