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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매경 데스크 박정철

[매경데스크] 검찰, 제 눈의 들보부터 없애라

  • 박정철 
  • 입력 : 2018.03.04 17:26:18   수정 :2018.03.04 22: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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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역사에 이 정도 쓰레기들이 있었습니까? 쪽팔려서 검사하겠습니까? 착한 사람들 옷 벗기기 전에 이 사람들 옷부터 벗기시죠." 영화 `더 킹`에서 대한민국을 쥐락펴락하는 실세 한강식 부장검사를 잡으려는 안희연 여검사는 권력을 농단한 검사들에게 분노하며 이렇게 절규한다. 검찰 내 출세 지름길인 `줄`을 찾아 폼나게 살고 싶었던 주인공과 검사들 인생을 그린 이 영화는 검찰의 민낯을 생생하게 묘사해 호평을 받았다. 그런데 설상가상으로, 검찰이 최근 서지현 검사의 폭로로 불거진 내부 성폭력과 강원랜드 채용비리수사 외압, 최인호 변호사의 검찰 로비의혹 등 겹악재에 휩싸이면서 최대 위기에 놓였다. 사실로 확인될 경우 벼랑 끝까지 몰린 검찰에 치명타를 가할 만한 메가톤급 이슈들이다.
이 때문인지 검찰 성추행조사단(단장 조희진)은 서 검사 성추행의 장본인으로 지목된 안태근 전 검사장을 조사하고 이례적으로 법무부 검찰국을 압수수색했다. 안미현 여검사 폭로로 꾸려진 강원랜드 채용비리수사단(단장 양부남) 역시 국회 법사위원장과 전직 검찰 수뇌부의 채용 외압 여부를 규명하는 데 비지땀을 쏟고 있고, 서울고검 감찰부는 친분 있는 지청장 부탁을 받고 최 변호사에게 수사기록을 넘겨준 최 모 검사 등 2명을 수사 중이다. 세 사건의 수사선상에 오른 현직 검사가 수십여 명, 압수수색만 10여 차례에 달할 정도이니 검찰 비리로는 역대 최대 규모다.

이번 사건들은 과거 그랜저·벤츠여검사나 홍만표·진경준 전 검사장 사건처럼 검사 개인의 일탈범죄가 아니라 검찰 조직이 연루된 비리라는 점에서 문제가 심각하다. 한 전직 고검장은 "이 사건들은 검사의 윤리와 도덕 차원을 넘어 업무가 범죄로까지 이어졌다는 점에서 검찰의 수치"라며 "조직 내 쌓여온 고름이 터진 것"이라고 진단했다. 검찰총장을 정점으로 검사장-차장검사-부장검사-검사로 이어지는 수직적인 피라미드형 조직구조 때문에 간부들이 성폭력이나 부당한 수사압력을 가해도 일선검사들이 선뜻 저항하지 못하고 울분만 삼켰을 것이라는 얘기다. 한마디로 엄격한 상명하복과 `기수` 중심의 위계질서에 따른 `검사동일체` 원칙이 빚어낸 비리인 셈이다.

검사동일체 원칙은 당초 검사 업무의 공정성과 통일성을 유지하고, 검찰의 독점적인 기소권에 대한 자의적 행사를 막기 위해 만들어진 제도다. 하지만 이런 긍정적 측면에도 불구하고 시대착오적인 `패거리 문화`에 빠진 일부 검사들이 정의 추구보다는 정권과 상사의 명령에 복종하고 수사 독립성을 해치자, 법무부가 2003년 12월 검찰청법 개정을 통해 검사동일체 원칙을 일부 수정했다. `검사는 검찰사무에 관해 상사의 명령에 복종한다`는 조항(검찰청법 제7조 1항)을 `검사는 검찰사무에 관해 소속 상급자의 지휘, 감독에 따르도록 한다`로 바꾸고, `검사는 구체적 사건과 관련된 지휘·감독의 적법성, 정당성 여부에 대해 이견이 있으면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는 이의제기권(제7조 2항)을 신설한 것이다. 하지만 이런 시도에도 불구하고 검사동일체 원칙이 사라지지 않고 아직까지 유령처럼 배회하고 있다는 사실이 새삼 드러났다. 오죽하면 김웅 인천지검 공안부장이 저서 `검사내전`에서 "검사는 상급자가 저녁 술자리에서 부르면 달려오는 개가 아니다"고 일갈했을까.

검찰에 뿌리 깊이 박힌 `검사동일체` 원칙을 근절하려면 무엇보다 상명하복 문화를 쌍방향 의사소통이 가능한 수평적 문화로 바꾸고, 경직되고 권위주의적 체질도 유연하고 합리적인 체질로 개선해야 한다. 검찰이 추진하는 검사의 이의제기권 서면보장과 형사사법정보시스템(KICS)을 통한 의사결정 투명화 등만으로는 부족하다. 엄격한 신상필벌과 인재의 적재적소 배치 등 공정하고 투명한 인사가 뒷받침되지 않고선 별 실효성이 없다. 한 전직 검사장은 "검사들의 경우 자신의 미래를 좌우하는 상사에게 한번 찍히면 평생 인사 불이익을 받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에 부당한 지시도 감내할 수밖에 없다"며 "검찰도 다면평가를 도입해 검사들이 상급자를 평가한 내용을 수뇌부가 인사자료로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검찰이 이번에 자체 개혁을 못하면 외부의 압력과 여론에 떠밀려 제도개혁을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그런 수모까지 겪지 않으려면 뼈를 깎는 자세로 혁신에 나서야 한다.
문무일 검찰총장이 언급했듯이, 내부 비리가 생기면 방관하거나 은폐하지 말고 문제점을 찾아 즉각 대응할 수 있는 조직으로 변모해야 한다. 검찰이 행여 세간의 우려처럼, 구정권 적폐수사로 자신들 적폐를 덮거나 물타기를 하려 든다면 국민적 분노와 반발로 더 큰 역풍이 불 것이다. 지위고하를 막론한 엄정한 수사로 자정의지를 보여주는 것만이 검찰의 살길이다. 지금은 검찰이 남의 티끌보다 제 눈의 들보부터 없앨 때이다.

[박정철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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