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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매경 데스크 박정철

[매경데스크] 文베를린구상, 뮌헨협정 전철 밟아선 안돼

  • 박정철
  • 입력 : 2017.09.24 17:48:53   수정 :2017.09.24 20:3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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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야말로 우리 시대의 평화입니다."

2차 세계대전이 터지기 1년 전인 1938년 9월. 독일 뮌헨에서 네빌 체임벌린 영국 총리, 에두아르 달라디에 프랑스 총리, 베니토 무솔리니 이탈리아 총리, 아돌프 히틀러 독일 총통이 얼굴을 맞댔다. 히틀러는 "체코슬로바키아가 수데텐란트에 사는 독일인들을 박해한다"며 수데텐란트 할양을 요구했다. 대화와 타협을 중시하던 체임벌린은 "수데텐란트 양보만이 독일 침공을 막을 수 있다"며 합의문에 서명했다.
뮌헨협정 비극의 시작이었다. 의기양양하게 영국에 도착한 체임벌린은 군중 앞에서 `영국과 독일 간 분규는 전쟁에 의하지 않고 협상을 통해 해결한다`는 내용의 공동성명서를 흔들어 보이며 `평화시대`를 선언했다. 영국에선 평화를 위한 체임벌린의 끈기와 불굴의 노력에 찬사가 쏟아졌다.

하지만 체임벌린이 외교 유화책을 쓴 것은 또다시 전쟁에 휘말리기 싫었던 데다 대공황 여파로 군비를 축소한 상황에서 U보트 등 대대적 군비 확장을 끝낸 독일을 무력으로 제압하기 어려울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당시 윈스턴 처칠 등이 "독일에 맞서 군사력을 증강하자"고 외쳤지만 노동당과 자유당은 이들을 `전쟁광`으로 몰아세웠다. 이로 인해 영국은 히틀러가 라인지방에 이어 오스트리아, 체코를 집어삼키는 동안 아무런 제지를 못하고 지켜봐야 했다.

1차 세계대전 전승국인 영국, 프랑스의 무기력을 확인한 히틀러는 이후 6개월 만에 뮌헨협정을 파기하고 체코를 합병시켰고, 다시 6개월 뒤인 1939년 9월 1일 폴란드를 침공하면서 `황혼의 전쟁`으로 불리는 제2차 세계대전을 일으켰다.

12년 전 한반도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2005년 9월 중국 베이징 댜오위타이에서 남북과 미·중·일·러 등 북핵 6자회담 참가국 대표들이 북한의 모든 핵무기 포기와 핵확산금지조약(NPT)·국제원자력기구(IAEA) 안전조치로의 복귀 등을 담은 9·19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하지만 북한은 2006년 10월 1차 핵실험을 시작으로 지난 3일까지 총 6차례 핵실험을 단행하며 약속을 뒤집어버렸다. 지난 22일에는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사상 최고의 초강경 대응조치를 고려 중"이라며 국제사회를 협박하고 나섰다. 남한을 핵 인질 삼아 군사 충돌도 불사하겠다는 벼량 끝 전략이자 최후의 도박인 셈이다. 이런 김정은의 폭주에 남북 대화와 800만달러의 인도적 지원 등 문재인 대통령의 햇볕 구상이 먹혀들 리 없다.

역사가 입증하듯 안보와 평화는 대화와 타협의 유화책만으로 얻을 수 없다. 상대의 전면 공격에도 즉각 응징할 수 있는 강한 군사력과 완벽한 방어태세가 갖춰질 때 가능하다. 지금처럼 위기 상황에선 미·일 동맹국과 빈틈없는 공조 체제를 갖추고 선제타격, 사이버전, 전술핵 반입 등 다양한 군사옵션에 대한 적극적인 공론화가 필요하다. 실제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유엔 총회에서 "자국과 동맹 방어를 위해 필요하다면 북한을 완전히 파괴하겠다"고 경고했고, `죽음의 백조`로 불리는 B-1B 랜서 전략폭격기를 동해까지 출동시켜 무력시위를 벌였다.

반면 문 대통령은 미국 CNN과 인터뷰에서 "전술핵은 한반도 평화를 보장하지 않는다"며 선을 긋더니, 유엔 총회 연설에선 "지나치게 긴장을 격화시키거나 우발적인 군사충돌로 평화가 파괴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못박았다. 국가 안보를 책임지는 지도자가 군사 수단을 배제한 채 외교적 협상에만 매달리면 국민들 불안을 해소하기 어렵고, 북한에도 자칫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

존 J 미어샤이머는 `강대국 국제정치의 비극`에서 "핵 시대에서 강대국은 반드시 핵억지력을 보유하여 엄청난 규모의 전면적 재래식 공격은 물론 핵 공격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는 능력을 가져야 한다"며 "핵 패권국이 등장하면 재래식 군사력의 균형은 무의미하다"고 했다. 문 대통령이 지금이라도 군사옵션에 대해 국내에서 들끓는 `핵 보유` 여론을 내세워 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거나(NCND), "북한 추가 도발 때 검토하겠다"고 한다면 친북 노선을 걷는 중국과 러시아에 상당한 압박과 부담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처칠은 제2차 세계대전 회고록에서 "체임벌린은 유럽의 독재자들(히틀러·무솔리니)과의 화해 관계를 해치고 그들의 심기를 건드리는 어떤 행위도 회피하는 것이 최선의 방책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국가의 안전, 동포의 생명과 자유가 걸린 문제에서 최후의 수단을 써야 할 때가 오면 무력을 사용하는 일을 피하면 안 된다"고 일갈했다. `역대급 수소탄 시험` 운운하는 북한을 굴복시키기 위해선 모든 수단과 정책을 동원할 수밖에 없다. 김정은 눈치를 보면서 대북 정책의 돌파구를 찾으려 한다면 문 대통령의 베를린 구상은 `뮌헨협정 굴욕`의 전철을 밟을지도 모른다.

[박정철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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