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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매경 데스크 박정철

[매경데스크] 북한은 우리 시간표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 박정철
  • 입력 : 2017.07.09 18:16:09   수정 :2017.07.09 20:1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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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은 2017년까지 핵개발을 완성한다는 시간표를 정해놓고, 위험천만한 핵 질주의 마지막 직선주로에 들어섰습니다. 김정은이 있는 한 북한은 1조, 10조달러를 준다고 해도 절대로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을 것입니다."

지난해 7월 귀순한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 공사는 작년 말 기자간담회에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행보를 이렇게 점쳤다. 그의 예상대로 북한은 지난 4일 화성-14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에 성공했고, 내친김에 6차 핵실험까지 나설 태세다.
만일 북한이 연내에 핵탄두 소형화에 성공한다면 미국 본토가 핵무기를 장착한 ICBM의 사정권에 놓이게 되고, 한반도 안보지형을 뒤흔드는 게임체인저가 될 수 있다. 한미가 상정한 레드라인(정책 전환 한계선)을 넘어서는 최악의 시나리오인 셈이다. 이처럼 북한이 우리 목줄을 죄어오는 데도 정부는 `제재와 대화를 통한 평화적 해결`이라는 원론적 입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베를린에서 발표한 한반도 평화구상도 찬찬히 뜯어보면 압박보다는 대화에 방점이 놓인 듯하다. 문 대통령이 강조했듯이 "한반도에 두 번 다시 전쟁이 일어나선 안 된다"는 것은 지상과제이다. 한반도 미래와 항구적 평화체제 정착을 위해 남북 대화와 교류의 포용정책이 필요한 건 사실이다. 남북관계의 운전대를 잡고 북한 도발을 저지하겠다는 문 대통령의 노력 역시 평가할 만하다.

하지만 손뼉도 마주쳐야 소리가 나는 법이다. 20여 년간 매달려온 ICBM 발사 성공으로 한껏 들떠 있는 김정은이 문 대통령의 제안에 선뜻 핵과 미사일 도발을 중단하고 대화 테이블로 복귀할지는 의문이다. 리비아의 카다피와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이 핵 억지력을 갖지 못해 붕괴됐다고 믿는 김정은으로선 핵을 포기할 가능성이 희박하기 때문이다.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은 "김정은은 미국이 자신들을 때리지 못하고, 중국은 자신들을 버리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유엔 안보리에서도 G2가 싸우는데 김정은이 대화에 나올 이유가 없지 않은가"라고 말한다. 김정은이 결코 우리 시간표대로 움직여주지 않는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당분간은 대북 유화책 못지않게 제재와 압박을 위한 국제사회와의 공조에 주력하는 게 맞는다. 대화 제안도 좋지만, 강도 높은 군사·경제 제재로 북한을 협상의 장으로 끌어내는 `올코트 프레싱` 전략이 필요한 상황이다. 과거 대표적 사례가 1979년 12월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의 `이중결의`이다. 사민당 출신의 헬무트 슈미트 서독 총리는 1977년 소련이 동유럽에 배치했던 SS-4와 SS-5 중거리미사일을 최신형인 SS-20 중거리핵미사일로 바꿔 위협하자, 미국의 크루즈미사일과 퍼싱Ⅱ미사일을 자국에 전격 배치해 맞불을 놨다. 대신 미국과 소련에 압력을 넣어 군비통제협상을 연계하는 이중결의를 이끌어냈다. `억지력`과 `관여`의 절묘한 균형을 노린 슈미트 총리의 `한 수`는 헬무트 콜 총리 시절 독일 통일의 밑거름이 됐다. 그런 점에서 G20에서 한·미·일 정상이 "평화적 해결을 모색하되, 감내할 수 없는 경제적 제재를 가하자"며 안보협력을 공식화한 것은 다행스런 일이다.

한 발 나아가 `마이웨이` 북한 정권에 맞서려면 이제 우리도 자위권 확보와 `공포의 균형` 차원에서 핵무장 공론화를 진지하게 모색할 때가 됐다. 북한이 ICBM을 완성하면 미국의 확장억제 능력도 소용이 없는 만큼 북한이 비핵화할 때까지 전술핵 재배치를 포함해 조건부로 독자적 핵무기를 보유하는 것이다.
당초 평화적 목적의 원자력에너지 개발이 목표였던 이스라엘이 핵무기 개발에 나선 것은 주변 아랍국 중 가장 적대적인 이집트가 1950년대 중반 소련과 핵연구소 건설에 합의한 것을 보고 제2의 홀로코스트가 초래될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었다.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의 회고록 `빙하는 움직인다`에 따르면 노무현 전 대통령도 2006년 10월 북한 외무성이 제1차 핵실험을 예고하자, 독자 핵무장이나 대북 군사행동을 검토했다고 한다. 지금처럼 김정은이 핵 개발 야욕을 버리지 않는 한 대북정책은 기존의 상식과 판단을 뛰어넘는 파격적인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정권 부침에 따라 춤을 추는 대북정책은 과감히 버리고, 국민적 합의를 바탕으로 정권을 초월하는 정책과 액션플랜을 만들어 한반도 평화의 돌파구를 열어야 할 때이다.

[박정철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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