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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매경 데스크 박정철

[매경데스크] 누구를 뽑아야 하는가

  • 박정철 
  • 입력 : 2017.05.07 19:00:20   수정 :2017.05.07 19:0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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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28년 앤드루 잭슨과 존 퀸시 애덤스가 맞붙은 제7대 미국 대통령선거는 중상모략과 흑색선전이 가장 난무한 선거였다. 변방의 군인이었다가 뉴올리언스 전투에서 영국에 승리하면서 영웅으로 떠오른 잭슨은 당시 현직 대통령인 애덤스를 폭군, 도박꾼, 포주 등 거친 언사로 깎아내렸다. 이에 맞서 정치 귀족으로 미국 제2대 대통령(존 애덤스)의 아들이기도 한 애덤스는 잭슨을 살인자, 난봉꾼, 좀도둑, 거짓말쟁이라고 헐뜯었다. 애덤스 측은 잭슨 부인의 이혼 경력까지 들추며 "전 남편과 법적 이혼 절차를 밟지 않았다.
요부는 영부인 자격이 없다"고 모욕적인 인신공격을 했고, 잭슨 부인은 극심한 우울증을 앓다가 숨을 거뒀다. 이에 분노한 잭슨 진영은 "애덤스가 공사 시절 미국의 어린 소녀를 러시아 황제 알렉산더 1세에게 바쳤다"고 맹공을 퍼부었다. 애덤스를 민중을 멸시하는 왕정복고주의자(monarchist)로 몰아붙인 것이다. 잭슨의 이런 전략은 주효했고, 결국 서민들의 몰표로 대통령에 당선됐다.(커윈 C 스윈트 `네거티브, 그 치명적 유혹`) 선거 때 네거티브 공방은 이처럼 동서양 할 것 없이 일상화된 지 오래다. "전쟁은 피가 수반되는 정치이고, 정치는 피가 없는 전쟁"이라는 뉴트 깅리치 전 미국 하원의장의 지적대로다. 9일 제19대 대선을 앞두고 여섯 차례 진행된 후보들의 TV토론 역시 구체적인 정책 경쟁이나 비전 제시보다는 지지층 결집과 표심을 노린 막말과 인신공격이 판을 쳤다. 자신에게 불리하다 싶으면 상대 질문을 막거나 역정을 내는가 하면, `덕이 없다`며 상대를 비웃는 무례한 언행도 잇따랐다. 아직까지 후보를 정하지 못한 부동층이 20~30%에 이를 만큼 많은 것도 후보들의 저급한 수준과 자질에 대한 거부감일 공산이 크다.

하지만 향후 5년은 대한민국의 명운이 달린 시기다. 후보 인품과 능력이 기대에 못 미친다고 투표를 포기할 게 아니라, 소중한 주권 행사로 서릿발 같은 민심을 보여줘야 할 때다. 이탈리아 정치학자 모리치오 비롤리는 "훌륭한 후보가 없다면 덜 나쁜 후보에게 투표해야 한다"며 "의식 있는 시민들이 투표하지 않고 집에 머문다면 의식 수준이 낮은 사람들이 공공선을 해칠 정책을 펼칠, 부패하거나 능력 없는 후보를 뽑을 것"이라고 했다. 최선의 후보가 없다면 차선의 후보라도 찍어야 하는 이유다.

그렇다면 누구를 뽑아야 할까. 유권자마다 기준이 다르겠지만, 어느 후보가 확고한 정치 철학과 가치를 가졌는지 꼭 따져보길 바란다. 선거는 바람과 구도라고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후보가 왜 정치를 하는지, 무엇 때문에 출마했는지에 대한 자신의 신념과 소신을 유권자에게 알리고 행동으로 실천했는지 여부다. 선거 때만 되면 수십만 개 일자리 창출과 각종 연금·수당 인상 등 사탕발림 공약만으로 유권자를 현혹하는 후보는 낙제감이다. 또 국가 대계는 뒷전인 채 대선 후 정치권 이합집산에 편승해 당권을 노리거나 상대 진영과의 적대적 공생을 도모하려는 후보도 자격 미달이다. 조계종 진제 종정의 말씀대로, 공심(公心)보다 개인의 영달만 채우려는 후보에게는 준엄한 심판을 내려야 한다.

언어적 소양과 품격도 후보가 반드시 갖춰야 할 덕목이다. `○○놈` `○○년` `○○궤멸` 등 입에 담지 못할 막말과 욕설로 상대를 폄훼하고 편을 가르는 후보는 자격이 없다. 한 표라도 더 얻기 위한 조급한 심정은 모르는 바 아니지만, 막가파 식 발언은 대선 후 갈등과 분열을 부추길 뿐이다. 미국 대공황 당시 대통령에 취임한 프랭클린 D 루스벨트는 1933년 3월 대국민 연설에서 "우리가 두려워해야 할 것은 바로 두려움 자체입니다. 그것은 막연하고 이유도 없고 정당하지도 않은 두려움입니다"라며 불안에 떨던 미국인들에게 용기를 북돋았다. 윈스턴 처칠 전 영국 총리 역시 1940년 5월 의회에서 "유럽은 히틀러에게 굴복당했습니다. 이제 다음 차례는 영국입니다. 하지만 저는 해줄 것이 없습니다. 오히려 국민들에게 요구하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영국민의 피와 땀 그리고 눈물입니다"라고 호소해 분열된 국론을 뭉치게 했다. 이처럼 감동의 연설은 못할 망정, 후보 입에서 막말을 들어야 하는 국민들 심정은 참담하다. 그럴 바엔 눌변이지만 진정성 있는 후보가 더 울림을 줄 수 있다.


선택의 마지막 잣대는 `통합`과 `협치`의 시대적 소명을 누가 제대로 실천할 수 있을지다. 북핵·미사일 도발로 한반도 정세가 위급하고 지난해 나랏빚 1433조원, 청년실업률 9.8%로 경기마저 최악인 상황에서 안보와 경제를 살리려면 진영 논리에서 벗어나 국민 통합을 이끌 리더십이 필요하다. 증오와 분노보다는 화해와 치유의 손길을 내미는 지도자가 절실하다. 대통령 탄핵 이후 지역과 이념으로 찢긴 갈등과 상처를 보듬고 `우리는 할 수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로 난국을 헤쳐나갈 지도자를 뽑느냐, 못 뽑느냐에 대한민국의 미래가 걸려 있다.

[박정철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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