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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매경 데스크 박정철

[매경데스크] 미래를 말하는 지도자는 없는가

  • 박정철
  • 입력 : 2017.04.02 18:26:52   수정 :2017.04.02 20: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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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의 실현, 가치에 대한 소중함은 잘못된 과거를 청산해야 비로소 생겨납니다."

대선후보 지지율 1위를 달리는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쓴 에세이 `대한민국이 묻는다`를 보면 곳곳에 이런 구절들이 나온다. 과거 낡은 질서와 적폐를 청산하지 않고선 국가 대개조를 할 수가 없고, 새로운 나라도 건설할 수 없다는 문 전 대표의 강한 의지가 담겨 있다.

하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과 구속으로 나라가 찢기고 갈라진 상황에서 유력 후보가 적폐 청산을 기치로 내걸면서 보혁 진영 간 분열과 갈등을 더 부추기고 있다는 우려 또한 적지 않다.
시중에선 "문 전 대표가 집권하면 박 전 대통령 정부는 물론 4대강과 자원외교를 추진한 MB정부까지 손볼 것"이라는 얘기가 파다하다. 문 전 대표가 잇단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못지않게 비호감도가 높은 것은 벌써부터 권력 완장을 찬 듯한 패권적 태도에 고개를 젓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당내 경쟁자인 안희정 충남지사가 "문 전 대표는 `나는 선이고 상대는 악`이라는 이분법에 빠져 있다"고 일갈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문 전 대표가 `대청소론`에 사로잡혀 통합과 포용의 리더십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지지층을 제외한 민심은 등을 돌릴 수밖에 없다. "유토피아적 계획을 끌어들여 국가의 질서를 혁명적으로 뒤바꾸려고 하는 이데올로그는 위험하다(볼프강 뢰드 `유레카, 철학의 발견`)"는 지적을 문 전 대표가 귀담아들어야 할 이유다. `문 대세론`에 맞선 중도·보수 진영 후보들의 행태 역시 문제다. 각종 공약과 정책에 대한 의견 수렴이나 합의도 없이, 오로지 문 전 대표의 집권을 막기 위해 비문(비문재인) 진영 간 후보 연대나 단일화를 모색하는 것은 원칙과 정도가 아니다. 이런 정치공학적 구도는 대의명분도 약하고 감동도 줄 수 없다. 지금 국민들이 궁금해하는 것은 출사표를 던진 대선주자들이 과연 안보와 경제의 `쌍끌이 위기`를 헤쳐나갈 국정운영 능력과 비전, 자질을 갖췄느냐다. 어느 후보가 북한의 노골적인 핵·미사일 도발과 중국의 고압적인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반대 압력에 맞서 확고한 안보정책을 내놓을 수 있을지, 어느 후보가 대한민국을 지난 10년간 1인당 국내총생산(GDP) 2만달러대의 중진국 함정에서 벗어나게 할 수 있을지, 어느 후보가 미래 후손들을 위해 국가 성장동력을 제대로 준비할 수 있을지 등을 알고 싶은 것이다.

하지만 일부 주자들은 국민 바람과 달리 "사드 배치는 차기 정권에서 다시 논의하자" "개성공단을 재가동하고 북한에 대한 경제 지원도 재개하자"며 안보 불안을 조장하고 있다. 이런 주장은 김영호 성신여대 교수(국제정치학)의 일침처럼 국제공조보다 북한이 주장하는 민족공조론에 발을 맞추려는 것으로 국가 안보에 부정적 영향만 줄 뿐이다. 또 일부 주자들은 표심을 의식해 기본소득제, 청년수당제, 청년고용할당제, 가계부채 탕감, 최저임금 1만원, 성과연봉제 폐지 등 선심성 공약을 남발하고, 경제민주화를 명분 삼아 글로벌 기업의 손발까지 묶으려 하고 있다. 시장경제 원칙의 틀을 흔들고 재정건전성을 악화시키는 포퓰리즘 정책이 국가 경쟁력을 갉아먹는다는 사실은 이미 그리스와 브라질에서 입증된 바 있다. 이제는 복지와 성장의 조화를 가져올 수 있는 정책이 절실하다.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이 정치권을 찾아가 "경제성장률이 0%대로 주저앉을 수 있다"며 "정책 시계가 5년이 아닌 10년, 30년을 내다볼 수 있어야 한다"고 제언한 것도 이런 우려에서다. 민주당 출신의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이 균형예산과 복지혜택 축소에 앞장서고, 노동계 지지를 얻어 당선된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독일 총리가 실업사태 극복을 위해 노조기득권에 메스를 대는 하르츠 개혁을 단행한 것처럼 대선주자들도 당리당략을 떠나 국가를 살리는 길이 무엇인지 고민해야 한다.

청와대 비서실장을 지낸 문희상 민주당 의원은 `대통령-우리가 알아야 할 대통령의 모든 것`이라는 저서에서 "대통령선거 때 파도는 국민이요, 바람은 시대정신"이라며 "당대 국민의 염원과 시대정신에 딱 들어맞는 후보가 결국은 최종 승자일 확률이 높다"고 했다. 혼란과 분열을 꾀해 반사이익을 얻으려는 후보나 상대 진영을 흠집내는 데 혈안이 된 후보가 아니라 국가가 나아갈 방향과 미래 청사진을 제시하는 후보, 갈등을 수습하고 통합과 공감을 이끌어낼 후보가 승리의 월계관을 쓸 수 있도록 국민적 총의를 모아야 할 때다.

[박정철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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