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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동정담] 가이포크스의 진짜 표적

  • 이동주 
  • 입력 : 2018.07.09 17:23:20   수정 :2018.07.09 17:2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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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내 한복판에서 경영진 퇴진을 외치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직원들의 모습은 보는 사람을 착잡하게 한다. 한국의 양대 국적항공사 회장이 동시에 곤경에 처한 것도 초유의 사태이지만 첨예한 라이벌 회사 직원들이 연대시위를 벌이는 것도 기현상이다. 저항의 상징 `가이 포크스(Guy Fawkes)` 가면을 쓴 채 거리로 나선 직원들의 절박성이 느껴진다.

다만 직원이 아닌 일반 국민이 가이 포크스라면 무엇을 진짜 표적으로 삼을지는 좀 더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
사실 오너 갑질은 근원이 아니라 오랜 적폐의 결과일 뿐이다. 문제의 본질은 비상식적 행동을 가능케 해준 항공시장의 폐쇄적 환경, 그리고 그 폐쇄성을 철통같이 보호해준 규제장벽이다. 대한항공은 내년에 민영화 50주년, 아시아나항공은 올해로 출범 30년을 맞는다. 그 오랜 세월 동안 항공업계는 국가 기간산업이라는 미명 아래 독과점 혜택을 누려 왔다. 2005년 이후 6개 저비용항공사(LCC)가 생겼지만 단거리 노선에 치중하는 소형 업체이고 그것도 절반은 두 대형항공사(FSC)의 자회사다. 중장거리 시장은 변함없이 양사 체제다. 이런 독과점이 지난 10여 년간 여객 수요의 폭발적 성장 속에서 외국 항공사에 알짜 시장을 40%나 내주고도 전근대적 경영 행태를 탈피하지 못하게 만든 토양이다.

지금도 국토교통부는 항공시장이 포화 상태라는 근거 없는 논리로 규제를 풀면 안전에 큰 문제가 생길 듯 불안감을 조장하지만 현실은 정반대다. 항공 운송은 만성적 공급 부족 상태이고 신생 항공사가 계속 생겨도 사고는 점점 줄었다. 지난해 국내 항공사 인명사고는 0명이었다. 운이 좋아서가 아니라 항공 기술 첨단화와 함께 리스 시장 보편화로 안전 관리가 훨씬 철저해졌기 때문이다. 사고율 감소는 한국뿐 아니라 세계적 추세다. 항공 운항은 지구상에서 가장 안전한 업종이라 해도 과장이 아니다.


그럼에도 국토부는 내막을 모르는 일반 국민의 막연한 두려움을 악용해 선진국에서 40년 전 폐지된 면허 규제를 고수하는 명분으로 삼아 왔다. 항공사 오너리스크 못지않게 공무원과 부적절한 커넥션 의혹이 불거지는 것도 그와 무관치 않다. 이게 오늘날 한국 항공업계의 가려진 진실이다. 이제 그 가면을 벗을 때가 됐다.

[이동주 비상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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