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k

  • 구독신청
검색전체보기
 

오피니언특별칼럼

[충무로에서] 특수부위·특수상대성이론, 그리고 특수활동비

  • 프린트
  • 이메일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공유
432077 기사의 0번째 이미지
고급 일식집에서 식사를 하다 보면 꼭 중간에 주방장이 횟감을 도마에 올리고 들어온다. 무릎을 꿇고 직접 썰어 접시 에 올려주면서 하는 말. "참치 특수부위입니다. 사장님께만 특별히 내왔습니다." 손님은 왜 특수부위인지, 뭐가 좋은지 묻지도 따지지도 말아야 한다.
한 점 입에 넣고 감탄사를 내뱉은 뒤 술 한잔 주면 된다. 아 참, 술잔 밑에 1만원짜리 몇 장 깔아주는 것은 기본이다. 주방장은 그렇게 `특수부위`를 들고 방을 돌며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 현금을 수금한다. 소고기·돼지고기에도 특수부위가 있다. 안창살 갈비살 가브리살처럼 소나 돼지 한 마리에서 나오는 양이 많지 않은 부위를 특수부위라고 부른다. 왜 특수부위라고 부르게 됐는지 그 어원을 확인하지 못했다. 설(說)들만 넘칠 뿐이다. 여러 설을 관통하는 공통점은 철저히 마케팅용 네이밍이라는 것이다.

`희소성`에 기반한 `특수부위`라는 이름은 `고기`에 권위를 부여하고, 그 권위는 소비자에게 `복종`을 강요한다.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먹어야 하고 맛있는 척해야 한다. 맛에 의문을 표시하면 고기 맛을 모르는 사람으로 취급될 뿐이다. 이 마케팅 포인트는 질 낮은 잡고기를 특수부위로 둔갑시켜 파는 유인을 제공한다. 누구도 묻지도 따지지도 않을 테니까.

문제가 되고 있는 `특수활동비`도 특수부위와 마케팅 포인트를 공유한다. 지난 5일 참여연대가 공개한 국회의 특수활동비 내역을 보면 2011~2013년 3년간 집행된 240억원의 특수활동비 중 `특수활동`이라고 부를 만한 활동에는 거의 쓰이지 않았다. 월급처럼, 비자금처럼 정기적으로 현금으로 나눠 가졌을 뿐이다.

특수활동비의 위험성은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 특성을 활용해 불법적인 활동의 자금줄로 활용된다는 점이다. 국가정보원, 검찰, 경찰, 국군기무사령부 등 기관이 `정권 수호`를 위해 `불법적인 일`을 벌일 수 있는 힘도 여기에서 나온다. 국정원의 댓글공작, 기무사의 세월호 유가족 감시 같은 불법적 활동을 위한 자금의 출처가 모두 특수활동비다.

특수활동비의 사용처를 줄이고 사용내역에 대한 회계감사 시스템을 갖추는 일의 목적은 단순히 예산 절약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권력기관의 불법행위도 특수활동비 투명성 강화로 막을 수 있다.

특수활동비는 `특수상대성이론` 같은 것이어야 한다.
아인슈타인의 위대한 발견 `E=mc2`을 `특수상대성이론`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특수한 조건에서만 적용되기 때문이다. 특수활동비도 `특수한 조건`에서만 사용돼야 한다. 특수활동비 인정 범위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얘기다. 아인슈타인이 `특수상대성이론`에서 `일반상대성이론`으로 나아간 것이 과학의 진보이듯, `특수활동비`를 감시가 가능한 `일반예산` 범주로 대거 이동시키는 것이 정치의 진보다.

[김기철 정치부 차장]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특별칼럼 더보기

오피니언 목록

박재현의 경제노트 더보기

박재현의 경제노트 썸네일사회 초년생 1억 만들기

포토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