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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동정담] 악플에 담담해지기

  • 노원명
  • 입력 : 2018.01.11 17:17:04   수정 :2018.01.11 17:3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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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에 달리는 댓글에 대해 양가적 감정을 갖고 있다. 댓글 하나 달리지 않은 기사를 볼 때면 처량한 생각이 든다. 파리 날리는 좌판을 바라보는 생선장수 마음 같다고 할까. 그렇다고 마조히스트나 소위 `관심종자`가 못되는 입장에서 악플까지 반가운 것은 아니다. 두 달 전 박정희 탄생 100주년에 맞춰 이 코너에 썼던 기사(`내 무덤에 침을 뱉어라`)에는 200개 남짓한 댓글이 달렸는데 그중 절반가량이 `카악, 퉤`였다.
예상도 했고 처음 겪는 일도 아니었지만 아주 잠깐 슬픈 마음이 일었다. 인성의 추악함, 익명의 야비함이여. 10일 문재인 대통령 신년기자회견에서 한 기자는 "정부 비판 기사를 쓰면 댓글 공격을 많이 당한다. 지지자들에게 자제를 당부할 용의가 없느냐"고 대통령에게 질문했다. 동종업 종사자 시각에서 봤을 때 좋은 질문은 아니었다. 국민을 대표한 질문치고는 주제가 사소하고 질문자 본인을 포함한 특정 집단의 민원 성격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주요 현안 관련 질의응답이 어느 정도 오간 후 열기를 식히는 가벼운 질문이었고 황폐한 우리 인터넷 댓글 문화를 지적한다는 점에서 아주 의미가 없지도 않았다. 대통령의 답변이 평범했다면 쉽게 넘어갔을 것이다. 그런데 문 대통령의 기지와 유머감각이 이 대목에서 빛을 발했다. "대한민국에서 나보다 많이 악플을 받은 정치인도 없다. 담담하게 생각하면 된다." 회견이 끝난 후 해당 질문을 했던 기자는 인터넷 포털 1위 검색어에 올랐고 주요 커뮤니티 사이트마다 그가 질문하는 `짤방`이 조롱 댓글과 함께 돌아다녔다. 그가 해명 차원에서 쓴 기사에는 1만5000개가 넘는 댓글이 달렸는데 대부분 악플이었다.

문 대통령의 재치 넘치는 답변은 지지자들에게 통쾌함을 선물했지만 그리 공정한 것 같지는 않다. 문 대통령은 악플도 많지만 그 몇 배 되는 찬양 댓글의 수혜자다.
포털에서 가장 많은 `좋아요`를 받는 기사는 거의 문 대통령 관련 기사다. 열성 지지층이 끊임없이 눌러대기 때문일 것이다. 기댈 언덕 없는 한낱 기자들이 어찌 대통령처럼 담담할 수 있겠나. 그걸 따지기에 앞서 인터넷 댓글을 한번 생각해보자. 파괴된 교양, 분열된 인성이 한국인의 심성에 진한 회의를 품게 만든다. 그걸 우리 아이들이 따라 배우고 있다. 어찌 담담할 수 있겠나.

[노원명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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