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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로에서] 비트코인 광풍, 속도조절 하려면…

  • 신현규 
  • 입력 : 2018.01.10 17:09:56   수정 :2018.01.11 10: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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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 광풍이 그칠 줄 모른다. 1코인당 2000만원을 넘은 이 괴물의 상승세는 인류가 과거에 전혀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곳으로 워프(순간이동)하고 있음을 상징하는 듯하다. 물물교환에서 동전으로, 동전에서 지폐로 넘어갔던 화폐는 이제 스스로의 형체마저 지워 버리고 있다. 새로운 문명에 먼저 뛰어드는 사람이 부자가 될 거라는 기대감은 미국 서부 개척시대 때 탄생한 신흥부자들에 대한 기시감에서 나온다.
일평균 한국에서 신용카드로 사용되는 금액이 1조6000억원 정도인데 한국에서만 하루 동안 현실통화를 비트코인으로 바꿔가는 금액이 5조원 정도다. 이 속도대로라면 한국 국민이 현실통화가 아니라 비트코인이라는 가상화폐를 더 많이 보유하는 날이 올지도 모르겠다. 물리공간이 가상공간을 지배하는 것이 아니라 가상공간이 물리공간을 지배할 것이라는 일대 패러다임 전환을 믿는 이들이 비트코인을 굳게 보유하고 있는 이유를 마냥 비난할 수는 없다. 경제학자들이 제아무리 메시지를 내놓아봤자 성경으로 코란을 재단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만일 정말 비트코인 광풍에 대한 속도 조절을 하려면 광신도들에게 `당신들이 생각하는 미래란 기대와는 다를 가능성도 있다`는 사실을 임팩트 있게 알려주는 것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블록체인 기술이 가진 가능성은 분명 대단하지만 현실 세계에 적용되는 속도는 기대보다 느릴 수도 있다. 스위스의 `추크` 같은 도시에는 비트코인이 납세와 결제수단으로 활용되고 있지만 아직 스위스프랑(CHF)보다는 활용 빈도가 낮다. 많은 이들이 비트코인을 보유하고는 있지만 현실에서 활용되려면 수많은 기업들이 현실 세계의 결제시스템을 바꾸기 위한 투자를 진행해야 한다. 경제의 모세혈관인 소상공인들에게까지 결제시스템의 변경이 전달되려면 국가 차원에서 매우 골치 아픈 문제들이 해결돼야 하리라 본다.

게다가 현실 세계에는 구제금융이 있지만 가상 세계에는 그런 게 없다.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당시 거시경제 전문가들은 `서브프라임 채권을 누가 얼마나 갖고 있는지 아무도 모르기 때문에 증시 폭락의 끝을 알 수 없다`고 했다. 지금도 비슷하다. 비트코인 가격이 급변하고 있지만 누가 얼마나 갖고 있는지 알 길이 없다. 따라서 폭락한다면 그 끝을 알 수 없을 만큼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 그런데 문제는 그다음이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때는 미국 정부와 FRB가 구제금융을 발동해 거시경제 충격을 막았다. 하지만 가상 세계에는 구제금융이 없다. 가격이 폭락하면 투자한 사람만 지옥으로 떨어질 것이다.

비트코인 가격의 급등은 블록체인으로 밝은 미래가 열릴 것이라는 `획일적` 믿음에 근거하고 있다.
인공지능, 자율주행차, 사물인터넷 등이 그런 것처럼 4차 산업혁명의 미래기술들이 가진 특징이 바로 인류의 미래가 일차선 도로 위에 놓여 있음을 기대하게 한다는 점이다. 사실은 변수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정부가 보여주어야 할 것은 그런 변수들이다. 그리고 그런 변수들을 보여주려면 정부가 블록체인은 물론 그를 넘어서는 대안까지 속속들이 꿰고 있어야 한다.

[신현규 모바일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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