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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동정담] 철학가 자코메티

  • 윤경호
  • 입력 : 2018.01.09 17:16:07   수정 :2018.01.09 17:5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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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매 낙찰가 1억달러짜리 작품의 원본은 대체 어떤 모습일까. 이 궁금증을 풀어보려고 지난 주말 일부러 찾아갔다. 알베르토 자코메티 전시전이 열리고 있는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이다. 41점의 조각, 11점의 회화, 26점의 드로잉과 판화 등 116점의 전시 작품 평가액을 합쳐 2조1000억원에 달한다는 알림 문구에 호기심이 더 컸다.

아뿔싸, 비싼 조각품을 보러 갔는데 심오한 철학을 만났다.
긴 팔다리에 앙상하게 뼈대만 남은 남성을 주인공으로 한 `걸어가는 사람`에는 현대인의 불안과 고독이 고스란히 배어 있었다. 1960년 작품인데 2차례 세계대전이 남긴 상흔과 허무를 담고 있다. 작가는 "어디로 가야 하는지 끝이 어딘지 알 수 없지만 우리는 걸어야만 한다"고 말했다. 인간의 실존 문제가 그대로 투영돼 있다. `걸어가는 사람`은 2010년 소더비 경매장에서 1억393만달러에 낙찰돼 조각 작품 역대 최고가를 기록했다. 이번에 전시되는 건 원본 석고상이다. 판매용 청동상은 석고상을 토대로 만든 틀에 청동 쇳물을 부어 만들기 때문에 조각가들은 석고상을 작가 소장본으로 간주한다.

1901년 태어난 자코메티는 파리에서 유학하던 1920년대와 1930년대까지 초현실주의에 빠져 살았다. 초현실주의와 결별한 후엔 인간의 모습을 담은 작품에 주력했다. 조각품 주인공이 어딘가 응시하면서 살아 있는 듯한 시선에서 그는 다른 작가와 차별화된 세계를 열어냈다. 1962년 마침내 베니스 비엔날레 조각부문 대상으로 세계 최고로 인정받았고 그의 작품값은 경매마다 최고가 행진을 펼쳤다.

피카소는 생전에 자코메티의 작품 표현력을 시기했을 정도로 부러워했다고 한다. 2010년 소더비 경매 전까지는 피카소의 `파이프를 든 소년`이 정점에 있었는데 이를 밀어냈으니 그럴 만하다.


자코메티는 1969년 노벨문학상을 받았던 사뮈엘 베케트가 작품 `고도를 기다리며`를 처음 무대에 올렸을 때 연극 무대 콘셉트를 제공하며 작업에 함께 참여했다. 거장들끼리의 교류 덕분에 세계적인 연극으로 계속 생명력을 부여받았는지도 모른다. 철학자 사르트르와도 깊게 만났다. 미술이든 문학이든 나름의 철학이 깔려야 빛을 낸다. 시간 날 때 실존주의 철학가 자코메티를 만나보시길.

[윤경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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