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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동정담] 알몸마라톤

  • 최경선 
  • 입력 : 2018.01.08 17:30:15   수정 :2018.01.08 17:5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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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벌레 또는 범생이들이 모여든다는 미국 하버드대학에는 희한한 전통이 있다. 기말고사가 시작되는 5월과 12월 초순 한밤중에 남녀 학생 수백 명이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채 소리를 지르며 캠퍼스에서 질주한다. `원초적 비명(primal scream)`이라 불리는 이 학교 전통행사다. 1960년대에는 스트레스가 쌓인 학생들이 기숙사 창문을 열고 시험 시작 전날 10분간 비명을 질러댔다는데 언제부턴가 이런 방식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브라운대학에는 시험기간 중에 나체로 도서관을 돌아다니며 친구들에게 도넛을 나눠주는 네이키드 도넛 런(Naked Donut Run)이라는 전통이 있다. 프린스턴대학에는 매년 첫눈이 오면 그날 자정에 학생들이 나체로 캠퍼스를 뛰어다니는 `누드 올림픽` 전통이 있다. 물질적 풍요와 권태감에 젖었던 1970년대 미국에서 젊은이들 사이에 나체로 질주하는 스트리킹이 유행했다. 해방과 저항의 상징이라고 설명하기도 했고 그저 새로운 자극을 찾아 일탈하는 행동이라고 해석하기도 했는데 그 잔재가 대학에 남겨진 듯하다. 근래에는 미국 사회에서도 나체 달리기를 방종과 무절제로 인식하는 사람이 늘면서 논란이 일곤 했다. 프린스턴대학이 25년 동안 유지되던 `누드 올림픽`을 2000년 폐지한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다.

이달 5일은 소한(小寒)이고 20일은 대한(大寒)이다. 그 이름만 보자면 대한에 더 추울 것이라는 생각이 드는데 실제로는 소한 추위가 더 매섭다. `소한 얼음 대한에 녹는다`거나 `소한이 대한의 집에 몸 녹이러 간다`는 속담이 있을 정도다. 1년 중 가장 추운 이때 전국 곳곳에서 `알몸마라톤대회`가 열리고 있다. 7일 올림픽 개최지인 강원도 평창군 대관령면 일대에서 `2018 MBN 평창국제알몸마라톤 대회`가 열렸고 이날 대구에서는 `전국새해알몸마라톤대회`가 개최됐다. 1일에는 `대전맨몸마라톤`이 열렸고 14일에는 `제천의림지 알몸 마라톤대회`가 예정돼 있다. 웃통을 벗고 5~10㎞구간을 달리는 방식이다.


참가자들이 옷을 벗는 이유는 미국과 다르다. 평창올림픽 성공을 기원하는 뜻도 있다. 추운 날씨를 이겨내고 새해를 힘차게 출발하려는 의지도 있다. 건강한 정신과 신체를 표현하는 대회들이라 보기에도 좋다.

[최경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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