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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경덕 칼럼] 김동연의 달

  • 장경덕
  • 입력 : 2017.07.25 17:21:30   수정 :2017.07.25 17:4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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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연이 공직에 몸담은 건 1983년이었다. 옛 경제기획원 사무관으로 출발했다. 한국 경제의 눈부신 질주와 아득한 추락을 모두 경험한 그는 이제 경제정책 사령탑에 올랐다. 문재인정부 초대 경제부총리인 그는 늘 문제의 핵심을 건드려야 그걸 풀 수 있다고 말한다.
그래서 하는 말이 견지망월(見指忘月)이다. 달을 잊은 채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만 쳐다봐서는 안 된다는 것. 문제의 본질을 보지 못하고 현상만을 보는 것, 근원처방보다 대증요법에 매달리는 것은 정책하는 이들이 가장 경계해야 할 일이다. 같은 맥락에서 그는 늘 우리 사회의 `킹 핀`을 겨냥할 것을 주문한다. 볼링에서 스트라이크를 치려면 맨 앞의 1번과 그 뒤의 3번 핀 사이에 숨어 있는 5번 핀을 겨냥해야 하듯 얽히고설킨 사회 문제를 풀려면 근본 원인을 찾아 해결해야 한다는 말이다. 예컨대 고용 없는 성장 시대에 단지 저성장(1번 핀) 문제만 해결한다고 청년실업(2번 핀)이나 저출산(3번 핀) 문제가 저절로 풀리는 건 아니란 말이다.

그가 생각하는 킹 핀은 우리 사회의 보상체계와 지배구조다. 그는 덕수상고와 국제대를 나왔다. 낮에는 은행에서 일하고 밤에는 대학에 다니고 새벽에는 고시 공부를 했다. 그의 고졸 신화는 한국 사회 계층 이동의 빛나는 상징이다. 하지만 그는 "나는 운이 좋았지만 지금은 그게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그래서 사람과 돈의 흐름을 결정하는 보상체계를 바꾸고, 누가 어떻게 그 보상체계를 만들지를 정하는 지배구조를 개혁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대로 기득권의 카르텔이 굳어지고 사회적 계층 이동이 끊기지 않도록 보상체계와 지배구조를 바꾸는 것이 바로 그가 말하는 `달`이다.

그는 이제 그런 생각을 펼칠 수 있는 자리에 섰다. 어제 나온 새 정부 경제정책 방향에도 그런 생각이 녹아 있다. 하지만 부총리 김동연의 입지는 애매하다. 그는 새 정부의 창업 공신이 아니다. 자칫 당이나 대선 캠프 출신 실세들의 틈바구니에서 설 자리가 좁아질 수 있다. 그가 주재하는 경제장관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의원인 김부겸 행정자치부 장관이 대놓고 "증세 이야기를 정직하게 하라"고 쓴소리를 한 건 상징적인 장면이었다. 문 대통령이 주재하는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증세 요구가 분출할 때 정작 재정당국 수장인 그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다는 쑥덕거림도 들렸다.

물론 그는 그러한 보도 내용은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다. 오히려 자신이 각 부처 장관들에게 새로운 정책을 밀어붙이는 데 의욕만 앞서서는 안 되며 뼈를 깎는 지출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많이 했고 문 대통령도 부총리 중심으로 세출 구조조정을 해나가라고 힘을 실어주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는 아마도 할 말을 다 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그는 한 줌밖에 안 되는 대기업과 부자들만을 콕 찍어 세금을 더 물리는 게 과연 정치인들이 말하는 `정직한` 증세인지, 그런 보여주기식 증세가 과연 새 정부의 조세 정의와 복지 철학을 올바르게 반영한 것인지, 그것만으로 우리 사회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는 데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되물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왜 달을 보지 않고 손가락만 보느냐고 묻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증세 문제뿐만이 아니다. 모든 경제정책에서 이처럼 답답한 장면이 속출할 것이다.

김 부총리는 평소 보수와 진보를 가르는 이분법과 흑백논리에 저항감을 갖고 있다고 했다. 그는 경제정책을 펴는 데 이념이 지나치게 개입되는 걸 반대한다. 경제정책 수장으로서 진영논리에 매몰되지 않고 균형을 잡으려 한다. 그래서 이른바 청와대의 `시어머니`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고 공감을 얻었다고 한다.

그러나 인기영합적인 대증요법에만 매달리는 정치인들을 설득하는 건 쉽지 않을 것이다. 정치인들에게 달을 보라고 설득하는 건 아마도 일머리를 중시하는 그가 앞으로 가장 많이 애를 써야 할 부분일 것이다.
다음 주에 나올 세제개혁의 큰 그림을 보면 새 정부에서 그가 차지하는 입지와 그의 소통 능력을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

조급한 정치인들을 도저히 설득할 수 없다면 실험적인 정책에서 `빨리 실패하라`는 것도 하나의 전략이 될 수 있다. 오래 끌수록 더 큰 재앙이 될 만한 정책들은 간단한 파일럿 프로그램을 통해 재빨리 효과를 검증해보고 진로를 수정하는 것이 현명하다. 이도저도 안 되면 부총리 자리를 걸고 자신의 생각을 관철하는 승부수를 던져야 할 것이다. 그의 삶은 늘 안정된 자리를 지키는 것이 아니라 `있는 자리를 흩트리는` 여정이었지 않나.

[장경덕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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