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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현덕 칼럼] 평창, 세 번째 기적

  • 손현덕 
  • 입력 : 2018.03.20 17:09:37   수정 :2018.03.20 19:4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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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공화국 시절 우리나라에 자활개척단이란 게 있었다. 걸인, 깡패, 풍물패 등 사회 부랑자들을 한데 모아 불모지에 농사를 짓고 자립해 살 수 있도록 정부가 허가를 내준 조직이다. 그런 자활단이 당시 보건사회부 산하에 7개가 있었다. 그중 하나가 대관령지구 개척단이었다.
그들이 터를 잡은 곳은 과거 정승 3명이 유배 간 곳으로 알려진 삼정평(三政坪). 영동고속도로를 타고 횡계IC에서 나오면 바로 보이는 황병산 자락에 위치해 있다. 1961년 5월 1일 이 지역으로 떠난 개척단 대장이 거지왕 김춘삼이다. 그는 여기서 부하들을 이끌고 화전을 개간해 감자 농사를 짓기 시작한다. 5·16 혁명 이후 박정희 국가재건최고회의 의장이 이 지역을 순시했을 때 김춘삼을 보고는 "자네 김 중사 아닌가"라며 반겼던 일화를 그는 `거지왕 김춘삼`이라는 자전적 실화소설에 적었다. 8년여 년의 세월이 지나 결실을 맺는다. 대관령에 우리나라 유일의 씨감자 생산시설이 들어선다. 그게 강원도 감자 원종장(原種場)이다. 감자에서 시작해 그 후 김춘삼 일행은 고랭지 배추를 심고, 화훼류 농사도 하면서 고소득을 올리는 평창의 기적을 일궈냈다.

40년이 흘러 21세기에 막 들어서기 시작하는 시기에 평창은 제2의 기적을 꿈꾼다. 오랫동안 농사를 지어 지기(地氣)가 쇠해 더 이상 감자나 배추 생산이 어려워진 땅. 이제 이 지역을 올림픽 성지로 만들 꿈을 꾸기 시작한다. 그 중심에 선 인물이 김진선 전 강원도지사였다.

그는 1999년 강원동계아시안게임을 마무리하는 날 동계올림픽 유치에 도전장을 낸다. 그의 12년 도지사직은 그렇게 평창올림픽 도전으로 점철됐다. 2003년 체코 프라하에서 캐나다 밴쿠버에 패배, 그리고 2007년 과테말라에서 러시아 소치에 패배. 둘 다 아까운 표차로 떨어진 평창은 삼수 끝에 2011년 남아공 더반에서 드디어 뜨거운 환희의 눈물을 흘린다. `평창 만세`가 아프리카 남단에서 울려 퍼진 순간이었다.

이렇게 대한민국 땅에 1988년 서울올림픽 이후 30년 만에 성화를 지핀 평창올림픽이었다. 대관령 설원에서 겨울스포츠의 뜨거운 감동을 낳고, 숨 막히는 한반도 긴장 속에서 평화 올림픽의 불씨를 살리고, 불굴의 의지로 한계를 극복한 장애인들의 가슴 뭉클한 휴먼스토리를 만들어낸 대장정이 지난 주말 끝났다.

황무지에서 농업혁명을 일궈낸 것이 첫 번째 기적이었고, 그 쓸모없던 땅을 올림픽 성지로 만든 것은 두 번째 기적이었다.

큰 행사를 치르고 나면 온몸을 팽팽하게 당겼던 긴장의 끈을 놓는 게 인간 본성일 터. 시간이 흐를수록 기적을 일궈낼 추동력은 떨어질 것이다. 만약 평창의 성공적 개최에 취해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면 그 성공은 머지않아 국민의 어깨를 짓누르는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다. 이제 막 올림픽이 끝났는데 뭘 그리 서두르느냐고 한다면 사치다.

혹 무슨 기적을 생각하느냐고 반문할지 모른다. 그러나 내용은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건 행동이다. 강원도민을 포함한 전 국민 아이디어를 모아 방향을 정하고 목표가 정해지면 실행에 옮기면 된다.

아시아의 다보스를 만들겠다는 비전으로 올림픽 시설을 활용해 관광과 마이스(MICE) 산업의 허브를 만들어도 좋고, 강원도 특색을 살려 친환경 농업과 고령화사회를 대비한 전원생활의 요람을 만들어도 좋다. 송호근 서울대 석좌교수와 육동한 강원연구원장이 제시한 `웰니스 케어(wellness care)`도 방안일 것이다. 강원도를 가로지르는 경강선 KTX가 탄생했고 때마침 기업들도 강원도에 노크하고 있다. 최문순 강원도지사 말대로 포스트 평창에 국가적 역량을 모을 절호의 기회다. 이 작업은 어쩌면 첫 번째, 두 번째 기적보다도 더 중요하다. 대한민국의 지속가능한 유산을 만드는 일이기 때문이다.


거지왕 김춘삼이 시작한 첫 번째 기적은 김진선 전 강원도지사가 시작한 두 번째 기적이 있었기에 빛을 발할 수 있었다. 마찬가지로 평창올림픽이란 두 번째 기적 역시 세 번째 기적이 일어나지 않으면 그 의미가 퇴색될 것이다. 올림픽 역사의 한 페이지로만 장식할 것인지, 아니면 대한민국 역사의 긴 페이지에 족적을 남길 것인가 하는 선택은 우리 몫이다. 이제부터가 본게임이다.

[손현덕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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