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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손현덕 칼럼

[손현덕 칼럼] 휴대폰공장 옆 하노이세관

  • 손현덕 
  • 입력 : 2017.12.12 17:23:17   수정 :2017.12.12 19:4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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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과의 수교 25주년을 맞아 지난주 하노이에서 개최된 매경 베트남 포럼. 마지막 일정은 하노이 시내에서 승용차로 40분 정도 거리에 위치한 삼성전자 박닌공장 방문이었다. 많은 포럼 참석자들이 이곳을 보고 싶어했다.

박닌공장은 근처에 있는 타이응우옌 공장까지 합쳐 베트남에 10만2765명(11월 말 기준)의 일자리를 만들어냈다. 베트남 총수출의 21%를 차지하고, 전 세계 128개국에 파는 삼성 스마트폰의 50%를 이 두 공장에서 생산한다.
휴대폰은 전량 항공으로 수출된다. 노이바이 공항 화물의 45%가 삼성 휴대폰이다. 하노이에 삼성 공장이 들어선 직후인 2010년엔 화물항공기가 주당 20편 떴으나 지금은 75편으로 늘어났다. 조금 과장하자면 베트남 경제는 삼성 휴대폰이 받쳐준다. 그런 만큼 베트남 정부가 삼성에 베푸는 인센티브는 파격적이고 다양하다. 법인세는 30년간에 걸쳐 단계적으로 우대받고 용지도 공짜로 빌렸다.

그러나 삼성 박닌공장에서의 정말 놀라운 발견은 다른 데 있었다. 그것은 하노이 세관의 공장 입주였다. 순전히 삼성만을 위해 베트남 정부는 세관원 10명을 이곳에 상주시켰다. 원격 공항터미널이다.

삼성전자 박닌공장에서 생산된 휴대폰은 800개 단위로 묶여 가로 세로 높이 각각 110㎝의 팰릿으로 포장돼 1.2㎞ 떨어진 세관으로 직행한다. 규격을 재고 무게를 단 다음 X레이 검사를 마치면 그다음은 DHL 같은 터미널에 입주한 8개 운송회사들 몫이다. 운송장 번호와 출발지 목적지가 적힌 손바닥 크기의 레이블을 붙인 뒤 지게차로 화물을 트럭에 옮긴다. 이걸로 통관 끝. 포장된 휴대폰은 공항으로 가면 바로 화물기에 실린다.

베트남에 이사를 해본 사람들은 이곳 통관이 얼마나 까다로운지 안다. 그걸 생산 현장에서 바로 할 수 있게 하고, 30분 내에 모든 걸 마칠 수 있도록 세계에서 유일무이한 `공장 내 세관 입주`를 허용해준 베트남 정부다. 한국에선 특혜로 읽지만 베트남에선 인센티브로 읽는다. 찐딘중 부총리 말마따나 "삼성전자는 베트남 기업이고, 기업이 잘되는 것이 국가가 잘되는 길"이다.

박닌공장이 세워진 건 2008년 3월. 본격적인 수출은 1년 뒤인 2009년 4월부터 일어났다. 하노이 공항 사정이 좋을 리가 없었다. 화물터미널 환경은 열악했다. 삼성은 베트남 정부에 통관시설을 넓히고 전용 구역을 내달라고 요청했다. 당장 공항 확장이 어렵다는 걸 안 베트남 정부는 과감한 역제안을 한다. "그러면 우리가 삼성 공장 바로 옆에 삼성 전용 화물터미널을 지어줄게"라고. 석 달 후 베트남 국영 물류회사와 공항터미널의 합작으로 회사가 설립된다. 그리고 거기에 세관의 분소를 설치한다. 이렇게 해서 유례가 없는 공장 옆 기업 전용 항공화물터미널이 탄생하게 된 것이다.

삼성은 박닌공장이 건설되고 5년 뒤인 2013년 인근 지역에 박닌공장 2배 크기의 휴대폰 공장을 하나 더 짓는다. 그것이 타이응우옌 법인. 베트남 정부는 또 한번의 파격을 단행한다. 이번엔 공장 한복판에 터미널을 허가했다. 박닌공장은 한 블록 떨어진 곳이지만 타이응우옌 공장에서 생산된 제품이 라인을 타고 바로 세관으로 직행할 수 있게 돼 있다.

받는 게 있으면 주는 게 있는 법. 지난 5월 응우옌쑤언끄엉 농업농촌개발부 장관이 박닌공장을 긴급 방문했다. 용건은 돼지고기 구매를 늘려달라는 것. 끄엉 장관은 "돼지값이 너무 떨어져 축산농가가 아우성"이라며 "삼성 공장 직원들이 돼지고기를 좀 많이 먹으면 안되겠냐"고 부탁했다. 삼성은 두 공장 구내식당에서 하루에 돼지 100마리를 소비하는데 조달 물량을 200마리로 늘렸다. 최근 삼성 직원 1만8000명이 헌혈에 참여했다. 그게 전체의 2%. 베트남 헌혈 사상 신기록이었다. 2년 전 베트남은 기능올림픽에서 처음으로 동메달을 땄다. 삼성의 지도를 받고 얻은 결과이다.


정부와 기업이 힘을 합쳐 국가경제와 지역사회를 발전시키는 이 같은 사례를 열거하자면 한이 없다. 내가 방문을 마치고 나올 때는 퇴근시간이었다. 20대 정도로 보이는 젊은 직원들이 줄을 서서 정문 보안대를 통과하고 있었다. 그런 모습을 한국이 아닌 베트남에서 목격하는 게 왠지 불편했다.

[베트남 하노이 = 손현덕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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