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k

  • 구독신청
검색전체보기
 

오피니언손현덕 칼럼

[손현덕 칼럼] 케인스, 소득주도성장을 묻다

  • 손현덕 
  • 입력 : 2017.09.26 17:19:10   수정 :2017.09.26 17:42:11
  • 프린트
  • 이메일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공유
646377 기사의 0번째 이미지
문재인정부의 핵심 경제철학인 소득주도성장론의 뿌리는 케인스의 유효수요이론이다. 경제학적으로 표현하자면 케인스의 소위 거시경제균형 함수, Y(국민소득)=C(소비)+I(투자)+G(정부지출)+X(수출)-M(수입). 여기에서 가계부문의 소득을 늘리면 소비(C)가 늘고 그러면 국민소득(Y)이 증가한다, 즉 성장한다는 논리. 이에 대해 케인스와 소득주도성장론자가 다음과 같은 가상 대화를 나눴다.

▷케인스(이하 케)=최근 한국에서 소득주도성장론이 화제가 되고 있다고 들었네. 그런데 거기에다 내 이름을 붙여놓았더구먼.

▷소득주도성장론자(이하 소)=저희가 선생님 모델을 좀 발전시켰습니다. 소비를 늘리기는 하되, 한계소비성향이 높은 쪽의 소득을 더 증가시켜 소비를 크게 하자는 거지요. 부유층보다는 중산층, 서민층이 소비 성향이 높지 않습니까? 이들에게 소득을 더 몰아주는 정책을 쓰는 거지요. 그래서 저희는 2섹터(Two Sector) 케인지언 모델이라고 합니다.
뭐가 잘못됐습니까? ▷케=그것 참. 말은 맞네. 그러면 소비가 더 증가하겠지. 그런데 가만 보아하니 임금을 올려서 소비를 늘리겠다는 거구먼. 정확한 용어는 임금주도성장이겠는데. 그렇지 않나?

▷소=그렇게 볼 수 있습니다. 경제학에서 소득이라고 하면 생산요소 투입에 대한 대가인데, 임금도 있고 이자도 있고 이윤도 있지요. 임금이 핵심인 건 맞습니다. 비중도 가장 크고요.

▷케=그렇다면 일종의 소득재분배정책 아닌가? 일정한 재원을 저소득층에게 몰아주는.

▷소=한국 경제의 현실을 이해하실 필요가 있습니다. 일반 국민이 피부로 느끼는 소득불평등이 심각합니다. 사회 안정을 위협하는 상황입니다. 그리고 한마디 덧붙이자면 소득주도성장을 분배정책이니 소득이전정책이니 하면서 반론을 펴는 학자들이 있습니다만, 그건 저희 경제철학을 깎아내리려는 프레임입니다. 지금 한국은 구조적으로 저성장의 덫에 빠져 있습니다.

▷케=자네도 경제를 해서 알겠지만 경제란 늘 한쪽(one hand)이 있으면 다른 한쪽(the other hand)도 있게 마련이지. 혜택이 있으면 비용이 있고. 그래서 말인데, 임금을 올려 소비가 늘어난다면 반대로 기업 이윤은 줄어들어 투자가 오히려 감소하지는 않나. 또 소비가 는다고 해도 개방경제에서는 수입(輸入)이 늘어나기도 하지. 이런 측면은 고려한 건가?

▷소=국제노동기구(ILO)가 분석한 결과가 있습니다. 결론을 말씀드리면 한국은 기업이 이윤을 덜 가져가고, 근로자가 임금을 더 가져갈수록 총수요가 증가한다는 겁니다. ILO는 이런 실증적 분석을 토대로 한국은 `임금주도형 경제`라고 주장했습니다. 이것이 소득주도성장론으로 진화했다고 보면 됩니다.


▷케=내가 보기엔 그 실증분석은 정교하진 않던데. 다른 분석은 결과가 반대로 나오던데. 경제학계에서 가장 권위적인 학술지인 AER에 실린 로스 러빈과 데이비드 르넬트의 논문이 있네. 그 논문 본 적 있나?

▷소=어떤 내용인가요?

▷케=성장을 설명하는 여러 변수 가운데 모든 게 다 믿기 어려울지라도 국내총생산(GDP) 대비 투자 비율은 긍정적인 상관관계가 있다는 거지. 그리고 투자 비율은 개방과 혁신의 함수고.

▷소=한번 살펴보겠습니다.

▷케=그런데 보다 근원적인 질문이 있네.

▷소=말씀해 보시지요.

▷케=내 모델이 경기순환적 이론인 건 알지. 당시 세계는 극도의 불황이었어. 그걸 극복하기 위해 유효수요를 자극하자는 거였지. 소비를 늘리든지, 투자를 늘리든지, 정부 지출을 늘리든지.

▷소=그렇습니다.

▷케=그런데 자네는 한국이 구조적 저성장에 빠져들었다 하지 않았나. 일시적 불황이 아니라. 그렇다면 성장잠재력을 높이는 쪽으로 방향을 잡아야 하지 않나.

▷소=저희가 왜 그 점을 모르겠습니까. 그에 대한 청사진도 곧 발표를 하려고 합니다. 그게 혁신주도성장이고 대선캠페인 때도 밝힌 바 있습니다.

▷케=자네가 내 이름을 빛나게 해주는 건 기쁜 일이나 엉뚱하게는 하지 말게나. 내가 보기에 저성장이 구조적 문제라면 나보다는 슘페터의 말에 귀 기울이는 게 좋을 듯하네. 혁신에 관해서라면 그는 놀라운 통찰력을 지닌 인물이네. 공교롭게도 우리는 같은 해에 태어났다네. 나는 과분한 사랑을 받았고 슘페터는 불행한 삶을 살았지. 내가 그를 생각하면 늘 미안해 하는 부분이지.

[손현덕 논설실장]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손현덕 칼럼 더보기

오피니언 목록

박재현의 경제노트 더보기

박재현의 경제노트 썸네일거래 절벽 부동산 시장

포토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