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k

  • 구독신청
검색전체보기
 

오피니언손현덕 칼럼

[손현덕 칼럼] 영수(領袖)의 나라

  • 손현덕
  • 입력 : 2017.08.29 17:28:21   수정 :2017.08.29 19:20:09
  • 프린트
  • 이메일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공유
579447 기사의 0번째 이미지
중국 여배우 궁리가 주연한 `인생`이란 영화의 원작자인 위화(余華)는 10개의 키워드로 중국을 설명했다. 그 10개 단어 중 하나가 `영수(領袖)`다. 중국에서 영수란 무엇인가에 대해 위화는 이렇게 말한다. "영수에겐 특권이 하나 있다.
톈안먼(天安門) 성루에서 국경절 퍼레이드를 사열하면서 오직 혼자서만 행진하는 군중을 향해 손을 흔들 수 있는 특권"이라고. 지금 중국은 영수의 나라다. 집단지도체제는 형식이고 1인 지도체제가 실질이다. 인구 14억명에 한반도 면적의 44배나 되는 땅덩어리를 가진 나라를 권력자 한 명이 일사불란하게 다스린다는 게 상식적으론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가 코앞에서 목격하는 엄연한 현실이다.

시진핑 주석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영수다. 중국의 영수에겐 두 가지 조건이 있다. 인사권과 정책결정권. 인사권이라 함은 후계자를 자기 마음대로 지명할 수 있느냐이고, 정책결정권은 다른 사람이 다 반대하는 정책을 밀어붙일 수 있느냐이다. 그걸 못하면 중국에서는 진정한 영수라고 말할 수 없다. 시 주석은 두 달 후면 열리는 19차 당대회 때 그의 후계자를 등장시킬 것이고, 그의 말 한마디로 한반도 사드 배치 반대에 대한 국론을 결집시켰다.

군 문제는 영수의 고유 권한이다. 지난달 말 상징적 사건이 하나 있었다. 시 주석은 건군 90돌을 맞아 네이멍구 주르허 훈련기지를 찾았다. 군복 입은 모습이 처음으로 외신을 통해 전파됐다. 이 행사는 사진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톈안먼이 아닌 아시아에서 가장 큰 군사훈련장인 네이멍구를 택한 것도 그렇고, 건군기념일에 열병식을 가진 것도 그렇다. 보란 듯 중국의 군사굴기를 세계에 알렸다. 그가 "동지 여러분 안녕하신가(同志們好)"라고 인사하자, 병사들이 우렁차게 "주석 안녕하신가(主席好)"로 답했다. 병사들이 주석이란 극존칭을 쓴 것도 처음이다. 절대적 충성 맹세다. 시 주석은 이렇게 말했다. "영원히 당의 말을 들으며, 당과 함께 가고, 당이 가리키는 곳으로 가야 한다"고.

지금 중국에서 벌어지는 여러 가지 일 중 가장 관심을 가져야 할 대목은 인민해방군(PLA)의 전면적 개혁이다. 그건 보통의 영수들은 할 수 없는 영역이다. 덩샤오핑도 건드리지 못했고, 2003년 장쩌민이 손을 대려고 하다가 육군이 반대해서 바로 접은 국가 어젠다이다. 시진핑은 판도라의 상자를 열었다. 동아시아 지역에서의 작전능력을 높이는 게 골자인데 중국 인민들에게 전달된 메시지는 강력하다. 첫째, 군을 시 주석 중심으로 정렬하고, 둘째, 육군의 지위를 낮추고, 셋째, 장성급 군 인사 수십 명을 날렸다. 과거 피비린내 나는 눈물의 역사 위에 서 있는 군부에 손을 댄 것은 그야말로 천지개벽에 해당한다. 이런 바탕 위에 진행된 것이 네이멍구 열병식이었다. 군복을 입은 시진핑은 합동참모본부 총사령관이었다. 그는 국가주석, 당총서기, 군사위원회 위원장 등 10개가 넘는 공식 직함으로 중국을 지배한다.

시진핑의 힘은 마오쩌둥과 덩샤오핑에 비견된다. 마오는 중국을 세웠고(站起來) 덩은 중국을 부유하게 만들었고(富起來), 시는 중국을 강하게 만드는(强起來) 작업을 진행한다.

`신형대국관계`를 지향하는 중국의 대외정책을 규정하는 키워드가 두 개 있다. 하나는 핵심이익이고, 다른 하나는 해양강국이다.

핵심이익은 2007년 후진타오가 처음 꺼냈다. 당시는 단순한 레토릭이었지만 시 주석은 이를 물리력으로 뒷받침했다. 해양강국은 1984년 덩샤오핑이 처음 꺼냈다. 당시는 `주권의 공유` 개념이었지만 시 주석은 `주권은 중국에 있다`고 강조한다.

지금 중국은 한국과 수교를 맺었던 25년 전 장쩌민의 중국이 아니다. 시 주석의 힘은 19차 당대회를 거치면서 더욱더 강해질 것이 분명하고, 중국은 그에 비례해 주변 국가에 더욱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제 우리는 중국몽(中國夢)을 넘어 중국력(中國力)을 상대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지난 24일 서울 조선호텔에서 열린 한중 수교 25주년 기념식에서 중국대사관 측은 참석자들에게 책 한 권을 나눠줬다. 제목은 `시진핑`, `국정운영을 말하다`라는 부제가 달려 있었다. 총 563페이지에 달하는 두툼한 책의 무게만큼이나 묵직하게 다가오는 중국이 우리에겐 참으로 버겁다.

[손현덕 논설실장]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손현덕 칼럼 더보기

오피니언 목록

박재현의 경제노트 더보기

박재현의 경제노트 썸네일2018년 제2 강남은 어디

포토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