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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매경포럼 윤경호

[매경포럼] 17조원짜리 프로젝트

  • 윤경호 
  • 입력 : 2017.09.06 17:30:45   수정 :2017.09.06 17:5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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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5일 트위터로 언론 플레이를 했다. 한미 정상 간 전화통화에서 한국의 미국산 무기 구매 문제를 다뤘다고 밝혔다. 북한의 6차 핵실험 후 긴박한 상황에서 자기네 무기 판매에 매달렸다. 백악관 보도자료에는 수십억 달러 무기와 장비 판매에 대해 트럼프가 개념적 승인을 했다고 돼 있다.
스텔스전투기 F-35 외에 무인정찰기 글로벌호크나 패트리엇-3 개량형 미사일 등이 구매 대상이라고 거론된다. 청와대는 이런 내용을 통화 후 발표한 내용엔 담지 않았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통화 때 무기 구입 관련 대화는 없었다고 슬쩍 피했다. #2 문재인 대통령은 7월 초 워싱턴DC로 날아가 트럼프와 만날 때 우리의 초음속 고등훈련기를 사달라고 제안했다. 양국 정상 간에 만찬을 포함한 회담을 하면서다. 우리가 미국산 전투기를 더 살 테니 미국 공군에서 필요한 고등훈련기를 우리 것으로 구매하라는 얘기였다. 문 대통령 취임 후 첫 미국 방문인 데다 개별 국가 상대 정상 외교로도 첫 여정이었는데 경제 외교부터 시작했다. 트럼프는 관심을 보였지만 확답을 주지 않았다. 청와대나 백악관 양측 모두 문 대통령의 이런 제안을 공식 발표에서는 공개하지 않았다.

문 대통령이 꺼낸 고등훈련기는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만든 T-50이다. 미국 록히드마틴의 기술 지원을 받아 개발한 훈련기다. 마하 1.5로 날며 최대 4.5t의 무장을 할 수 있다. 그동안 이라크에 24대, 인도네시아 16대, 필리핀 12대, 태국 12대 등 64대를 팔았다. 금액으로는 29억3000만달러(약 3조3000억원)어치다. 7월 말에도 태국과 8대 추가 수출 계약에 서명했다. 2억6000만달러 규모다.

KAI는 지금 이들 네 나라 판매 규모를 압도적으로 웃도는 대형 프로젝트에 매달리고 있다. APT(Advanced Pilot Training)로 불리는 미 공군 노후 훈련기 350대를 교체하는 사업이다. 1차로 17조원어치이고 이후 가상 적기와 후속 기체 분야에 33조원, 그리고 50조원까지 추산되는 제3국 시장 물량을 합쳐 총 100조원을 헤아리는 초대형 발주다.

KAI는 록히드마틴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뛰어들었다. 지난 3월 입찰 제안서를 제출했고 6월에 항공기 성능과 데이터 검증 작업을 마쳤다. 최종 제안서 제출은 KAI·록히드마틴과 보잉·사브 컨소시엄 그리고 DRS테크놀로지 3파전이다. 11월까지 실전평가와 심사를 거치고 12월에 결론을 낸다.

그런데 KAI 측에 치명적인 변수가 생겼다. 검찰의 KAI에 대한 전방위 수사다. 상황이 급변할 판이다. 하성용 전 KAI 대표의 횡령 혐의에다 수백억 원대 원가 부풀리기, 협력업체에서 받은 리베이트 등을 캐고 있다.

기껏 개발한 뒤 엉망진창인 성능 때문에 전력화 여부를 주저하는 한국형 기동헬기 수리온을 보면 고질적인 방위산업체의 비리와 환부를 이참에 제대로 도려내야 할 것 같다. 하지만 APT 사업을 생각하면 난감해진다. 미국의 연방획득규정(FAR)에 따르면 정부 계약자에게 건전성과 정직성이 결여됐음을 보여주는 위법 행위가 드러나면 입찰 자격에 제한을 받도록 돼 있다. 급기야 KAI 노조가 전임 경영진의 비리 단죄와 회사의 수출 프로젝트를 분리할 수 있도록 해달라며 나섰다. 개인 비리나 방위산업의 썩은 부위를 도려내는 작업은 진행해야겠지만 이로 인해 그동안 공들인 사업이 흔들리는 사태는 막아야 한다는 절박함의 표시였다.

17조원짜리 수출을 위해 전임 경영진의 비리와 위법 수사를 멈추라는 식의 단선적인 요구는 안 맞는다. 고질적인 방산 비리의 근본 구조를 혁파하는 일이라면 끝까지 파헤쳐야 한다. 개인 비리와 회사 차원의 구조적 문제가 구분되지 않는 한 도덕성 잣대에서 자유로워지기 어렵다. 검찰이 수사에 속도를 올려 속히 끝내줄 필요가 있다. 이와 별도로 책임지고 이끌 새 경영진을 지체 없이 선임해야 한다.


명분과 실용은 얼핏 공존하기 어려워 보인다. 그래도 묘안을 끌어내야 한다. 방산 비리 척결이냐 방산 수출 달성이냐에 대한 조화점 찾기다. KAI에 대한 검찰 수사 결과와 APT 수주 여부가 대표적인 시금석이다.

[윤경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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