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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매경포럼 윤경호

[매경포럼] 물관리 일원화 유감

  • 윤경호 
  • 입력 : 2017.06.14 17:19:04   수정 :2017.06.14 19: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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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의 업무지시 7호였다. 녹조 현상이 심한 4대강 보를 개방하라는 조치 말이다. 그때 함께 나왔던 게 국토교통부에서 맡던 물관리 업무를 환경부로 넘기라는 것이었다.

이관되는 국토부 수자원정책국 예산 1조8108억원은 지난해 환경부 전체 예산의 31%에 달한다.
수자원정책국 인원은 44명이지만 4대강 홍수통제소 152명, 5개 지방국토관리청 소속 하천관리 130명도 함께 간다. 4500여 명을 거느린 수자원공사도 환경부 산하기관으로 편입된다. 겉으로만 봐도 큰 변화다. 변화의 핵심은 수량과 수질 관리를 환경부에서 같이 하라는 것이다. 문외한들에겐 수량과 수질 관리라는 용어가 쉽게 와닿지 않는다. 국민 누구나 깨끗한 물을 마시고 싶다는 바람은 크다. 수질 관리의 필요성이다. 환경부 몫이다. 가뭄에 대비해 충분한 물을 확보하고 홍수를 겪지 않도록 통제하는 일은 국토부 몫이다. 수량 관리다. 재해 예방으로 이어진다. 토목과 건설 등 관련산업 발전과도 직결된다.

1994년 낙동강 수질 오염 사고 후 수질개선 사업을 맡던 국토부 상하수도국을 환경부로 이관했다. 보건복지부에서 맡던 수돗물 수질규제 업무도 환경부로 같이 넘겼다. 이때부터 수량과 수질의 이원화 관리가 시작된 셈이다.

다툴 필요 없이 쉽게 구분되는 듯하나 실제 물관리는 복잡하다. 국토부와 환경부뿐 아니라 다른 부처에도 나눠져 있다. 큰 하천과 댐은 국토부, 작은 하천은 국민안전처, 농업용 저수지는 농림축산식품부가 각각 관리한다. 먹는 물에서도 광역상수도는 국토부, 지방 및 간이상수도는 환경부가 맡는다. 문제가 생기면 연관 부처에 역할을 추가하다가 나타난 결과다.

그렇더라도 환경부로의 물관리 업무 일원화는 지금까지 구축돼 있던 견제와 균형 시스템을 깬다는 점에서 문제다. 국토의 대동맥인 하천을 토지와 분리해 국토관리 업무를 땅 따로, 강 따로 해야 하는 엇박자도 생긴다.

수량과 수질 관리로 좁혀서 보더라도 칼로 무 자르듯 쉽게 정리되기 어렵다. 감시와 단속을 무기로 환경보전을 우선하는 부처가 댐 건설, 하천 정비 같은 수량 관리와 수질 개선을 위한 개발사업을 주도적으로 할 수는 없는 일이다. 개발사업 하러 다니는 환경부 공무원에게 수질 감시와 단속을 위한 특별사법경찰권을 부여하는 게 맞는지 반론도 클 것이다. 같은 부처 내에 한쪽에서는 수량 확보와 유지 관리를 위한 사업을 펼쳐가고, 다른 쪽에서는 수질 오염 예방과 단속을 동시에 같은 무게로 수행할 수 있을까 고개를 갸웃하는 전문가들이 많다. 선수가 심판까지 겸하는 운동 경기와 다를 게 없기 때문이다.

물관리 일원화 조치를 이명박정부 때 시행된 4대강 사업에 대한 책임을 묻는 감사원의 감사나 정책 결정 및 집행 과정 조사와 연결시키면 정치적 공세로 변해버린다. 수량과 수질 관리 일원화는 학계나 전문가들 사이에 필요성을 놓고는 한목소리이지만 방향에서는 백가쟁명에 가까울 정도로 엇갈리는 의견이 존재하는 어려운 사안이다. 혹시라도 정권 초기의 높은 지지율에 입각한 대통령의 즉흥적인 지시나 결정이라면 아무리 좋은 의도라도 취지와 멀어질 수 있다.

물관리 정책은 단순히 적정 양의 물을 확보하는 데만 있지 않다. 인간과 자연 간의 관계라는 큰 그림 속에서 통합적으로 고려돼야 한다. 국립공원이나 하천 등에서 우리보다 앞선 체계를 갖춰놓은 미국은 물관리에 관여하는 부처가 내무부, 환경부, 농무부에다 육군공병단까지 8개 기관에 이른다. 획일적인 일원화를 통한 효율성보다는 견제와 균형을 선택한 것이다.


환경부는 국토부, 농림부, 산업통상자원부,지방자치단체 등 각각의 기관에 수질 관리에 대한 지침을 내리고 감시와 규제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런 점에서 차라리 환경부를 환경처로 바꿔 국무총리실 산하에 두고 각 부처를 견제하는 체계가 나을 수도 있다.

수질과 수량의 통합 관리가 선진국형으로 가는 길은 맞는다. 그러나 주변 여건을 먼저 조성하는 중간 과정을 생략하고 한걸음에 훌쩍 건너뛰면 예상 못한 함정에 빠질 수 있다.

[윤경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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