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k

  • 구독신청
검색전체보기
 

오피니언매경포럼 윤경호

[매경포럼] 국가비전 2030 업그레이드 하라

  • 윤경호
  • 입력 : 2017.05.17 17:20:40   수정 :2017.05.17 19:11:50
  • 프린트
  • 이메일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공유
330172 기사의 0번째 이미지
문재인정부에서 중용되는 관료 출신들을 보면 공통점이 있다. 노무현정부 때 청와대에 파견돼 일했던 경험을 가졌다는 점이다. 홍남기 국무조정실장과 이정도 청와대 총무비서관이 대표적이다. 추가로 발표될 청와대 참모나 정부 부처 장차관 중에도 비슷한 경력을 가진 이들이 많을 것 같다.
일찌감치 인연을 쌓았으면 부름을 받겠지만 그렇지 못했던 이들은 발만 구르고 있을 게다. 요즘 공무원 사회에서 뒤늦게 꺼내 보는 옛 보고서가 있다고 한다. 참여정부 때 만들어진 `비전 2030`이다. 중장기 차원에서 국가의 나아갈 방향을 짚은 것으로 2006년 발표됐다. `비전 2030-함께 가는 희망 한국`이 제대로 된 제목이다. 보고회의는 그해 8월 30일 열렸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주재했다. 장병완 전 기획예산처 장관이 발표를 맡았다. 성장과 복지를 동시에 이루기 위한 과제라며 50개를 제시했다. 이를 달성해가면서 2010년 선진국으로 진입하고, 2020년대 세계 일류국가로 도약하고, 2030년에는 국민소득 4만9000달러 부자나라로 삶의 질 세계 10위에 진입한다는 비전을 나열했다.

2030년에 그려지는 대한민국의 모습은 이런 것들이었다. 우선 재정에서 복지 분야 지출 비중이 40%에 이른다. 2005년 당시 25.2%였으니 파격적인 증가다. 세부적으로는 노인수발보험 적용 대상을 노인 인구의 12%로 확대하고, 육아비용의 부모 부담률이 37%로 줄어들도록 하겠다는 대목도 있다. 재원 확보와 관련해 근로장려세제(EITC)가 전체의 21%까지 확대되도록 하는 방안도 있다.

하지만 부자나라로 발돋움하면서 삶의 질을 확 끌어올리기 위한 복지 확대에 1100조원의 재원이 들어가야 하는데 구체적인 확보 방안을 제시하지 않았다. 야당과 비판론자들은 25년 후 다가올 천국을 그렸지만 정작 그곳으로 가는 방법과 길은 제시하지 못했다고 혹독하게 질타했다. 여권 내부에서도 한 해 뒤에 치를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증세 논란으로 번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부담스러워했다.

너도나도 혹평을 해놓고는 이후 선거에서 각 정당과 후보들은 이때 나온 복지 플랜을 속속 인용해 써먹었다. 2007년 대선에서 이명박 후보는 무상보육과 반값 등록금 공약을 따 갔다. 민주당은 2010년 지방선거에서 학교 무상급식 공약을 그대로 이어받았다. 2012년 대선 때 박근혜 후보가 택한 생애주기별 맞춤형 복지라는 개념도 비전 2030에서 나온 표현이었다.

문재인정부 5년간 국정운영의 밑그림을 그릴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운영 계획이 지난 16일 발표됐고 김진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위원장에 지명됐다. 과거 다른 정부와 달리 이번에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를 가동할 수 없어서 이를 대신할 기구라지만 새 정부의 국정 방향과 목표를 세우는 게 주된 일이라고 한다. 대선 때 밝힌 공약 가운데 가지치기를 한 뒤 우선순위를 부여하고 재원 조달 방안을 종합해 실행 가능한 로드맵을 만드는 작업을 한다니 기대를 건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미 준비된 후보라는 점을 강조했고 선거대책위 산하의 국민의나라위원회에서 집권 후 플랜을 짜 놓았다고 전해진다. 취임 후 100일 동안 드라이브를 걸 개혁 과제도 이미 갖고 있다니 국정기획자문위원회에 넘겨 다듬기만 하면 될 듯하다.

문제는 문재인정부 5년 이후에도 이어질 대한민국의 중장기 진로와 모습이다. 임기 내 어떻게 꾸려갈지를 국민에게 설명하는 것은 집권한 대통령과 정부의 당연한 임무다.
집권 기간에만 연연하지 않고 설사 정권이 반대편으로 넘어가더라도 유지될 국가 차원의 중장기 전략을 지금부터 세워야 한다. 노무현정부의 비전 2030은 임기 1년 반 정도를 남긴 시점에 꺼내 정권 말에 내놓는 청사진을 무슨 동력으로 추진해가겠다는 것이냐는 비판에 시달렸다.

70일만 한시적으로 운영한다는 국정기획자문위원회의 활동 시한을 연장하는 것도 고려해보라. 국가 중장기 전략을 짜고 챙길 상시 기구로 전환하는 것도 방법이다. 이번에는 비전 2030을 넘어 비전 2050을 국민에게 제시하기를 주문한다.

[윤경호 논설위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매경포럼 윤경호 더보기

오피니언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