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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매경포럼 윤경호

[매경포럼] 靑 비서진부터 줄이길

  • 윤경호
  • 입력 : 2017.03.22 17:04:00   수정 :2017.03.22 19:2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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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정부 시절 청와대 측이 희한한 논리를 편 적 있다.

2011년 7월 이명박 대통령이 권재진 민정수석을 법무부 장관으로 지명하자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했다. 검찰과 법무부를 지휘하는 자리에 곁에 두던 수석을 보내는 건 공정성과 중립성을 보장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법무부 장관을 대통령의 비서 정도로 보는 인식에 우려를 표한다고 공격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렇게 설명했다. "대통령제하에서는 수석이나 장관 모두 대통령의 스태프(참모), 어드바이저(자문), 세크리터리(비서)일 수 있다"고. 특히 미국에서 장관을 표기할 때 세크리터리(secretary)로 쓰지 않느냐며 청와대 참모를 법무부 장관에 기용하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인수위 시절 `아륀지 정부` 비아냥을 받았던 원죄를 상기시키려는 듯 야당은 영어 표현을 물고 늘어지며 다시 반박했다. 미국에서 다른 장관은 세크리터리로 부르는 게 맞지만 법무부 장관만큼은 `어터니 제너럴(Attorney General)`로 부른다며 연방검찰과 FBI를 지휘하는 법무부 장관만큼은 다르게 표기하는 걸 모르느냐고 질타했다. 당시 7선으로 국회 현역 최다선이던 조순형 의원은 대통령령으로 임명하는 수석비서관과 헌법에 의거해 국무총리 제청으로 임명되는 장관의 법적 지위를 어떻게 같이 놓고 비교하느냐고 일갈했다.

10년 전 워싱턴 특파원으로 갔을 때 장관을 세크리터리로 표기하는 게 처음엔 의아했다. 우리나 유럽처럼 미니스터(Minister)를 쓰지 않았다. 미국 전문가 설명으로는 장관은 해당 부처 업무를 대통령 대신 집행하는 책임자일 뿐 아니라 참모이고 비서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MB정부 청와대 측 설명이 틀린 건 아니었다.

그런데 우리와 크게 다른 대목이 따로 있었다. 대통령비서실에 각 부처를 나눠 각각 관장하는 수석비서관이 미국에는 없었다. 각 부처에 맞춰 수석을 따로 두는 우리 식의 옥상옥이나 이중구조를 볼 수 없었다.

미국 대통령비서실엔 안보, 정무, 의전, 홍보를 맡는 비서진 정도만 둔다. 국가경제위원회(NEC)나 국가무역위원회(NTC) 같은 자문조직이나 무역대표부(USTR) 등 대통령 직속 집행기구도 있지만 비서진과는 역할이 다르다. 우리처럼 대통령의 특명을 내세워 업무 조정이라는 명분으로 각 부처 위에 군림하지 않는다. 백악관에서 멀어봐야 10분 거리 안에 있는 장관들은 언제든 대통령 집무실로 달려와 숙의하니 수석비서관 따로, 장관 따로 둘 필요가 없다.

박근혜정부의 청와대 근무 인력은 대통령비서실 443명, 국가안보실 22명을 합쳐 465명에 달했다. 정식 직제 외에 파견을 합치면 실제로는 500명을 웃돌 거다. 김영삼정부 땐 300명대 후반에 그쳤다. 김대중정부는 임기 초 비서실 축소를 내걸었다. 외환위기를 감안해 고통분담 등의 용어를 써가며 의지를 보였지만 결국 비서진을 늘렸다. 노무현정부는 어느 정권보다 적극적으로 대통령 직속 위원회와 비서진을 키웠다. 언론과의 전쟁을 불사했으면서 되레 홍보 관련 직제를 확장했다.

주요 대선후보들은 당선되면 대통령 집무실을 이전하거나 근무 형태를 개편하겠다는 공약에는 공을 들여도 청와대 비서진 축소에는 인색하다. 앞선 이들 쫓아가기 바쁜 바른정당 남경필 경기지사와 국민의당 손학규 전 경기지사 정도가 비서실 축소를 내세울 뿐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서 확인된 제왕적 대통령제는 비대한 청와대 조직에다 본인의 불통이 겹쳐 나타난 현상이었다. 국정이 제대로 운영되려면 국무회의에서 주요 결정을 내려야 한다. 각 부 장관들에게 정책 집행의 실권과 인사권을 줘서 내각 중심으로 굴러가게 해야 한다.

대선후보들은 제왕적 대통령제 개선을 외치지만 권력구조 개편에는 개헌이 필요하다. 복잡한 절차 제쳐두고 자신의 의지로 할 수 있는 제왕적 청와대 조직 혁파부터 먼저 실천해보라.

[윤경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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