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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형 칼럼] 대통령의 변화, 여우와 고슴도치

  • 김세형 
  • 입력 : 2018.08.14 17:22:32   수정 :2018.08.14 17:3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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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이 50%대로 하락하자 정책들이 홍수처럼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인터넷뱅킹 활성화, 전기료 할인, 혁신성장 동력 플랜 같은 내용들이다. 내용 면에서 천동설에서 지동설의 세계로 이동하는 것만큼이나 좋다. 진작 이런 대책들이 시행됐더라면 일자리도 생기고 경제성장률도 높아져 국민이 행복했을 것이다.
그런데 모든 일은 때가 있는 법이다. 이런 스마트한 정책들이 발표될 즈음 하필이면 주가는 폭락하고 세계 금융위기론이 다시 퍼진다. 실력도 없는 터키의 에르도안이 트럼프에게 대들다가 리라화 폭락으로 발전하며 한국 증시는 그저께 15개월 만에 최저치로 주저앉았다.

요즘 재벌들은 정권에 잘 보이려 연간 몇십조 원을 투자하고 몇만 명을 뽑겠다고 발표하는데 위기가 고조되면 정말 그렇게 할까. 가장 중요한 것은 신뢰다. 새 정책들을 과연 대통령의 국정운영 변화로 간주해도 되겠느냐는 것이다. 그럴 뻔했다. 지난 7월 9일 문 대통령이 인도에서 이재용 부회장을 만나 일자리와 투자를 당부할 때 삼성에 대고 하는 차원을 넘어 한국 재계 전체에 화해 무드, 즉 우측 깜빡이로 재계는 해석하려 했다. 기업인을 더 많이 만나라고 참모들에게 당부했으니 더욱 그렇게 생각했다. 그 후 한 달 동안 쏟아져 나온 정책은 뭐였나. 스튜어드십 코드, 원가 공개, 최저임금 10.9% 인상 강행, 공정위의 재벌 잡는 법안 등이었다. 초강력 좌측 깜빡이들이다. 그리고 김동연-장하성 간 `구걸` 소동은 피니시 블로였다. 이 문제에 대해 대통령은 교통정리를 하지 않았고 재계는 냉소로 돌았다.

이 순간 우리의 뇌리에는 이사야 벌린의 여우와 고슴도치 이야기가 번뜩 떠오른다. 여우는 여기저기 참견하며 노련하게 하는 재주가 많다. 고슴도치는 다방면의 재주는 없으나 큰 것 한 방의 이치는 안다. 여우가 못하는 것을 고슴도치는 고집스레 밀고 나가 성취할 수 있다.

대통령의 인기가 50%대로 주저앉는 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매우 적절한 표현을 했다. "문 대통령의 인기는 판문점에서 김정은과 포옹할 때 하늘 높이 올라갔으나 민생고가 깊어지자 다시 땅으로 하강했다. 현실을 마주한 대통령은 선택에 직면했다…." 문재인정부 15개월 동안 소득주도, 최저임금에 매달렸지만 결과는 매우 안 좋다. 대통령은 무슨 선택을 해야 할 것인가.

첫째는 방향을 확고히 하는 일이다. 깜빡이를 좌우측 동시에 켜 놓으면 차(車)는 멈춘다. 친기업, 경제활성화 방향을 정했으면 일단 좌측 깜빡이는 접어두는 용기가 필요하다. 예컨대 탈원전이나 스튜어드십 코드는 철수해버리는 단안 같은 것이다.

둘째, 김동연-장하성의 내분을 정리해야 한다. 컨트롤타워가 흔들리면 되는 일이 없다. 어제까지 자본론을 외치던 자가 갑자기 국부론으로 가겠다면 누가 믿겠는가? 일은 사람이 하는 것이다. 경제장관들도 실력이 없다는 평이다.

셋째, 한국판 제조업 2025 계획이나 독일 인더스트리 4.0 같은 성장 지향 이정표가 필요하다.

영국의 경제학자 앵거스 메디슨은 "성장률이 3% 이하로 떨어진 나라는 꿈을 잃는다"고 했다. 미국은 4.1% 성장하는 동안 한국은 2.8% 저성장함으로써 청년 실업을 포함한 모든 불행의 씨앗이 뿌려졌다. 혁신성장은 아직도 뭘 하자는 건지 모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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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정부에서 청와대가 모든 것을 다하는 전지전능한 존재가 되려는 건 최고의 유혹이자 위헌적이다. 규제개혁 20선(選)을 청와대가 정했다는데 소득주도로 실패했으면 이제 내각으로 돌려라.

문 대통령도 곧 일할 수 있는 시간의 반환점이 된다. 역사적으로 리더십은 민생의 함수였다. 그 훌륭했던 처칠은 히틀러를 때려잡고도 백성이 민생고에 찌들자 선거에 패했다. 소련 공산당을 침몰시킨 순간에 재직했던 부시도 "문제는 경제야!"라는 슬로건 하나에 무너졌다. 참여연대, 민노총, 촛불세력, 재계 모두를 만족시킬 정책은 없다.
대통령은 경제를 세워 일으키는 고슴도치로 가는 게 옳은 방향이다. 탁현민의 여우식 이벤트에도 국민의 감흥은 없다. 이제 평양 정상회담도 흥분이 아니라 실적을 물을 것이다. 지금 국민들은 모든 분야에서 성적표를 보자고 한다.

[김세형 논설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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