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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매경 데스크

[매경데스크] 가짜뉴스와 표현의 자유가 충돌할 때

  • 이근우 
  • 입력 : 2018.11.05 00:06:01   수정 :2018.11.05 16:3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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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뉴스로 온 세상이 난리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자신에게 비판적인 언론에 대해 무조건 가짜뉴스라고 공격하고 있고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 가짜뉴스대책위원회를 만들고 연일 가짜뉴스 공세를 펴고 있다. 또한 검찰과 경찰이 나서서 가짜뉴스 단속에 나선 데 이어 별 성과가 없자 이번에는 다수당의 입법권을 발동해 정부가 직접 가짜뉴스 여부를 판별하고 법으로 강제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아 정치 쟁점으로 변질됐다.
하지만 정부가 나설 경우 표현의 자유와 언론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다분하다. 특히 입법례로 독일을 들먹이며 정부가 직접 허위 사실 여부를 판단하고 사회관계망이나 포털사이트에서 유통이 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것은 더 큰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독일 사회가 유독 허위 정보 유통에 강경한 이유는 1930년대 히틀러 집권 당시 선전, 선동을 통해 유대인 학살과 제2차 세계대전이란 집단 광기로 나라를 몰고간 역사적 특수성 때문이다. 독일의 예가 예외이며 현대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부가 직접 표현의 자유를 규제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표현의 자유와 민주주의라는 개념을 제시한 19세기 사상가 존 스튜어트 밀은 표현의 자유를 절대 보장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인간은 불완전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저서 `자유론`에서 그는 한 개인의 의견과 행동이 아무리 옳다고 해도, 거기에 진리의 모든 것이 담겨 있을 수는 없다고 했다. 아무리 틀린 것이라고 할지라도, 거기에는 옳은 것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모든 개인에게는 사상의 자유와, 자신의 의견을 거리낌 없이 표현하고 토론할 수 있는 표현의 자유가 반드시 필요하다. 그리고 이 같은 자유를 허용하지 않는 것은 어떤 개인이나 집단이 자신은 절대로 틀릴 수 없다는 무오류성(infallibility)을 전제하는 것이고, 그것은 독단이자 독선이며 독재이다. 따라서 어떤 의견이 아무리 틀리고 사회 상식에 어긋나는 것이라 해도, 그 의견을 표현하고 토론하는 자유를 막는 것보다 허용하는 것이 사회에 더 큰 이득이 된다고 말했다.

밀의 지적처럼 거짓말이나 가짜뉴스 또한 의사 표현의 한 수단이라는 사실을 망각해선 안된다. 암만 옳지 않다고 해도 정부의 구둣발이 멈추는 곳에서, 비로소 민주주의와 시장이 작동하기 시작한다. 그렇다고 특정 세력 정치적 의도에 따라 무분별하게 살포되고, 여론 조작과 선동 수단으로 활용되는 가짜뉴스를 이대로 내버려두자는 얘기는 결코 아니다. 밀이 표현의 자유를 역설했던 배경에는 그 자신이 당시에는 소수였기 때문이다. 당시 대다수 시민들이 논의조차 싫어했던 여성 인권과 노예 폐지를 주장하면서 `다수에 의한 독재`가 민주 사회에 가장 큰 위험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사회학자 허버트 마르쿠제가 경고했던 것처럼 오늘날 우리가 당면한 위기는 표현의 자유를 빙자한 또 다른 다수의 횡포다. 유튜브, 카카오톡 등 이른바 SNS 플랫폼을 악용해 디지털 공간에서 퍼나르기와 댓글 조작을 통해 허위 선동을 일삼고, 자신과 틀리다는 이유로 다른 사람들에게 욕설하고 침을 뱉어 침묵하게 하는, 소셜미디어 공간에서의 횡포가 더 큰 위협이다.

사실 가짜뉴스가 없던 시대는 없었다. 하지막 유독 오늘날 문제가 되는 것은, 뉴스가 아닌 뉴스를 마치 사실인 양 무차별하게 유포해 돈벌이에 혈안인 거대 플랫폼 사업자들의 후안무치함 때문이다. 이들에게는 오로지 광고 등 돈벌이만이 목적이다. 광고라는 것 자체가 값비싼 신문 뉴스 가격을 낮춰 뉴스를 소수의 독점이 아니라 대중화하는 민주주의 발전의 한 방편으로 등장했는데 이제는 업자들이 광고수입을 위해 뉴스를 함부로 뿌려대고 댓글을 통한 여론 조작을 방치하면서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지경에 다다랐다.

그렇기에 정부가 직접 가짜뉴스 단속에 나서 입을 틀어막겠다고 할 게 아니라 이를 통해 돈벌이하는 플랫폼 사업자들이 책임을 지도록 하고 위반 시에는 엄중한 책임을 물리는 쪽으로 가야 한다. 유튜브가 문제라면 가짜뉴스에 또 다른 가짜뉴스를 추천하는 알고리즘을 만천하에 공개하고 스스로 검증하도록 해야 한다.
카카오톡을 통한 퍼나르기가 문제라면 무차별 확산되는 가짜뉴스임을 알리는 꼬리표를 붙이도록 책임을 지워야 한다. 네이버 댓글조작 역시 마찬가지다. 페이스북의 경우 개인정보 유출과 가짜뉴스로 논란이 되자 미국 등에서 수천 명을 고용해 일일이 허위 여부를 체크하고 있다. 허위 선동질로 세상이 이성을 잃고 증오와 대립으로 가득 차기 전에 플랫폼 사업자들이 스스로 자율규제 족쇄를 차도록 해야 한다.

[이근우 모바일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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