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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매경 데스크

[매경데스크] 광주비엔날레에서 엿본 도시재생

  • 김주영 
  • 입력 : 2018.11.02 00:06:01   수정 :2018.11.02 18: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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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사과의 고장` 일본 아오모리에 갔을 때 일이다. 화창한 평일날이었지만 거리에 사람이 거의 눈에 띄지 않았다. 흡사 유령도시에 온 것 같았다. 고령화와 인구 감소로 일본 지방도시에 빈집이 무섭게 늘고 있다는 언론 보도를 눈으로 직접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실제로 인구 131만명의 아오모리현 인구는 꾸준히 줄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이 지역에서 이례적으로 북적이는 곳들이 있었다. 바로 아오모리 현립미술관과 도와다 현대미술관이다. 2006년 개관한 아오모리 현립미술관은 샤갈과 나라 요시토모 작품들로 유명하다. 아오모리현은 발레 `알레코`의 무대 배경으로 그린 샤갈의 초대형 작품 4점 중 3점을 20여 년 전에 무려 15억엔이나 들여서 구입했다고 한다. 애초부터 이 작품들의 전시를 염두에 두고 전시관을 설계했다고 하니 그 치밀함이 놀랍다.

이 미술관의 중정(中庭)에는 세계적인 팝아트 작가 나라 요시토모의 높이 8m에 달하는 대작 `아오모리 겐(犬)`이 자리 잡고 있다. 관람객들에게 포토존 역할까지 톡톡히 하는 아오모리의 명물이다. 아오모리는 거액을 들여 구입한 샤갈의 대작들과 10년 가까이 수집한 나라 요시토모 컬렉션으로 일본인은 물론 세계인들을 불러들이고 있었다.

인근 도와다 현대미술관은 또 어떤가. 동네 사람들이 지나가면서, 혹은 빨래를 널며 담장 너머로 미술관 작품 일부를 볼 수 있도록 개방형의 마을 친화적 미술관으로 지어졌다. 여기에 좋은 작품을 유치하기 위해 아예 작업 공간과 전시 공간을 화가들에게 무상으로 내줘 대박을 친 사례다. 대도시에 비해 문화 혜택이 부족할 수 있는 지방 소도시에 이렇게 멋진 미술관들을 자리 잡게 한 지자체의 발상의 전환이 놀랍고도 부럽기까지 하다. 아오모리는 미술관 투어로 연간 100만명이 넘는 방문객이 몰려들고 있다. 인구 감소로 인한 지방 쇠락의 위기를 성공적으로 극복하고 있는 것이다.

아오모리 출신인 나라 요시토모는 요즘 또 하나의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 이른바 `도비우(Tobiu)` 프로젝트다. 일본 홋카이도 시라오이 작은 마을 도비우는 은퇴한 노인들이 사는 10가구가 전부인데, 이마저도 점점 줄어들고 있다. 이 지역의 많은 건물들이 버려지자 그는 폐교를 예술가 레지던스로 재활용해 공동체와 유대를 재창조하기 위한 작업을 하고 있다. 그의 목표는 아이들이 이 마을에 다시 오도록 하는 것이다. 그 일환으로 지역 주민들이 생산한 목탄을 이용한 작품도 제작하고 있다. 인근 마을 소녀들을 등신대로 그린 초상화 다섯 점이 이번 광주비엔날레에서 첫선을 보이고 있다. 전시장에는 나라 요시토모의 도비우 작업실과 마을 사람들의 목탄 생산 작업 등 다양한 사진도 전시돼 있어 도비우 프로젝트를 한눈에 볼 수 있다.

올해 광주비엔날레는 이 프로젝트를 비롯해 지정학적 이민, 국경과 사회 통제, 인도주의 등 이민과 국가, 그리고 도시에 관한 다양한 이슈를 전시하고 있다. 지방발(發) 빈집 쇼크나 이민·난민 문제도 이제 우리 이야기의 일부가 된 마당에 충분히 공감이 가면서도 시야를 넓혀주는 시도다. 전 세계 43개국 작가 165명이 각자의 스토리텔링과 시각을 담은 작품을 300여 점이나 선보이고 있어 방대하지만, 전체를 꿰뚫는 일관된 주제와 확장성은 놀랄 만하다. 독일 유력지 프랑크푸르터알게마이네차이퉁은 최근 광주비엔날레를 `아시아의 도큐멘타`로 평가하기도 했다. 광주비엔날레가 화해와 치유, 그리고 재생의 역사문화적 공간으로 재탄생할 가능성을 엿보게 한다.

다만 예술 문외한이나 학생들도 쉽게 작품에 다가갈 수 있도록 예술과 관객의 쌍방향 소통이 이뤄지는 공간이 좀 더 많았으면 한다.
또 관광 인프라 구축도 급선무다. 방대한 작품들을 제대로 감상하기엔 하루로는 부족한데, 묵을 만한 호텔이 손에 꼽을 정도에 불과하다. 며칠을 머물고 싶어도 숙소가 마땅하지 않아 당일치기를 할 수밖에 없다는 불만이 적잖다.

비엔날레 폐막(11일)까지 이제 일주일여밖에 남지 않았다. 문화예술작품을 통한 도심 재생의 가능성을 엿볼 기회를 놓치지 마시길.

[김주영 문화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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