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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매경 데스크

[매경데스크] '정부의 경제 방기' 음모론 확산되는 까닭

  • 박봉권 
  • 입력 : 2018.10.19 00:07:01   수정 :2018.10.19 13:5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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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중소중견기업인 모임에서 정부의 반기업 행태가 도마에 올랐다. 정부가 시장을 무시하고 기업을 지대나 추구하는 착취·적폐 세력으로 본다는 피해의식이 팽배했다는 전언이다. 경제 바로미터인 삼성전자가 중국의 거센 추격에다 코모디티(일반 상품)화돼 수익률이 추락하고 있는 스마트폰 사업 부문 매각을 저울질한다는 루머가 돌 정도로 경제 상황이 엄중한데도 이상하리만큼 정부가 경제에 아무런 관심이 없다는 성토가 이어졌다. 정부가 일부러 경제를 방기한다는 말까지 나왔다고 한다.
경제가 망가지든 말든 기회 평등이 아닌 결과의 평등에 맞춰진 사회주의적 만민평등주의(egalitarianism) 도그마에 빠져 경제 하향 평준화를 부추긴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진보정권 핵심 지지 기반인 서민층이 확대되면 결국 보수 궤멸을 부르짖는 여당 대표의 큰 그림인 20년, 50년 장기 집권이 현실화될 것이라는 얘기다. 부동산 시장에선 정부가 서울 집값을 잡을 생각이 없다는 음모론이 난무한다. 세금폭탄 카드만 쓰면서 미친 집값 광풍을 수수방관했고 이제 집값이 오를 만큼 오른 뒤에야 찔끔 공급 대책을 내놨다는 것이다. 세금 중과 조치 자체가 부동산을 잡으려는 게 아니라 북한 퍼주기를 위한 세수 마련 꼼수라는 주장도 나온다. 물론 이 같은 음모론과 억측은 팩트가 아니다. 집값과 북한 퍼주기를 연결 짓는 건 괴담에 가깝다. 또 가파르게 식어가는 경제 상황은 문재인 정권 아마추어리즘과 무능의 결과일 뿐 정권 연장을 위해 시대착오적인 유산·무산 계급투쟁을 조장하고 경제를 방치한다는 건 가당찮은 주장일 뿐이다. 그런데도 왜 이처럼 설득력이 떨어지는 피해망상에 가까운 억측이 기업인 그리고 일부 국민 사이에서 터져나오는 것일까. 확증편향적 정의와 당위로 포장한 정부의 이념 과잉 정책 피로감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정책 헛발질 뒤에 메가톤급 부작용이 쓰나미처럼 휩쓸고 지나가면 혈세로 뒷수습에 나서는 병 주고 약 주고식 행보가 도돌이표처럼 반복되고 있다. 업종·지역별로 최저임금을 차등해달라는 영세 중기·자영업자들의 간절한 호소에도 막무가내로 밀어붙이다 불복종 운동에 맞닥뜨리자 부랴부랴 세금 지원책을 내놨다. 미국은 연방정부가 기본 최저임금을 깔아주면 각 주별로 능력에 따라 최저임금을 정한다. 캘리포니아처럼 잘사는 주의 최저임금은 11달러지만 경제력이 달리는 주는 이의 70~80% 수준이다. 52시간 근로시간 단축도 굳이 경직적 적용을 고집하며 기업 손발을 옭아매고 있다. 근로시간 단축으로 아파트 공사기간이 길어지고 인건비가 늘어나면서 결국 분양가가 10~20% 올라가고 근로자는 줄어든 가처분소득을 만회하려 투잡을 뛰어야 할 판이다. 심야시간·주말에 법인카드를 긁은 청와대는 "365일 24시간 일하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한다. 청와대는 근무시간과 상관없이 일할 테니 너희들은 근무시간을 맞추라는 식이다.
내로남불, 특권·선민의식이 여간 불쾌하지 않다. 고용참사로 마이너스 일자리 정부가 될 지경에 처하자 공공기관·정부부처에 2개월간 쓰고 버릴 초단기 인턴 일자리 급조에 들어간 건 비정규직 제로가 정의라고 외쳤던 정부의 자기부정이자 자기모순이다. 기업의 야성적 충동을 가로막는 규제를 풀어 기업 스스로 일자리를 창출하도록 하는 정공법이 있는데도 졸렬한 편법만 쓰고 있다.

세금을 많이 내는 기업과 부자를 대우하기는커녕 적개심만 드러내고, 세계 최고 원전 인프라를 붕괴시켜 남 좋은 일만 시키는 탈원전 자해행위를 지속하고, 시장 자율은 억누른 채 시시콜콜 시장에 간섭·규제하는 전체주의적 유모국가를 지향하고, 첫 단추부터 잘못 끼운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신줏단지 모시듯 하고, 정책 부작용은 무조건 세금으로 땜질하느라 혈세를 낭비하고, 인턴·공무원을 확 늘려 노골적으로 일자리 통계를 조작하고, 최저임금 1만원으로 팍팍 올리고, 획일적 근무시간을 압박해 국가 경쟁력을 추락시키고, 거대 기득권화된 귀족노조 고용세습과 갑질은 애써 외면하고, 한국 경제 아킬레스건인 노동유연성 제고는 좌고우면한다면 베네수엘라화되는 건 순간이다.

[박봉권 과학기술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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