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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매경 데스크

[매경데스크] 노벨문학상과 '포스트 고은'

  • 김주영 
  • 입력 : 2018.10.01 00:06:01   수정 :2018.10.01 14:2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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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노벨상 시즌이 돌아왔다. 올해로 제118회를 맞는 노벨상은 1일 생리의학상 수상자 발표를 시작으로 물리학상, 화학상, 경제학상, 평화상 수상자를 줄줄이 발표한다. 그런데 매년 이맘때면 문학 담당 기자들을 잠 못 들게 만들었던 노벨문학상 수상자는 발표하지 않는다. 수상자를 선정하는 스웨덴 한림원이 잇단 추문에 휩싸여 공정성을 기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노벨문학상 수상자 발표를 건너뛴 것은 75년 만에 처음이다. 1901년 시작된 노벨문학상은 지금까지 일곱 번 중단됐다. 모두 전쟁(1·2차 세계대전) 때문이었다. `미투(ME Too·나도 피해자)` 논란으로 올해 수상자 발표를 중단한 것은 노벨상 역사에 큰 오점을 남긴 것이다.

노벨상 위상이 흔들린 것은 국내에서도 마찬가지다. 올해 등단 60주년을 맞은 `노벨문학상 후보` 고은 시인은 성 추문 의혹으로 법정 소송을 벌이고 있다. 노벨상 후보로 고은의 이름이 언론에 오르내리기 시작한 게 2002년께부터다. 그 이후 언제부터인가는 노벨문학상 발표 시간에 언론사 기자들이 그의 자택 앞에 진을 치기 시작했고, 그 무렵부터 고은 시인은 매년 노벨상 시즌만 되면 해외에 체류했다. 시민들의 기대감으로 인한 스트레스 때문이다. 그런데 올해는 미투 논란에 휩싸인 한림원이 노벨문학상 발표를 연기하고, 고은 시인도 미투 논란에 휘말리면서 매년 반복했던 그 유쾌한 난리법석을 건너뛰게 됐다.

15년째 노벨문학상 후보로 거론된 고은 시인은 불가의 수도자에서 작가로, 민주화운동 투사로 살았던 파란만장한 삶으로도 유명하다. 일각에서는 독재정권에 대한 저항과 인류애 등을 쓴 그의 시들이 스웨덴 한림원의 취향에 맞는다며 노벨상 수상 가능성을 점치기도 했다. 또 그의 국제적인 인지도, 국제 문단과 비평계의 너른 인맥도 그를 유력 후보로 꼽게 한 요인들이다. 하지만 그렇게 오랜 기간 노벨문학상 후보로 거론된 것에 비하면 정작 고은 시인의 작품을 기억하거나 읽은 국민은 많지 않다. 고은 시인의 대표작 하나 읊을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싶다.

`노벨상 유력 후보`가 추락하자 요즘 그의 뒤를 이을 새로운 후보들 이름이 들린다. 고은 시인과 함께 단골로 거론되던 황석영 외에도 프랑스 소설가 장마리 귀스타브 르 클레지오(2008년 노벨상 수상자)가 지목한 소설가 이승우, 맨부커 인터내셔널상을 받은 소설가 한강, 재미 작가 이창래 등이다. 마치 김연아 선수 은퇴 후에 그 뒤를 이을 올림픽 금메달 후보군으로 `포스트 김연아`가 떠오른 것 같은 형국이다.

어느 순간 노벨상은 우리 민족의 숙원이 됐다. 월드컵 4강 진출, 올림픽 수위권 진입을 이뤄낸 우리에게 남은 미션 같은 거다. 노벨문학상도 올림픽 금메달 따기나 월드컵 국가 대항전처럼 `나가자 싸우자 이기자`로 달려드는 것 같다. 게다가 "옆집 똘이, 순이도 우등상을 받아 오는데, 왜 너는 못 받니" 하고 혼내듯이 "중국, 일본도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나오는데 왜 우리는 상을 못 타느냐"고 문제 제기를 한다.

하지만 우리는 똘이, 순이만 못하다. 노벨상을 받으려면 작품은 기본이고 그 작품을 외국에 잘 알릴 수 있도록 번역도 잘돼야 하며 문학 연구 인프라스트럭처도 갖춰야 한다. 그리고 이런 것들보다 더 중요한 것이 바로 작품을 향유하고 사랑하는 두꺼운 독서층이다. 국내 독자층이 얄팍한 실정에서 노벨문학상은 요원하다.

미국 문학평론가 마이틸리 라오는 `한국은 정부의 큰 지원으로 노벨문학상을 가져갈 수 있을까`라는 제하의 `뉴요커` 기고에서 "한국인들은 책도 읽지 않으면서 노벨문학상을 원한다"고 꼬집기도 했다. 그는 "한국의 식자율(識字率)이 98%에 달하고 출판사들은 매년 4만권의 새 책을 내놓지만, 정작 30개 상위 선진국 가운데 국민 한 명당 독서 시간이 가장 적은 나라가 바로 한국"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통계에 따르면 한국인의 독서 시간은 하루 평균 6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꼴찌다. 성인 10명 중 3명은 1년간 단 한 권의 책도 읽지 않는다고 한다.

노벨문학상 작가가 하나쯤은 있어야 국격(國格)이 높아진다는 생각은 착각이다.
노벨상이 국격을 높여주진 않는다. 책 읽는 독자층이 두꺼우면 국격은 자동으로 올라간다. 그리고 노벨상도 자연스럽게 따라올 것이다. 가을, 독서의 계절이 돌아왔다.

[김주영 문화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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