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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매경 데스크

[매경데스크] '편의점 옆 편의점' 딜레마 너머엔…

  • 이은아 
  • 입력 : 2018.09.14 00:07:01   수정 :2018.09.14 17:3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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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을 새로 열 때 본사와 편의점주가 사인하는 가맹계약서에는 `동일 브랜드 간 동선거리 250m 이내에 신규 출점을 금지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그런데 같은 브랜드가 아니라면 얘기는 달라진다. A편의점 바로 옆에 B편의점이 들어서거나, 같은 건물에 다른 브랜드 편의점이 문을 열어도 막을 방법이 없다.

`한 집 건너 편의점`이 낯설지 않은 상황에서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경영난에 빠진 편의점주들은 본사에 근접출점 제한을 요구하고 나섰다.
중소벤처기업부도 지난달 발표한 소상공인·자영업자 지원 대책에 편의점 출점 경쟁 완화 방안을 담았다. 업체들이 자율규약안을 마련해 심사를 요청하면 적극 검토하겠다는 것이다. 편의점 가맹본부가 회원으로 있는 한국편의점산업협회는 `기존 편의점의 80m 이내에는 출점을 자제하자`는 자율규약을 마련했다. 하지만 자율규약은 시행되지 않고 있다. 자율규약 자체가 공정거래법 위반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업계는 자율규약에 대한 유권해석을 공정거래위원회에 요청했지만, 공정위는 차일피일 답을 미루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자율규약은 과거 공정위가 `카르텔`로 규정했던 사안이다. 1994년 편의점 업계는 `기존 편의점 80m 이내 출점 자제` 자율규약을 만들었지만 공정위는 2000년 이 자율규약이 `부당한 공동 행위 금지 위반`이라며 시정명령을 내렸다.

이미 `카르텔`로 판정했던 자율규약을 업계가 다시 들고 왔으니 공정위의 난감한 처지도 이해하지 못할 일은 아니다. 자영업자 보호 필요성에는 동의하지만 이제 와서 과거 판단을 뒤집기도 어려울 뿐 아니라 출점 제한이 경쟁 제한으로 이어져 소비자 불편을 낳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출점 제한은 예비 창업자들의 진입 문턱을 높이고, 시장점유율이 높은 사업자에게만 유리하다는 지적도 있다. 공정위 전속고발권이 폐지되면 이 사안에 대해 나중에 검찰이 `법 위반`이라는 판단을 내릴 수도 있어 또 다른 부담이다.

편의점주와 정부 사이에 낀 편의점 본사들도 곤란하기는 마찬가지다.

업계는 공정거래법은 부당하게 경쟁을 제한하는 공동 행위를 금지하지만 산업구조 조정, 중소기업 경쟁력 향상 등의 목적으로 공정위 인가를 받으면 예외를 인정하는 만큼 공정위가 편의점주 보호를 위해 자율규약을 인가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인가가 어렵다면 이런 사정을 편의점주들에게 명백하게 공개라도 해달라고 요청한다.

그야말로 `진퇴양난`이다.

그렇다고 결정을 미룬 채 시간만 끌 수는 없는 일이다. 국민적 공감대를 확인해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방법도 고려해볼 수 있다.이미 가맹사업법은 프랜차이즈 업계의 영업지역을 법적으로 보장한다. 이 역시 공정거래법과 충돌하지만, 특별법인 가맹사업법을 우선해 적용한다. 동반성장위원회가 추진하는 여러 `상생` 관련 대책도 공정거래법에 배치되는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근접출점 제한 문제를 해결한다고 자영업자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정부는 편의점 본사를 움직여 편의점주의 고충을 일부 덜어주는 것으로 자영업자 문제 해결에 앞장섰다고 자위해서는 안된다. 마치 편의점이 모든 자영업자를 대변하는 것처럼 몰고 가는 것은 더욱 위험하다. 편의점주들은 그나마 최저 수익을 보장하고 전기요금을 보조해주는 본사라는 `비빌 언덕`이 있는 자영업자다. 하지만 600만 자영업자 가운데 편의점주는 4만명 안팎에 불과하다. 대부분 영세자영업자는 `비빌 언덕`조차 없는 것이 현실이다.

따지고 보면 편의점주들의 집단행동을 부른 것은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이다.


지난해 한 편의점 본사의 일본인 직원은 `올해 최저임금이 16.4% 인상됐다`는 신문 기사를 보고 `대형 오자(誤字)`가 났다고 호들갑을 떨었다고 한다. 신문사가 6.4%를 16.4%로 잘못 적었다고 생각한 것이다. 최저임금 인상률이 상식을 뛰어넘는 수준이었음을 방증하는 웃지 못할 얘기다. 자영업자를 궁지로 몬 `원인`에서 `해법`도 찾아야 한다.

[이은아 유통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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