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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매경 데스크

[매경데스크] 기술 인재 붙잡을 비책 서둘러야

  • 장종회 
  • 입력 : 2018.09.10 00:06:01   수정 :2018.09.10 17:3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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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만난 한국과학기술원(KAIST) 학생들에게 들은 얘기는 놀라웠다. 동문수학하던 A급 개발자들이 잇달아 미국으로 훌쩍 기술이민을 가버렸다는 것이다. 그 가운데엔 국제올림피아드에서 금상을 받은 K씨 같은 천재도 몇 명 끼어 있다. 국내엔 그렇잖아도 고급 소프트웨어 엔지니어가 턱없이 부족한 형편. 기업들이 서로 모셔가려고 난리인데 왜 그랬을까. 병역 때문이란 걸 듣고는 우리 현실이 참 딱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얼마 전 끝난 아시안게임을 둘러싸고 벌어진 병역특례 논란도 지켜보는 내내 불편했다. 손흥민을 비롯한 `금메달리스트 병특` 이슈에 다른 모든 얘기가 파묻혔다. 초미의 관심사였지만 접근 방식은 단편적이었다. "BTS(방탄소년단)는 왜 안 되나" "스포츠 병특 없애라"는 설왕설래에도 기술인재를 붙들 이공계 병특제는 관심 밖이었다. 이참에 40여 년 전 유신 때 국위 선양이라는 미명 아래 만들어져 누더기가 된 일방통행식 병특제를 되짚어봐야 하지 않을까.

주지하듯 2년쯤 전엔 이공계 병특제 폐지를 둘러싼 논란이 뜨거웠다. 군입대자가 줄어 매년 2만~3만명씩 부족하다니 군당국의 고심도 이해하지 못할 바 아니다. 하지만 서울대 공대조차 석사과정 지원자가 미달할 정도라면 다시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2년 전만 해도 공대와 중소기업계에서 제기한 `인재 유출`은 그저 우려였다. 이젠 기술이민으로 아예 조국을 등지는 청년들까지 나온다니 미래를 걱정해야 할 판이다.

기왕에 2023년까지 완전히 없애기로 했더라도 이공계 병특 범위를 좁히거나 숫자를 줄여 존치하는 건 불가능한가. 군에 골프장·테니스장 관리병이 꼭 필요한가. 외주로 해결할 걸 국방의무를 진 병사들에게 맡겨야 하는지 차분히 따져보자. 만능이 된 드론을 10만대만 날리면 보초 병력도 대폭 줄일 수 있지 않을까. 첨단 기술을 써 비용을 줄이면서도 효율적 병무가 가능한 길이 많을 게다.

한때 선단식으로 세계를 호령하던 우리나라 게임 업체들이 중국에 밀려 힘을 못 쓰는 데엔 학사 병특제 폐지가 한몫했다. 고급 인력이 중소 게임 업체를 찾는 이점이 사라지자 기술력이 형편없이 쪼그라든 것이다. 소프트웨어 개발자로 유명세를 떨친 이해진·김범수·김정주·김택진·이찬진 등 50대 엔지니어 부자는 예외 없이 병특 출신이다. 배틀그라운드라는 슈팅게임으로 떼돈을 번 40대 장병규 4차산업혁명위원장도 마찬가지. 리니지, 바람의 나라, 카트라이더 등 공전의 히트를 한 게임이 모두 병특 작품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제 더 이상 그런 게임이 나오지 않는 건 병특 폐지와 무관하지 않다. 국내에 남아서 기술 개발에 매진하는 천재급 인재는 우리의 미래 먹거리를 책임질 보배다. 그들을 국내에 붙들어놓을, 병특보다 더 확실한 방법을 고안하지 못했다면 폐지가 최선인지 돌아봐야 한다. 큰 틀을 엉망으로 둔 채 최근 정부가 발표한 데이터 전문 인재 5만명 육성 전략은 현실감이 떨어진다. 내년에만 1조원을 들인다는데 반응은 `글쎄`다. 대어는 다 놓치고 그저 숫자 목표에 집착하는 꼴이다. 지금 같은 환경이라면 뇌·컴퓨터공학 등 석·박사급 고급 인재를 국내에서 길러낼 수 있을까. 애써 키운다 한들 그들이 국내에 남기나 할까.

`천인·만인 계획`으로 돈을 앞세워 기술 인재를 끌어들이는 중국처럼은 못해도 그나마 있는 인재를 뺏기지 않을 궁리가 필요하다. 중국은 1990년대 중반부터 중국계 국외 인재를 불러들이려 무진 애를 쓰고 있다. 백인 계획에서 시작해 금융위기 때엔 천인 계획으로 업그레이드했다. 바이오·에너지·금융·정보통신·반도체 등 분야에서 55세 이하 박사 1000명을 데려오는 프로젝트다. 최고 100만위안(약 1억7000만원)의 생활비에 건강보험, 자녀교육비는 물론 연구자금도 100만~500만위안을 준다. 파격 대우지만 자유가 보장되지 않을 거라며 꺼리자 유명 대학 교수로 채용하는 등 지원을 늘렸다. 2012년부터는 자연과학·철학·사회과학 등을 망라해 고급 인재 1만명 선발에 나섰다.


중국은 덩샤오핑 시절부터 외국에 유학생을 보내 선진 기술 학습에 열을 올렸다. 덩샤오핑은 외국으로 나간 인재 상당수가 귀국하지 않자 "돌아오지 않으면 더 많이 내보내라. 그러면 더 많은 인재가 돌아오지 않겠느냐"며 독려했다. 국내라면 `먹튀` 비난이 쏟아지고 당장 프로젝트가 백지화됐을지 모른다. 지금 우리에겐 덩샤오핑처럼 길고 크게 보는 눈이 절실하다.

[장종회 4차산업혁명교육부장 겸 프리미엄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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