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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데스크] 정부가 시장을 이길 수 없다는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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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지난해 7월 이 칼럼을 통해 `정부가 시장을 이길 수 있다는 착각`이라는 제목의 글을 썼다. 노무현정부 때 집값 안정 실패의 원인이 시장원리를 무시한 전방위 규제였으며, 이번 문재인정부에서는 이를 되풀이해서는 안된다는 요지였다.

1년여가 지난 지금 서울 집값은 안타깝게도 노무현정부의 실패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정권 출범 이후 정부는 거래, 금융, 세제 등 전방위에 걸쳐 규제를 쏟아냈다.
주택의 생성 시점을 보더라도 재건축 초기 단계, 분양 단계, 완공 후 기존 주택 등이 망라돼 있다. 하지만 시장은 아랑곳없이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8·2 부동산 대책이 나온 이후 1년간 서울 25개구의 집값은 평균 16.4% 올랐다. 지난 5년의 연간 상승률은 2013~2014년 0.7%, 2014~2015년 5.5%, 2015~2016년 6.2%, 2016~2017년 12.4%다. 집값을 잡겠다고 규제를 가하니 되레 집값이 폭발했다.

올 7월 이후 상승세에는 `미친 집값`이라는 표현도 과하지 않다. 강남권과 일부 강북에 한정되던 상승세가 서울 전 지역으로 퍼져 있다. 입주 물량이 몰리고 미분양에 신음하던 경기도마저 상승세에 합류했다.

지난 1년간 한국 경제가 그 이전 5년보다 좋아졌는가. 그사이 서울 인구는 더 줄었다. 고용은 더 악화됐고, 자영업자들의 비명은 더욱 커졌다. 집을 살 수 있는 경제적 여유가 넉넉해졌다고 누구도 단언할 수 없다. 부동산 시장에 달라진 것은 정부의 강한 규제뿐이다.

늘 그랬듯 시장은 정부를 앞서갔다. 다주택자에게 세금을 왕창 매기니 `똘똘한 한 채`를 찾아 강남권으로 몰려들었다. 재건축에 규제를 쏟아내니 교통과 교육 환경이 양호한 다른 지역으로 매수세가 옮겨갔다. 풍선효과가 곳곳으로 퍼지며 집값을 올렸다.

시장이 정부 의도와 반대로 움직이기도 했다. 정부는 시세차익을 볼 수 있는 환경을 제거하면 매수가 따라붙지 않을 것으로 기대했다. 재건축 단지의 경우 조합원 지위 양도 금지 조치를 내렸다. 분양권도 서울에서는 완공 때까지 팔 수가 없다. 다주택자들에게는 양도소득세를 대폭 올렸고, 세제 혜택을 부여하며 민간 임대사업자로 등록을 유도했다. 이리 하니 시장에서 매물이 잠겨버리는 역효과가 났다. 집을 팔 수 없게 만들어놨는데, 수요는 꾸준하니 집값은 오를 수밖에 없다.

시장은 그동안 정부에 공급을 늘려야 한다고 요구했다. 좋은 곳에 양질의 새집에서 살고 싶은 욕구를 막을 게 아니라 그런 집을 늘려야 집값이 잡힌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정부는 재건축을 못하도록 안전진단을 강화했고, 초과이익환수제를 예정대로 시행하는 것은 물론 근거도 불분명한 억대 예상 부담금을 발표하며 "재건축을 해봐야 돈이 안되니 관심을 끄라"고 압박했다.

규제로 억누르려던 시도의 한계를 느꼈는지 정부는 이제 공급 확대 카드를 꺼냈다. `만시지탄`이고,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지만 시장 요구에 반응했다는 측면에서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아직 정부가 규제만능주의, 우월의식에서 벗어났다고 보기는 어렵다. 갭투자에 우회 사용되는 상황을 막기 위해 연소득이 7000만원을 넘으면 전세대출을 못 받게 하겠다고 엄포를 놨던 해프닝이 대표적인 `규제만능주의` 사례다. 다주택자의 임대사업 등록을 유도한다며 세제 혜택을 줬다가 8개월 만에 다시 줄이겠다는 발상은 시장 혼란은 안중에도 없는 `정부우월주의`로 볼 수 있다.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은 "국민의 삶을 위한 주택 정책은 시장이 이길 수 없다"고 못 박았다. 조만간 나올 예정인 추가 대책은 1주택자의 목도 죄는 내용이 포함된다고 한다.

노무현정부 5년과 문재인정부 1년을 지나며 시장의 요구를 무시하고 규제로만 일관해서는 집값을 잡을 수 없다는 교훈을 얻었다. 그런데도 변화가 없다면 `정부는 시장을 이길 수 있다`는 `오기`로 비치기 시작할 것이다.

[임상균 부동산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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