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k

  • 구독신청
검색전체보기
 

오피니언매경 데스크

[매경데스크] 고객 신뢰 저버린 은행들

  • 김대영 
  • 입력 : 2018.07.08 17:12:32   수정 :2018.07.08 21:54:24
  • 프린트
  • 이메일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공유
429520 기사의 0번째 이미지
최근 시민단체가 시중은행 3곳이 대출금리를 조작했다며 사기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금융 소비자를 속여 부당한 이자를 매기고 경제적 이득을 취했다는 이유에서다.

이번 고발은 금융감독원이 9개 은행을 대상으로 대출금리 산정체계를 점검한 결과에 따른 것이다. 경남은행을 비롯한 은행 3곳에서 총 1만2279건, 26억6900만원의 대출이자를 더 받았다.
특히 경남은행은 100곳 넘은 점포에서 대출 1만2000여 건(최대 25억원)에 대해 과도하게 이자를 물렸다. 고객이 소득이 있는데도 이를 누락하거나 줄여서 입력하는 방식으로 대출금리를 높게 받았다. 소득이 없거나 적으면 대출금 상환 가능성이 낮아져 당연히 대출금리도 올라가서 고객에게 불리해진다. 은행 대출금리는 기준금리와 가산금리를 합산해 결정된다. 기준금리는 은행연합회가 주요 8개 은행이 자금을 조달할 때 적용되는 금리를 가중평균한 코픽스(COFIX)나 CD금리를 말한다. 가산금리는 인건비나 전산 처리 비용, 법적 비용, 위험 프리미엄, 이익 등을 합쳐서 산정된다. 금감원은 이번에 가산금리를 잘못 부과한 사례를 적발한 것이다.

이번에 은행들은 크게 4가지 신뢰를 저버렸다. 즉 일처리 의도·과정·결과와 공적 기관에 대한 믿음을 배신했다. 적발된 은행들은 고객을 속일 의도는 없었으며 단순 실수라고 항변하고 싶겠지만 이를 그대로 믿어줄 금융 소비자는 많지 않다. 해당 은행은 이번에 일처리 과정에 대한 신용도 잃어버렸다. 대출을 받을 때 적용되는 가산금리가 이렇게 주먹구구로 산정된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깜짝 놀란 소비자가 많았을 것이다. 당연히 업무 처리 결과에 대한 믿음도 추락했다. 그동안 국민은 은행이 공기관 역할을 한다고 생각해서 `금융기관`이란 용어를 써왔다. 그런데 이번 사태는 은행을 공공기관으로 여겨온 국민들의 뒤통수를 친 셈이다. 심하게 표현하자면 `금융 소비자 배신 행위`를 저질렀다. 은행에 대한 믿음과 충성도가 높은 고객일수록 자신의 기대를 저버린 은행에 대해 더 크게 실망하고 배신감을 느꼈을 것이다. 이는 해당 은행에 대한 평판과 수익성을 동시에 훼손시키게 마련이다.

물론 금융당국도 이번 사건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수년 전에 모범규준을 만들어 놓고도 제대로 관리하지 않았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금융당국은 검사 인력 부족 등으로 이번에 검사하지 않았던 은행들에 대해서도 앞으로 전수검사를 해야 한다.

이번 사태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를 떠올리게 한다. 당시 미국 굴지 금융회사들이 분식회계 등 비도덕적 행위를 통해 주주와 소비자를 속였다. 해당 금융회사들은 철퇴를 맞았고 많은 고객들이 등을 돌렸다. 은행들이 가진 중앙집권식 기관에 대한 신뢰(Institutional Trust)가 뿌리부터 흔들린 사건이었다.

이번 대출금리 조작과 같은 상황이 재발한다면 은행시스템에 대한 소비자의 신용은 땅에 떨어질 것이다. 믿음은 크리스털 술잔과 비슷해서 한번 바닥으로 떨어져 깨지면 본래 모습으로 돌아갈 수 없다. 소비자 인식이 곧 현실(Perception is reality)이라서 인식이 악화되면 평판도 하락한다.

금융회사에 신용은 가장 중요한 무형자산이다. 다른 자산과 마찬가지로 의식적이고 전략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금융회사의 신용 하락은 존립 기반을 잃는 행위다. 경제적으로 입은 손실은 나중에라도 보충이 가능하지만 믿는 도끼에 발등을 찍혔다고 느끼는 고객의 감정적 실망이나 분노는 본래 모습으로 회복되기 어렵다. 이미 엎질러진 물은 다시 주워담을 수는 없다.

이제부터가 더 중요하다. 이번에 대출이자를 과도하게 산정한 은행들은 이자에 대한 이자까지 얹어서 피해자들에게 돌려줘야 한다. 아울러 업무 처리 프로세스를 개선하고 철저한 재발 방지책을 마련해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사전적 내부통제시스템 점검과 감사를 통한 사후적 점검시스템 확충도 필요하다.

이번에 금감원이 조사한 9개 은행뿐 아니라 다른 은행들에 대해서도 소비자 불신은 해소되지 않았다. 다른 은행들도 자체 검사를 통해 그 결과를 스스로 밝혀야 한다. 이는 은행에 대한 훼손된 신뢰를 조금이라도 회복하는 방법이다.

[김대영 금융부장]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매경 데스크 더보기

오피니언 목록

포토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