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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매경 데스크

[매경데스크] 中제조굴기, 그냥 구경만 할 텐가

  • 전병득 
  • 입력 : 2018.07.05 17:07:00   수정 :2018.07.05 17: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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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중동부 안후이성 성도 허페이는 1800여 년 전 조조, 손권, 원소 등이 자웅을 겨룬 삼국지 무대다. 성을 가로질러 흐르는 강이 회수(淮水)다. `강남의 귤이 회수를 건너면 탱자가 된다`는 귤화위지(橘化爲枳)의 그 강이다.

지난 5월 이런 곳에서 세계 제조산업 컨벤션이 열려 참관할 기회가 있었다.
차이나 머니 위력에 독일 미국 일본 등 글로벌 기업 200여 곳에서 4000명이 모였다. 삼국지 전쟁터로만 알았던 허페이는 첨단 과학 도시였다. 중국이 최근 공기 질 감시위성 `가오펀 5호`를 쏘아올렸는데 핵심 기술을 중국과학원 허페이연구소가 제공했다. 허페이는 슈퍼컴퓨터 한계를 뛰어넘는 양자컴퓨터도 개발하고 있다. 이것을 인공지능(AI)과 결합시키면 세계 산업 지형을 통째로 바꿀 신무기를 갖게 된다. 이렇게 중국은 세계 제조강국을 모아놓고 제조굴기를 선언했다. 허페이는 지역 연고가 있는 세 개 기업을 자랑했다. BOE, BYD, 아이플라이텍(iFLYTEK)이다. 가만 보니 이들 기업에 중국 제조업의 과거·현재·미래가 투영돼 있다. 허페이에 공장을 둔 BOE는 액정표시장치(LCD) 디스플레이 업체다. LG디스플레이를 제치고 세계 1위로 올라선 기업이다. 2003년 LCD를 만들어본 적도 없던 BOE는 우리나라 하이디스를 인수해 끝내 추월에 성공했다. 헐값에 우리 기업을 넘긴 것이니 땅을 칠 노릇이다. BYD는 세계 1위 전기차 업체다. 왕촨푸 회장이 이곳 출신이다. 왕 회장은 인터뷰에서 한국에 전기버스와 전기차 시대를 열고 싶다고 말했다. 전기차 배터리 최강 LG화학과 삼성SDI는 보조금 문제로 중국 수출을 막아놓고 BYD 전기차는 한국 도로를 휘저을 판이다.

마지막으로 아이플라이텍. 허페이 과학기술혁신단지에 입주한 이 스타트업은 AI 음성인식 분야 세계 1위다. 실시간 동시통역 기술로 33개국 언어가 가능하다. 알리페이가 `지갑 없는 중국`을 만들었듯, 아이플라이텍은 AI비서, TV, 냉장고 등 모든 가전에 음성인식을 적용해 `리모컨 없는 세상`을 꿈꾼다. 놀라운 것은 음성인식과 AI를 결합해 의료기기 `샤오이(Xiaoyi·小醫)`를 만든 것이다. 우리가 수년간 원격진료를 놓고 티격태격하는 사이 샤오이는 중국 의사 자격시험을 통과해 병원에서 150개 질병을 진단하고 있다.

`탱자` 신세였던 중국 기업들이 어느새 `강남의 귤`이 된 현실이 눈앞에 펼쳐진다. 그 원동력은 `중국 제조 2025`와 `인터넷플러스`라는 국가 프로젝트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2035년 `사회주의 현대화 국가` 건설 목표를 제시했다. 중국 제조 2025는 현대화 국가 초석이 되는 첨단 부품을 국산화하겠다는 야심이다. 인터넷플러스는 제조업에 모바일을 결합해 사물인터넷(IoT), AI 등 4차 산업혁명 분야 세계 최강에 올라선다는 프로젝트다. 이 모든 것이 2049년 신중국 건국 100주년에 달성하게 될 세계 최강국 `중국몽` 프로젝트를 향해 있다. 한 목표를 향해 국가적 역량이 총동원되는 소름 끼치는 장면을 21세기에 보고 있는 셈이다.

중국 제조 2025가 무서운 것은 중국이 모든 부품을 자급하는 `홍색 공급망(차이나 인사이드)` 전략 때문이다. 이로 인해 50여 년간 안정화된 동아시아 생산 모델 `동남아-중국-한국-일본`의 분업 구도가 붕괴되고 있다. 천인계획·만인계획 하면서 인재 사냥도 무차별적으로 한다. 우리는 기업도 뺏기고 사람도 뺏기면서 기술을 통째로 넘겨주고 있다.

우리가 중국에 수출하는 80%가 중간재다. 중국이 반도체를 비롯한 중간재 자급에 성공할 경우 한국 기업은 죄다 `탱자`가 된다. 탱자로 전락하면 어떻게 되느냐는 조선 산업을 보면 알 수 있다.
현대중공업의 해양플랜트는 기술 차이 없이 인건비만 3분 1 수준으로 밀고 들어오는 중국 업체에 밀려 43개월째 수주가 없다. 공장은 문을 닫고 협력업체까지 합치면 근로자 5600명이 벼랑에 내몰렸다. 중소기업 중심 경제는 중국 첨단 기술 국산화 격랑에 휩쓸려 좌초될 판이다. 이런 판국에 대통령 주재 규제개혁회의는 제대로 준비하지 못해 무산되는 일까지 벌어졌다. 중국 제조굴기에 맞설 비상 플랜을 고민하고 있기는 한 건가.

[전병득 중소기업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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