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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매경 데스크

[매경데스크] 개각의 조건

  • 김선걸 
  • 입력 : 2018.07.01 17:08:56   수정 :2018.07.01 17:5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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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경제수석 교체에 뜨거운 반응은 이례적이었다. 윤종원 신임 수석 임명 소식에 재계·금융계는 물론 식당 주인까지 관심 가지는 것을 보고 놀랐다. 언론들도 보수·진보 할 것 없이 대서특필하며 기대감을 표명했다.

경제부총리나 청와대 정책실장도 그대로인데 수석비서관 바꿨다고 이런 기대를 거는 건 드문 일이다.
윤 수석 개인의 뛰어난 역량 덕도 있겠으나 그간 패착을 거듭해 온 기존 정책라인에 대한 기저효과 때문이란 점도 부인할 수 없다. 그간 시장과 거꾸로 가는 정책이 잇따라 나올 때마다 기업이든, 자영업자든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나 청와대는 시장 목소리엔 귀를 열지 않았다. 여기에 참모들이 통계를 입맛대로 끼워 맞춰 대통령에게 보고한 것은 클라이맥스였다. 대통령의 입을 통해 직접 나가는 메시지였다. 그냥 넘어가기는 힘든 일이었다.

여하튼 이번 사례가 보여주듯, 인선이란 단순히 일할 사람 한두 명을 채워넣는 것이 아니다.

특히 개각은 그렇다. 그 자체로 함의를 가진다. 정권의 국정철학은 물론, 현재의 상황 인식, 향후 비전까지 내보이는 핵심적인 정치행위다. 수십만 명의 공무원을 리드할 인물을 뽑는다는 의미를 갖는다.

이미 문재인 대통령은 개각을 준비 중이라고 한다. 수석비서관 몇 명 교체에도 관심이 높은데 개각엔 국민들의 기대가 집중될 것이다. 과연 어떤 개각을 해야 할까.

현재 개각 대상으론 평가에서 하위를 차지한 3~4개 부처 장관이 거론된다. 이들만 `찔끔 개각`을 하고 끝낼 공산이 크다. 그러나 과연 지금 상황이 그럴까.

남북관계 해빙이란 소재로 대통령 지지율은 올라갔지만 이제 슬슬 민생과 경제로 국민들의 시선이 옮겨가고 있다.

국정이 진정한 시험대에 섰다는 뜻이다. 문 대통령의 지지율이 70%를 넘나드는데 내각에서 눈에 띄는 건 이낙연 총리, 김동연 경제부총리,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 정도다. 나머지 장관 이름을 아는 국민은 거의 없다고 보면 맞을 것이다. 존재감은 없는데 의외로 팀 내 불화는 불안할 정도로 끊임이 없다.

경제부총리와 청와대 정책실장의 심각한 갈등은 차치하고서라도 고용노동부 장관은 총리 지시는 물론 부총리와 여당 원내대표 얘기도 듣지 않고 `마이 웨이`를 가고 있다. 늘 말이 앞서 재계를 깜짝깜짝 놀라게 하는 공정위원장은 적어도 `경제 살리기` 콘셉트는 아니다.

실패했던 김기식 금감원장 인선에서 배워야 한다. 시민단체 출신 `코드인사`나 `계파 나눠먹기`식 개각은 실패의 보증수표다. `권력을 가졌으니 맘대로 하겠다`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

소득과 고용은 물론 투자와 소비 지표마저 일제히 내리막이다. 지표가 이 정도면 저소득층은 이미 심각한 고통을 느낀다고 봐야 한다. 경제 문제가 심각해지면 곧 사회 문제로 퍼져나갈 수도 있다.

개각은 기회다. 대통령이 초심으로 돌아가 `코드`와 상관없이 각 분야 최고의 인재를 삼고초려하길 권한다. `캠코더(캠프 코드 더불어민주당)` 내각이 아니라 대한민국 전체의 내각을 구성하란 뜻이다. 문 대통령은 취임 첫날인 지난해 5월 10일 현충원을 찾은 직후 역대 대통령 중 처음으로 곧바로 야당 당사를 찾아 `협치`를 약속한 사람이다. 이것이 `초심`일 것이다.

시장에서 인정하는 인물을 장관에 뽑고, 각 분야는 장관에게 맡기되 대통령은 큰 그림을 그려야 한다.

이는 대통령에게도 좋다. 인사청문회를 거친 헌법기관인 장관들은 보이지 않고 청와대 비서가 개헌안을 직접 설명한다거나, 경제부총리를 제쳐놓고 비서들이 경제철학을 논하는 모습은 비정상이다. 청와대가 독주한다는 인상도 문제지만 비서의 잘못은 완충재 없이 곧바로 대통령의 턱밑을 향할 위험이 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5년 임기 중반을 넘어서 야당에 `대연정(聯政)`을 제안했다.
선의의 제안이었지만 야당은 `망한 정권을 같이 책임지자는 술책`으로 해석해 반대했다. 당시 문 대통령은 민정수석이었다.

아직 정권 초반의 인기 높은 대통령이다. 연정까지는 아니더라도 개각 때 범위를 확 넓혀 코드에 무관한 최고의 인물을 삼고초려하라. 국민에겐 감동을 주고 정치엔 통합의 기회가 될 것이다.

[김선걸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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