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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매경 데스크

[매경데스크] 손발 묶였는데 일자리는 무슨 수로

  • 이은아 
  • 입력 : 2018.06.21 17:22:07   수정 :2018.06.21 18:0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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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앞으로 3년간 매년 3조원을 투자하고, 1만명 이상을 신규 채용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8일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의 `혁신성장 현장소통 간담회`에서다.

신세계는 상생채용박람회, 임금 하락 없는 주 35시간 근무제 등으로 정부 정책에 적극적으로 부응하고 있다.

그러나 신세계가 투자와 고용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투자와 고용을 늘리고 싶어도 새로운 매장을 열지 않으면 일자리와 투자를 늘리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신세계백화점은 지난해 부천점 출점을 포기했다. 신세계는 2015년부터 경기도 부천 상동 영상복합단지의 약 7만㎡ 용지에 백화점, 마트 등을 하나로 묶은 대형 복합쇼핑몰 건립을 추진했지만 지역 상인들의 반발에 부딪쳤다. 용지를 3만㎡로 줄이고 상인들과 품목이 거의 겹치지 않는 백화점만 짓는 것으로 계획을 변경했지만 상인들의 반발은 계속됐다. 정치권에서도 반대 목소리를 내자 결국 사업을 접었다. 땅의 소유주였던 부천시는 토지 매매 계약 해지에도 불구하고 이행보증금 115억원을 돌려주지 않았다. 결국 소송이 진행 중이다.

신규 출점에 어려움을 겪는 것은 신세계뿐만이 아니다.

지난달 문을 연 롯데몰 군산점은 개점 사흘 만에 `사업 일시정지 명령`을 받았다. 역시 지역 상인들의 반대 때문이다.

롯데는 2016년 상권영향평가서와 지역협력계획서를 제출했고 `군산 롯데몰 입점저지 비상대책위원회`와 상생안에 합의했다. 롯데는 상생기금으로 전북신용보증재단에 20억원을 냈고, 재단은 이를 토대로 100억원의 기금을 조성했다. 군산시 소상공인들이 2%대 저리로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한 이 펀드에서는 이미 73억원의 대출이 집행됐다.

그런데 비대위에서 빠진 상인들은 지난해 말 3개 단체를 구성했고, 상생법을 지키라며 또 사업조정신청을 냈다. 군산의류협동조합 등 3개 소상공인 단체는 롯데에 추가로 260억원의 상생기금을 내거나 개점 3년 연기를 요구했다. 몇 차례 협의 끝에 3개 단체와 롯데의 간극은 많이 좁혀졌으나, 아직 합의에 도달하지는 못했다.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라 사업을 진행했음에도 불구하고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상생법)`에 의해 또 한 번 규제를 받게 된 롯데로서는 할 말이 많을 수밖에 없다. 고용재난지역인 군산 지역 주민 600여 명을 채용하고, 점포와 중복된 브랜드는 지역 상인들을 쇼핑몰에 입점시키는 등의 상생 노력도 묻히고 말았다. 전락배 군산시 조촌동 상가번영회 회장은 "롯데몰 군산점 쇼핑객 중 절반 이상은 전주, 김제 등에서 오는 원정 쇼핑객"이라며 "지역 상권이 좋아지고, 집값이 올라 대부분 군산 시민들이 환영하고 있다"고 전했다.

대형 쇼핑몰은 지역경제를 살리고 주민들에게 편의시설을 제공하는 장점에도 불구하고 필연적으로 기존 상권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양면성을 갖고 있다.

그렇다고 손발을 묶어두기만 할 수는 없는 일이다. 이미 현행법은 영업 개시 전에 상권영향평가서, 사업협력계획서를 제출하는 등 상생 방안을 강구하고, 지역 상권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사업 계획을 조정하도록 하고 있다. 전통시장과 대형마트의 상생형 점포인 `노브랜드 당진 상생스토어` 같은 긍정적인 모델도 일부 등장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영업시간 제한 확대와 신규 출점 규제로 인한 유통 업계 일자리 감소폭이 한 해 최소 9836개에서 최대 3만5706개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통 업체와 거래하는 중소기업, 농가 역시 매출이 줄어든다.


`상생`은 같이 살자는 것이다. 대기업을 압박하고, 쇼핑몰 신규 입점을 막는 것만으로는 지속적인 상생을 이루기 어렵다. 골목상권을 위한 해법은 일방적인 유통 규제 대신 다양한 시각에서 찾아야 한다. 마트도 쇼핑몰도 짓지 말라면서 일자리를 어디서 늘리자는 것인가. 유통 규제로 사라질지 모를 3만여 개 일자리는 올해 상반기 정부가 재정 투입을 통해 늘리겠다는 공공부문 일자리와 맞먹는 숫자다.

[이은아 유통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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