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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매경 데스크

[매경데스크] 정부 지배구조 개편이 먼저다

  • 김명수 
  • 입력 : 2018.06.10 18:29:28   수정 :2018.06.10 20:3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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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두희 교수님, 교수님의 한국경영학회장 재임 기간 중 가장 큰 실수는 저에게 이 상을 준 것일 수도 있습니다. 당장 내일이라도 이 상의 영예를 무너뜨릴 수도 있을 것 같아 두렵습니다." 지난주 한국경영학회가 개최한 `대한민국 최우수경영대상` 시상식에서 수상 기업인이 단상에서 발표한 소감이다. 감사하다는 표현보다는 이 상에 누를 끼칠까 두렵다고 이 기업인은 목소리를 높였다.
소감 발표가 끝난 후 사연을 물어보니 겸손함의 표현이 아니었다. 당장 다음달부터 시행되는 주 52시간 근로시간 단축을 앞두고 범법자가 될 것을 우려한 하소연이었다. 고의든 실수든 주당 52시간을 초과 근무한 근로자 중 단 1명이라도 나쁜 마음을 먹고 자신을 고발할 경우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걱정이 앞섰던 것이다. 근로자들이 재직 중엔 초과수당을 받으려고 주 52시간 초과 근무에 대해 아무 말 않다가 퇴사 후 이를 빌미로 대가를 요구할 수 있다는 우려였다.

이 기업인은 직원들의 근무시간을 정확히 측정하고 근거를 남기기 위해 GPS가 부착된 기기를 고안 중이라고 했다. 직원들 감시용이라기보다는 향후 주52시간제를 빌미로 흑심을 품은 공격에 대한 방어용이었다.

근로시간 단축을 위한 제도 도입 취지는 좋다. 그러나 산업 현장을 감안하지 않고 너무 서둘러 도입하는 바람에 곡소리가 나오고 있다. 사업주만이 아니다. 상당수 근로자들은 근무시간이 줄어든 만큼 소득도 감소하는 점을 인정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실제로 한 대기업 임원의 운전기사는 주52시간제가 도입되면 월급여의 3분의 1이 줄어들어 가족 생계가 걱정된다며 울먹였다. 근무를 유지시켜달라고 하소연 중이다. 상쇄되는 소득만큼 금전적 보전을 요구하면서 새로운 노사분쟁의 불씨도 만들고 있는 상황이다.

그렇다고 이 제도 도입 취지대로 새로운 일자리가 늘어나는지도 미지수다. 다수 조사 결과에 따르면 근로시간이 줄더라도 80% 이상 기업들은 직원을 늘리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근로시간이 줄어들지만 주어진 시간 내에 업무강도를 높여 기존과 같은 성과를 내겠다는 게 상당수 기업의 방침이다. 대부분 근로자들은 근무시간을 줄이면서 수당도 감소하지만 일은 그 이상으로 힘들어질 수 있는 셈이다.

이 같은 부작용을 양산한 제도 도입 사례는 근로시간 단축만이 아니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조치도 저소득층의 소득을 늘려 소비를 증대시키고 일자리도 늘리자는 게 근본 취지였다. 그러나 결과는 취지와는 정반대였다. 오히려 자영업체 소속 근로자들은 일자리를 잃었다. 최근 통계에 따르면 저소득층의 소득은 더욱 악화된 것으로 나왔다.

저간의 사정을 아는 일선 공무원들은 뒤늦게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대혼란을 막기엔 역부족이다. 제도 도입 취지만 중시해 그 제도 도입에 따른 경제 현장의 영향을 점검하지 않고 서둘러 도입한 탓이다. 정권의 힘이 빠지기 전에 정권의 정체성을 보여주겠다는 조급증도 작동했다. 과거 주5일근무제를 도입할 땐 이와 달랐다. 1998년부터 5년 동안 사회적 합의를 거쳐 이 제도 도입을 결정했고 2004년부터 7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시행했다. 당시에도 논란이 있었지만 순차적 도입을 통해 큰 무리 없이 정착되었다.

그러나 최근 도입된 정책은 조급증 탓에 정부부처 간 조율이나 의견 교환은 거의 없는 듯하다. 특히 일부 경제부처 장관은 요즘 기업들이 겪는 대혼란을 잘 알고 있지만 어쩔 수 없다는 분위기다. 청와대에서 결정한 사안에 대해 제동을 걸거나 보완책을 요구하기 힘들다는 게 현재 정부 내 상황이다. 정부가 요즘 기업들을 상대로 지배구조 개편을 요구하지만 정부부터 먼저 지배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선거를 통해 국민 주권을 위임받은 대통령이 일선 부처에 권력을 나눠주는 것은 당연하다. 일종의 전문경영인인 장관들에게 정책을 위임하는 게 맞는다.
요즘 상황을 보면 현 정부 내에서 가장 부족한 대목이다. 직업관료를 못 믿는다면 일종의 `이사`를 부처 요직으로 파견해 주권 행사가 제대로 되는지 감시하고 견제하면 된다. 부처의 현장 의견을 존중해 정책을 내놓고 해당 부처에 집행 절차를 맡기는 게 국민 불편을 덜면서도 정권의 정체성을 알리는 지름길이다. 교도소 담장 위를 걷는 듯한 기업인들의 심정도 헤아리고 어루만져준다면 기업의 신규 투자나 일자리 창출이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닐 것이다.

[김명수 산업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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