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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매경 데스크

[매경데스크] 문정인의 자유, 태영호의 자유

  • 김선걸 
  • 입력 : 2018.05.20 17:35:25   수정 :2018.05.20 19:5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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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인 특보의 설화(舌禍)가 끝이 없다. 입을 열 때마다 대한민국의 운명을 백척간두로 내모는 느낌이다.

지난주 그는 미국 언론과 인터뷰하면서 "장기적으론 한미동맹을 없애는 것이 최선"이라고 말했다.

문 특보는 이 정부 출범 때부터 주한미군 철수, 한미 훈련 연기 등 자극적인 주장으로 국민 가슴을 `철렁`하게 만든 장본인이다.
두 주 전에는 "평화협정이 체결되면 주한미군 주둔을 정당화하기 어렵다"고 했었다. 이어 며칠 만에 한미동맹의 존립 근거까지 문제제기를 한 것이다. 학자로서 개인적인 견해는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그는 장관급 예우를 받는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보`다.

국민의 안전은 물론 국가의 존립과 직결되는 주장을 사견이라며 말하고 다닐 위치일까.

이달 초 청와대는 결국 대통령 이름으로 문 특보에게 주의해달라는 공개경고까지 했다. 그러나 그 이후 더 노골적으로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임계점을 넘나드는 발언 때문에 `특보` 지위를 더 유지하기 힘들다는 지적이 여러 곳에서 나온다.

실제로 이번 애틀랜틱지 인터뷰 기사는 문 특보를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정부관리(Officer)"라고 설명했다. 교수나 개인 자격으로 한 인터뷰가 아니다. 문 특보 본인이 그렇게 소개했는지 모르지만 언론사는 특보 자격으로 인터뷰했다는 증명이다. 특히 그는 장관보다도 `힘이 센` 특보로 알려져 있다. 지난해 9월 송영무 국방부 장관과 공개 말 싸움을 벌인 후 청와대가 문 특보 손을 들어주면서 증명됐다.

더 큰 문제는 문 특보의 절제되지 않은 입을 통해 이젠 군사기밀까지 유출될 위험이 있다는 점이다. 그는 지난주 국회 공개 강연에서 "송영무 장관이 미국의 B52폭격기를 못 오게 조치했다"고 밝혀 논란을 빚었다. 사실 여부를 떠나 국방부 장관과 동맹국 사령관의 작전협의를 대통령 특보가 공개한 셈이다. 직업 공무원이었다면 파면이나 해임될 수준의 큰 실수다.

문 특보의 언급이 나올 때마다 미국 백악관과 국무부가 번번이 해명을 하고 있다. 동맹국인 미국 정부가 문 특보를 내버려두는 한국 정부에 대해서 어떤 생각을 가질지는 자명한 일이다.

청와대는 지난달 문 특보에게 경고하면서도 "사상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를 누리는 교수"라고 정의했다. 당분간 놔두겠다는 뜻 같다. 그러나 문 특보가 발언의 자유를 누릴 자리에 있는 것이 맞을까.

문 특보가 설화를 겪은 지난주, 한편에선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 공사의 강연이 주목받았다. 그는 `3층 서기실의 암호`라는 책을 통해 북한의 실정을 적나라하게 증언했다. 그러나 이후 청와대 국민청원에 `태영호를 북송하라`는 글이 오르는 등 논란의 한복판에 서게 됐다.

태 전 공사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며 `한반도 비핵화` 주장은 결국 주한미군을 몰아내겠다는 전략이라고 설명한다. 태 전 공사는 책에서 2005년 9·19 공동성명 타결이 북한의 이중 플레이와 시간 끌기의 성과물이란 점도 분명히 한다. 영국을 통해 미국의 압박을 피해 온 지능적인 외교전략은 물론 서방의 인도주의적 지원이 북한군 포상으로 돌변하는 현장을 본 경험도 밝히고 있다.

그는 북한을 `현대판 노예사회`로 정의한다. 탈북을 결심하면서 "자식에게만은 소중한 자유를 찾아주자. 노예의 사슬을 끊어 꿈을 찾아주자"고 되뇌는 대목도 나온다.

태 전 공사가 누리는 자유는 2016년 생명을 걸고 북한을 탈출해 갖게 된 것이다. 그에겐 정말 소중한 자유일 것이다. 자유 대한민국의 국민이 된 그에게 이 같은 증언을 할 권리는 헌법에 분명히 규정돼 있다.

다시 문 특보 얘기로 돌아간다. 문 특보 역시 자유로운 표현의 자유를 누릴 권리가 있다. 그러나 그는 개인이기 이전에 대통령과 직접 통하고 장관 예우를 받는 지위에 있는 공직자다. 그 자격 때문에 국방부 장관과 편하게 만날 수 있고 최고급 기밀정보를 건네받는 것이다.


이런 지위를 누리려면 고위 공직자로서 무거운 책임이 따른다. 그게 싫으면 학자로 돌아가 자유로워져도 좋을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한마디. 과연 장기적으로라도 한미동맹을 없애는 게 최선일까. 그 결론은 좀 더 시간을 갖고 내리는 것이 좋아 보인다. 태 전 공사의 책도 큰 참고가 될 것이다.

[김선걸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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