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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매경 데스크

[매경데스크] 神의 집은 어떠해야 하나

  • 김인수 
  • 입력 : 2018.01.11 17:16:21   수정 :2018.01.11 21:0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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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31일이었다. 휴일 출근길에 버스를 탔다. 스마트폰을 열어보니 `구글 포토`에서 알림이 와 있었다. 구글에서 `8년 전 오늘`이라며 2009년 말에 내가 찍은 사진 몇 장을 보내온 것이다.
그중 하나는 스페인 바르셀로나 인근 콜로니아 구엘 성당에서 찍은 사진이었다. 있는 돈, 없는 돈 탈탈 털어 유럽 여행을 떠났던 8년 전 기억이 떠올랐다. 가톨릭 신자인 아내는 그해 크리스마스 시즌을 교황청이 있는 바티칸과 로마에서 보내고 싶어했다. 나는 로마만 가기는 아쉬워 바르셀로나를 추가했다.

사진을 쭉 훑어보니 로마와 바티칸에서 봤던 화려한 성당 모습이 내 눈앞에 하나씩 펼쳐졌다. 문득 불경스럽게도 러시아 문호 레프 톨스토이가 쓴 소설 `부활`이 떠올랐다. "예수 자신은 지금 교회에서 하고 있는 온갖 행위를 다 금했다. (중략)교회 자체를 금했을뿐더러 자기는 교회를 헐기 위해 온 것이며, 교회에서가 아니라 정신과 진리 속에서 해야 한다고 말했다."

8년 전 로마에서도 그랬다. 로마 교황이 바티칸으로 옮겨가기 전에 살았다는 성 조반니 성당에 들어갔을 때 톨스토이의 `부활`이 떠올랐다. 성당의 철저한 화려함에 깜짝 놀라서였다. `오 과연, 이게 예수님이 생각한 하느님의 집이었을까.` `하느님의 집은 이렇게 화려해야 하는 것일까.` `화려한 집이 하느님의 권위를 보여주는 것인가.` 아마도 톨스토이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 것 같다. 그래서 부활에 "예수는 교회를 헐기 위해 온 것"이라고 쓴 게 아닐까 했다.

성 조반니 성당은 예고편이었다. 교황의 거처인 바티칸이야말로 화려함의 극치였다. 교황의 권위를 드높이는 수많은 그림과 장식 앞에서 나는 의문을 가졌다. `화려한 성당은 신의 권위가 아니라, 신의 대리자를 자처하는 이들의 권위를 높이려는 수단이 아닐까.` 그 화려함에 압도당한 시민들에게 신과 대리자를 동일시하고 그 대리자의 권위에 복종하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의구심마저 일었다.

그렇다면 신의 집은 어떠해야 하는가. 바르셀로나역에서 열차를 타고 20분 남짓 교외로 나갔다. 또 20분 남짓 걸었더니 언덕배기에 조그만 성당이 나타났다. 위대한 건축가 안토니오 가우디의 미완성 유작인 콜로니아 구엘 성당이었다. 성당 문을 닫을 시간이라는 관리인에게 "동양에서 온 나는 평생 두 번 다시 이곳에 올 수가 없다"고 손짓 발짓으로 사정해 간신히 성당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성당 내부는 `숲`이었다. 뒤틀린 온몸으로 천장을 떠받치고 있는 기둥 하나하나가 `나무`였다. 숲속 먼발치에서 빛이 나오고 있었다. 십자가였다. 숲속을 헤매는 중생들에게 빛이 여기 있다고 외치고 있었다. 아! 그 순간만큼은 나 역시 숲을 벗어나 빛을 만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구엘 성당은 천재가 정신과 인내로 지은 `하느님의 집`이었다. 범재가 아무리 화려한 장식으로 집을 치장한다 한들, 그 아름다움은 천재가 간단히 만든 나무의자의 발끝에도 미치지 못한다.

유럽 여행을 마치고 한국에 돌아온 나는 이듬해 세례를 받았다. 독실한 신자는 아니지만 가끔은 아내를 따라 성당에 나간다. 바티칸과 로마의 화려한 성당보다는 소박한 우리 동네 성당이 더 좋기만 하다. 그 성당을 짓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했던 신부님 얘기를 들을 때면 숙연해진다.

요즘 한국에도 화려한 교회가 많다. 심지어 위압감을 주기조차 한다. 그러나 그 화려함은 신의 권위를 올려주지 못한다.
신의 대리자를 자처하는 이들이 행동으로 신의 뜻을 드러낼 때라야 비로소 신의 권위가 올라가는 것이다. 그 화려한 건물 안으로부터 거액 성금 유용 의혹, 교회 세습 등의 논란이 들려올 때면 내 마음속에서 신의 권위는 추락하는 것 같다. 그때마다 `부활`의 한 구절이 또다시 가슴을 친다. "예수 자신은 지금 교회에서 하고 있는 온갖 행위를 다 금했다."

[김인수 오피니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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