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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매경 데스크

[매경데스크] 48세 브랜드 '아기밀'의 눈물

  • 이은아
  • 입력 : 2017.12.28 17:52:14   수정 :2017.12.28 17:5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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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국내 최초의 이유식 브랜드인 `아기밀`은 올해로 48주년을 맞은 장수 브랜드다. 그런데 이 브랜드가 역사 속으로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일반 식품에서 `베이비` `맘` 등 유아를 연상시키는 단어를 제품명에서 쓰지 못하도록 하는 조치를 내렸기 때문이다.

식약처는 내년부터 `영·유아식`으로 허가받지 않은 일반 식품에는 `베이비` `맘` 등 유아를 연상시키는 단어를 제품명에 쓰지 못하게 하고 아기 사진, 월령 표시, 광고 등을 금지시켰다.
LG생활건강의 베비언스, 남양유업의 아기꼬야, 일동후디스의 아기밀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문제는 이 조치가 너무 급하게 이뤄졌다는 점이다. 10월 17일 공문이 기업들에 전달됐는데 당장 내년 1월 1일부터 판매가 금지된다. 식품회사들은 이 제품들을 영·유아식 제품으로 다시 승인받고, 생산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최소 3개월 이상이라며 유예기간을 더 달라고 요구했지만 식약처는 거절했다. 일반 식품과 영·유아용 식품은 명백히 다르고 잘못된 관행이었기 때문에 강하게 나가겠다는 것이다. 살충제 계란이나 유해물질 생리대 파문 때는 볼 수 없었던 단호함이다.

식품업체들은 이번 규제로 기존 제품을 전부 수거해야 한다. 승인이 날 때까지 제품명을 잠시 바꾸거나 아예 새로운 이름으로 바꿔야 한다. 급박한 규제로 기업들은 추가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무엇보다 공들여 키운 브랜드를 버려야 하는, 가치를 따지기 어려운 손실도 감수해야 한다.

#2. 대형마트 시식코너가 내년이면 사라질지도 모른다.

현재 대형마트에서 시식코너 운영이나 판촉활동을 하는 직원들은 제조업체가 파견한 직원인데, 이 직원의 급여 절반을 유통업체가 부담해야 한다는 법안이 발의돼 있기 때문이다.

대형마트에서 시식 행사, 할인·증정품 지급 등 업무를 지원하는 판촉직원들은 대부분 식품·생활용품 제조업체 소속이다. 오뚜기, 대상, 동원 등 주요 식품 대기업은 대형마트 시식행사 직원들을 대부분 정규직으로 채용해 파견하지만, 용역 업체와 계약을 체결해 판매 현장에 인력을 투입하는 업체도 있다.

대형마트와 백화점에서 근무하는 판촉직원은 어림잡아 5만명이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이들이 하루 8시간을 근무한다고 가정할 때 내년 최저임금 7530원(인건비 50% 분담) 기준으로 환산하면 업계는 연간 6000억원 이상의 인건비 부담을 추가로 떠안아야 한다.

한 대형마트 CEO는 "마트 시식코너는 제조사들이 신제품 홍보와 시장점유율 관리 목적으로 운영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이들의 인건비까지 유통업체가 부담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법안이 통과되면 제조사 파견직원을 받지 않겠다고 했다. 그렇게 되면 시식코너나 브랜드 판촉직원은 사라진다. 5만명의 일자리도 함께 사라진다.

이 CEO는 최근 해외직구를 해본 경험을 이야기하며 온라인 시장 급팽창으로 업황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을 해야 할 시점에 제조업체 판촉직원 급여 문제 등을 고민해야 하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3. "일본의 밤이 어두워지고 있어요." 제빵기사 직접고용 문제로 위기에 처한 SPC그룹의 한 계열사 CEO는 불쑥 이런 말을 꺼냈다. 미국 브라운대 경제학부 버넌 헨더슨 교수팀이 `인공위성 광량 측정 데이터를 활용한 국내총생산(GDP) 산출 공식`을 통해 아시아 일대의 변화를 살핀 결과 `우주에서 본 일본 야간 조명도`가 산악지대 등 경제 활동이 없거나 적은 지역을 제외하고 어두워진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그는 일본 인구 고령화가 어두워진 일본의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우리도 예외는 아니고, 이에 대한 대비가 절실하다고도 했다. 고령화에 대응하기 위한 제품 개발과 생존 전략을 고민해야 할 이때, 그를 포함한 경영진은 몇 개월째 제빵기사 직접고용 문제에만 매달려 있다.

기업들이 본업을 위해 뛰어도, 빠르게 변화하는 미래의 생존을 보장할 수 없다. 하물며 이런저런 규제에 발목이 잡혀 미래를 고민할 시간마저 없는 기업의 미래가 어떨지를 예상해보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이은아 유통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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