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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매경 데스크

[매경데스크] 30억 로또 맞으면 어디에 투자하겠습니까

  • 임상균 
  • 입력 : 2017.12.21 17:44:22   수정 :2017.12.21 17:4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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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처럼 고교 동기들이 송년회를 겸해 모였다. 소주잔을 기울이며 얘기 꽃을 피우던 와중에 3년 전 대기업에서 명예퇴직해 지금은 휴대폰 대리점 2곳을 운영하는 친구가 힘들게 입을 열었다. "로또나 한 30억원 맞으면 좋겠다." 누구나 느끼듯 자영업자의 애환이 담긴 넋두리였다.
자연스레 대화는 로또에 당첨되면 그 돈으로 무엇을 할지로 소재가 옮겨갔다. 하나같이 집을 사거나 대출을 껴 꼬마빌딩을 사놓고 싶다는 거다. 머지않은 시기에 퇴직으로 내몰릴 나이인데, 창업이나 자영업을 통해 제2의 인생을 구상하는 친구는 없었다. 금융, 정보기술(IT), 화학 등 각 분야에서 20년 이상 전문성과 경력을 쌓았지만 새로운 도전에 나설 용기와 자신이 없었다. 대신 `실패해도 땅은 남는다`는 부동산 불패신화에 대한 신뢰가 대단했다.

부동산값 상승 원인은 여러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하지만 근원에는 넘치는 유동성이 자리 잡고 있다. 올 10월 기준 즉시 유동화할 수 있는 현금과 금융자산(M2) 규모가 2504조6000억원으로 지난해 10월과 비교해 4.7% 늘었다. 올 하반기부터 증가세가 다소 줄어들긴 했지만 지난 7~8년간 우리나라 통화량 증가세는 폭발적이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준금리 인하 영향이 본격화한 2015년 4월 이후 월평균 증가율이 8~9%대로 뛰었다. 이후 금리 동결 기조가 이어지면서 최근 들어 4%대로 내려왔지만 여전히 돈을 꾸준히 풀고 있다.

이렇게 풀린 돈이 어디로 흘러들어가느냐가 국가경제의 큰 흐름을 좌우할 수밖에 없다. 가장 바람직한 것은 산업 영역으로 투자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 정부는 오히려 산업자본화를 틀어막는다. 기업할 의욕을 떨어뜨리는 정책뿐이다. 임금, 근로시간, 조세, 정책 결정 등 기업 활동 전 부문에 망라돼 있다.

2020년까지 최저임금을 1만원까지 올리는 로드맵이 시작됐고, 1주 최장 근로시간을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줄이려 한다. 미국 일본 등 전 세계가 기업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감세전쟁을 벌이는 와중에 우리는 오히려 법인세를 올렸다. 미국의 법인세 최고세율이 35%에서 21%로 뚝 떨어진 반면 한국은 최고세율을 22%에서 25%로 올렸다. 결국 한국이 미국보다 법인세가 더 높아지는 역전 현상까지 빚어진다. 미국 기업들은 자국 정부가 법인세를 낮추자 경쟁적으로 임금 인상, 투자 확대 등의 계획을 내놓으며 화답한다. 넘치는 유동성이 산업으로 유입돼 생산을 늘리고, 고용 확대와 임금 상승으로 이어지며 소비 진작이 진행되는 선순환 구조가 그려지는 것이다.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기업의 부담만 더 늘리고 있으니 거액의 돈이 생겨도 기업을 해보겠다는 의욕이 생길 리 만무하다. 넘치는 유동성이 산업자금으로 가지 못하며 부동산만 기웃거리는 이유다.

현 정부도 유동성이 부동산에 집중되는 현상에 대해서는 문제 인식을 같이한다. 얼마 전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집값 (상승) 문제는 우리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인 현상"이라며 "국제적인 과잉 유동성이 문제가 있다는 것에 많은 분이 동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수현 청와대 사회수석도 "2008년 버블 붕괴 이후 2015년 말부터 각국의 부동산 가격이 다시 오르고 있다. 수요·공급 문제를 떠난, 과도한 양적완화에 따른 머니게임이 벌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내놓은 대책이라고는 부동산으로 오는 물꼬를 막는 일이 전부였다. 주택담보대출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을 낮췄고, 신DTI, 임대수익 이자상환비율(RTI)을 도입하는 등의 대출 규제를 속속 내놨다. 특히 부자, 즉 다주택자에게는 더 강한 제재 수단을 가동했다. 하지만 굳이 대출을 받지 않아도 집 살 돈은 흘러 넘친다.
특히 대출이 막혀 어정쩡한 중산층이 머뭇거리는 새 부자들은 넉넉한 현금을 갖고 더 편안하게 부동산 쇼핑을 하고 있다.

현 정부 정책 결정권자들에게 "갑자기 30억원이 생긴다면 어디에 투자하겠느냐"고 물어보고 싶다. 아마 그들의 속내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기업할 의욕이 충만한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근본적인 부동산 시장 안정책이다.

[임상균 부동산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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