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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매경포럼 최경선

[매경포럼] 평창올림픽 '생선회' 맛보자

  • 최경선 
  • 입력 : 2018.02.07 17:15:59   수정 :2018.02.07 19:2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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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올림픽이 열리던 10년 전 그곳에서 특파원으로 일하고 있었다. 스포츠에 문외한이라 여러 종목들의 경기규칙을 섭렵하기에도 어지러운데 한국에서 뜻밖의 전화가 걸려왔다.

"한국 팀이 경기를 할 때마다 중국 관중들이 상대 팀을 일방적으로 응원한다. 한국과 일본이 야구경기를 하는데도 중국인들이 일방적으로 일본팀을 응원한다.
중국인들이 이 정도로 한국을 싫어하느냐. 당장 혐한류(嫌韓流) 분석기사를 보내라"는 지시였다. 이해하기 힘든 상황이었다. 2006년부터 특파원으로 근무하면서 혐한류를 느껴본 경험이 거의 없었다. 오히려 경제적으로 앞서 있는 한국과 한국인을 중국인들이 아주 좋아하는 모습을 보면서 뿌듯해하던 중이었다. 김치분쟁, 동북공정 등 몇몇 마찰이 있긴 했어도 한국과 일본이 경기할 때 중국인들이 일본을 응원한다는 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런 경험과 생각이 무슨 소용인가. 일본을 일방적으로 응원하는 중국인들 모습이 TV 화면에 실시간으로 적나라하게 비춰지고 있는데 말이다.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하면서도 몇 시간 거리에 떨어져 있는 경기장에 입장권도 없이 달려갈 수도 없는 일이어서 끙끙 앓다가 뜻밖의 곳에서 답을 찾았다.

어느 중국 전자회사 공장장을 만났더니 "직원 700명 중 150명이 매일 응원부대로 차출되고 있다"고 했다. 외국팀끼리 경기할 때 관중석이 텅 비는 걸 메우기 위한 고육책이었다. 처음엔 단체응원복을 입었는데 보기 싫다는 지적이 있어 자유 복장으로 바꾸고 나니 `응원부대`를 구분하기 힘들어졌다는 설명이다. "무슨 경기인지도 모른 채 운동장으로 나가서 무조건 응원단이 적은 팀을 응원한다"고 했다.

당시 중국에는 한국 교민과 주재원이 80만명 정도 거주하고 있었다. 한국에서 응원하러 온 여행객도 어마어마했다. 어느 경기장을 가든 한국 응원단이 넘쳐났다. 중국 응원부대로서는 한국보다 응원단이 적은 일본을 응원할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생면부지의 외국팀을 위해 직원들은 정말 악착같이 응원한다. 응원을 잘했다고 평가받으면 또 차출명령을 받아 근무를 쉬면서 올림픽을 즐길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요란했던 중국인들의 올림픽 응원이 문득 떠오른 건 평창동계올림픽에 고민이 엿보이기 때문이다. 티켓 107만매 중 80만매 이상 팔려나갔다고 하는데 흥행이 성공적이라는 환호성은 들을 수 없다. 정부 기관, 단체, 기업들이 뭉텅이로 티켓을 사갔다는 소리가 간혹 들릴 뿐이다. 대한체육회도 입장권 2만2000장을 일괄 구입해서 체육단체들에 배분했다고 한다. 그 티켓을 받은 사람 중 과연 어느 정도가 경기장으로 나올지는 모를 일이다. 동계올림픽은 그 특성상 도시에서 멀리 떨어진 춥고 외진 장소에서 진행되는 경기가 많다. 오죽했으면 이낙연 국무총리마저 "입장권을 갖고 있으면서도 경기장에 나오지 않는 노쇼(No-Show)가 우려된다"며 지난달 말 평창올림픽 지원위원회에서 걱정했을 정도다. 이 총리는 "현장에서 경기를 보는 것이 생선회를 먹는 것이라면, TV로 보는 것은 통조림을 먹는 것과 같다"는 말까지 인용해가며 각종 기관과 기업들에 적극적 참여를 당부했다.

팔은 안으로 굽는다. 한국팀이 출전하고 또 성적이 좋은 종목일수록 보고 싶은 마음도 커지는 게 인지상정이다. 평창동계올림픽에서 관람하고 싶은 종목을 물어본 결과도 피겨스케이팅, 쇼트트랙, 스피드스케이팅 순이다. 한국이 그동안 동계올림픽에서 메달을 딴 3개 종목과 정확하게 일치한다.
이들 종목의 티켓은 동이 났는데 개막식 티켓은 오히려 150만원짜리가 절반 이하 가격으로도 인터넷에 흘러나오고 있다. 평창의 추위에 움츠린 관중들이 그만큼 많다는 뜻인데 그렇다고 중국처럼 강제 동원할 수는 없는 노릇.

평창동계올림픽은 한국이 3차례 도전 끝에 유치한 축제다. 응원의 박수와 함성소리가 없다면 우리부터 머쓱해질 일이다. 추워도 멀어도 평창올림픽을 다양한 생선회처럼 즐겨보라고 권해 본다.

[최경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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