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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매경포럼 최경선

[매경포럼] 마오쩌둥 참새박멸 그 이후

  • 최경선
  • 입력 : 2017.10.18 17:09:46   수정 :2017.10.18 17:4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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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0년대 말 중국에서 벌어진 참새박멸 운동을 이 칼럼에서 소개한 적이 있다. 마오쩌둥이 1958년 쓰촨성 농촌을 시찰하다가 참새를 쳐다보며 `저 새는 해로운 새다`라고 한마디 한 뒤에 벌어진 일이다. 배고픈 인민들이 먹어야 할 곡식을 참새가 쪼아먹자 화가 나서 던진 말인데 그 파장은 실로 엄청났다.

마오쩌둥의 한마디에 `참새 섬멸 총지휘부`가 만들어졌다.
얼치기 지식인들은 `참새가 사라지면 70만명이 먹을 수 있는 곡식을 더 수확하게 된다`며 바람을 잡았고 대대적인 소탕작전이 벌어졌다. 이제 곡식 수확량이 늘어나야 할 순서인데 결과는 정반대였다. 참새가 사라지자 메뚜기를 비롯한 해충이 창궐했고 농작물은 초토화됐다. 1958년부터 3년 동안 중국인 3000만명이 굶어 죽었는데 마오쩌둥 한마디가 불러온 참사였다. 이 이야기를 3개월 만에 다시 언급하는 이유는 한번 파괴된 생태계를 복원하는 데 드는 비용과 노력을 강조하고 싶어서다. 많은 사람들은 중국 참새가 그 후 자연스럽게 복원됐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참새는 자유롭게 하늘을 날아다니고 1년에 세 번까지 번식을 한다고 하니 그렇게 생각하기 십상이다. 그처럼 자연스럽게 복원됐다면 다행이었겠지만 역사적 사실은 그와 다르다. 해충의 공격을 받아 농작물이 쑥대밭이 되자 다급해진 마오쩌둥은 소련에 도움을 요청했다. 그러고는 시베리아 벌판에서 참새 20만마리를 잡아다가 중국 각지에 풀어놓았다. "해로운 새, 참새를 때려잡자"고 쫓아다니던 사람들이 곧바로 "이로운 새, 참새를 잡아오자"며 시베리아 벌판을 헤매고 다니는 모습을 상상해 보라. 얼마나 황당한가. 참새를 둘러싼 생태계를 이해하지 못한 채 무작정 때려잡고 본 결과다.

문재인정부 출범 후 `탈원전`이 화두로 회자된다. 국내 전기 공급 30%를 차지하는 원자력발전이 갑자기 `해로운 에너지` 취급을 받는다. 신고리 원전 5·6호기 건설공사가 느닷없이 중단됐고 우수한 한국 원전기술을 알릴 수 있는 국제행사에도 찬바람이 분다. 그 싸늘한 기운 탓에 대학교 원자력 관련 학과마저 학생 이탈을 걱정할 지경이다. 이런 식으로 기술개발이 멈칫하고 인력이 떠나고 장비가 노후화된다면 원자력발전산업의 생태계 자체가 무너지고 말 것이다.

세계는 `전기의 시대`로 점점 더 빠져들고 있다. 파티 비롤 국제에너지기구(IEA) 사무총장이 17일 매일경제 주최 세계지식포럼에서 내놓은 분석이자 화두다. 에너지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인 그는 4차 산업혁명과 전기자동차 시대 도래로 지구촌 전기 수요는 갈수록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토머스 에디슨이 각종 전기기구를 발명한 후 130여 년 만에 처음으로 전기 부문 투자액이 석유 부문 투자액을 뛰어넘었다고 소개했다. "이제는 로열더치셸 등 석유회사들이 주유소가 아니라 전기자동차용 충전소를 짓고 있다"는 사실도 소개했다.

우리 에너지 당국의 전력수요 전망은 거꾸로 가고 있다. 지난달 제8차 전력수급 기본계획 실무소위원회는 2030년 전력수요를 100.5GW로 전망했다. 이는 2015년 만들어진 7차 계획보다 12.7GW나 낮아진 것이니 어안이 벙벙하다. 탈원전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를 대안으로 내밀지만 믿음이 가지 않는다.
하루에 고작 몇 시간 발전하는 태양광이나 벌써 소음 탓에 주민들이 반발하는 풍력이 과연 전력 공급의 대안이 될 수 있겠는가. 공급 대안이 신통찮으니 수요 전망치를 낮춰 탈원전 정책을 뒷받침하려는 요량이라면 10~15년 뒤 수급 차질이 빚어졌을 때 그 사태를 어찌할지 걱정이다.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가 20일 정부에 공사 재개 여부에 관한 권고안을 내놓는다. 일단 때려잡고 나서 시베리아 벌판에 참새 잡으러 가는 것과 같은 비극이 벌어져선 안 된다. 50년 동안 쌓아온 우리나라 원자력발전산업 생태계가 유지될 수 있도록, 원전수출국의 경쟁력을 잃지 않도록 에너지전환 정책에 속도조절이 필요하다.

[최경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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