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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매경포럼 최경선

[매경포럼] 레고랜드 놀러가는 꿈 10년

  • 최경선
  • 입력 : 2017.09.13 17:21:36   수정 :2017.09.13 17:4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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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달 달력에 10일간 연휴가 표시됐다. 어디로 갈까, 무엇을 할까. 익숙하지 않은 일이라 당황스럽기까지 하다.

서울에서 2시간 거리인 춘천은 말 그대로 호반의 도시다. 수려한 의암호 사이사이로 스카이워크 등 다양한 관광상품이 손짓한다.
그중에서도 오랜 기다림의 대상이었던 곳은 세계적인 놀이공원 레고랜드다. 호수 내 중도라는 섬에 5000억여 원을 들여 테마파크, 호텔 등을 건설하는 계획이 발표된 게 10년 전이다. 강원도와 레고랜드 운영회사인 영국 멀린사가 2008년 그런 내용으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예정대로라면 지금 레고랜드는 관광객으로 북새통이어야 한다. 얼마 전 여름휴가를 설악산으로 가면서 그곳에 들렀다. 얼마나 천지개벽했는지 궁금했는데 눈앞에 펼쳐진 것은 황무지뿐이었다. 그나마 레고랜드가 들어설 섬과 육지를 연결하는 다리는 거의 형체를 갖추고 있었다. 그 다리는 올해 11월이면 완공될 것이라고 한다.

그런데 레고랜드에 얽힌 사연들을 들어보니 답답해진다. 국비 850억원을 들인 이 다리는 완공된 후에도 무용지물이다. 그동안 레고랜드 건설공사는 착공식이라고 여길 만한 행사를 세 차례나 했음에도 실제로는 진척된 게 아무것도 없다. 선사시대 유적이 발굴되면서 공사가 지연되기도 했고, 내부 비리가 드러나면서 사업이 미뤄지기도 했다. 급기야 지난달 초에는 멀린사가 테마파크 공사비 1500억원을 투자하지 않기로 결정해버렸다. 강원도는 여전히 연내 착공이 목표라고 말하고 있지만 이제는 춘천 레고랜드 사업이 계속될 것인지조차 알 수 없다.

일본·중국 등으로 눈을 돌리다 보면 한국만 시간이 멈춰선 듯하다. 말레이시아에서는 2012년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레고랜드가 문을 열었다. 우리보다 늦게 레고랜드 건설에 뛰어든 일본도 올해 4월 나고야에 세계 8번째 레고랜드를 개장했다. 이제 레고랜드에서 어린이들과 즐거운 휴가를 보낼 생각이라면 춘천 레고랜드를 기다리기보다는 말레이시아나 일본으로 달려가는 게 더 나은 선택으로 보인다.

어디 레고랜드뿐이겠는가. 세계 최대 테마파크라는 디즈니랜드가 일본 도쿄, 홍콩에 이어 지난해 6월에는 중국 상하이에 문을 열었지만 한국은 구경꾼 신세다. 세계 2위 테마파크로 불리는 유니버설스튜디오도 2007년 한국 유치 계획을 밝혔지만 10년 동안 땅값을 놓고 실랑이만 벌이다가 헛일이 되고 말았다. 일본 오사카, 싱가포르에 이어 아시아 세 번째 유니버설스튜디오는 결국 중국 베이징에 건설하는 것으로 결론이 나버렸다. 그 속사정을 들어보면 가슴만 답답해진다. 토지 가격이나 문화재 발굴 문제를 놓고 끝이 보이지 않는 실랑이를 계속해왔다는데 일본, 싱가포르, 중국에선 과연 땅이 남아돌고 문화재가 없어서 그처럼 사업을 진행할 수 있었는지 의아해질 정도다.

10월 초 유례없이 긴 연휴가 생겼다. 알고 보면 이 연휴는 더불어민주당이 올해 4월 콕 꼬집어 약속했던 사안이다.

`올해 추석 연휴기간 중 10월 2일을 임시공휴일로 선포해 내수 진작을 배려한다`고 아예 대선 공약집에 명시해놓고 있다. 그런데도 임시공휴일 선포를 이달 초까지 차일피일 미뤘다. 연휴 계획을 미리 세울 수 있게 해주면 너도나도 해외여행을 떠나려고 할 것이기에 일부러 그랬을 것이라고 수군거린다.


사람도 돈도 언제든지 국경을 넘나들 수 있는 시대다. 올해 우리나라에서 외국인들은 14조원을 쓰는 반면 우리 국민은 외국으로 나가 31조원을 지출할 것으로 추산된다. 관광수지 적자가 17조원으로 사상 최대가 될 것이라는 뜻이다. 사드 배치에 따른 중국의 보복 탓도 크지만 정작 걱정스러운 점은 우리의 관광 경쟁력이다. 우리 주변에 더 가고 싶은 곳, 더 놀고 싶은 곳, 더 돈 쓰고 싶은 곳을 만들지 못하면서 휴가를 준다한들 무슨 소용이겠는가. 여유 있는 계층은 외국에 돈 쓰러 나가버리고 위화감만 더 커지지 않겠는가.

[최경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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