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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매경포럼 최경선

[매경포럼] 한국전쟁 '10대 불가사의' 되돌아보니

  • 최경선 
  • 입력 : 2017.08.16 17:26:04   수정 :2017.08.16 17:3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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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에도 전쟁은 시시각각 한반도로 다가오고 있었다. 1949년 6월 말 주한미군이 철수했고 그해 10월엔 중국 대륙이 공산화됐다. 이승만 대통령은 장면 주미 대사를 해리 트루먼 미국 대통령에게 보냈다. "주한미군 철수는 시기상조"라고 읍소하고 "무기와 장비를 더 달라"고 애원했지만 통하지 않았다.
힘의 균형이 무너졌다. 육군본부 정보국은 1949년 말 "내년 봄 북한이 38선에서 전면적으로 공격해올 것"이라는 종합보고서를 제출했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건 우리 사정이다. 딘 애치슨 미국 국무장관은 1950년 1월 한반도를 빼놓은 극동방어선을 발표했다. 한미동맹에 균열이 드러났다.

약점은 노출됐고 갈수록 상황은 험악해졌다. 38선을 넘어오는 주민들은 "북한군이 탱크로 무장한 채 이동하고 있다"고 수군거렸다. 채병덕 육군참모총장도 뭔가 심상찮은 낌새를 느꼈던 모양이다. 6월 24일 육군 첩보부대에 특별지시를 내렸다. "포천·동두천 적군 동향을 파악해서 25일 오전 8시까지 보고하라"고 명령했다. 2개 첩보부대가 급파됐지만 늦었다. 그들의 보고는 이뤄지지 못했다. 북한군이 먼저 밀려온 탓이다.

한반도가 전쟁의 소용돌이에 휩쓸리던 1950년. 지금 생각하면 어이없는 일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났다. `한국전쟁 초기 10대 불가사의`다. 이형근 장군이 회고록에서 정리한 내용이다. 대한민국 군번 1번의 주인공이자 육군참모총장을 지낸 군인의 비판이니 허투루 넘길 내용은 아니다.

이런 내용이다. 첫째, 공비를 토벌하던 중 "곧 대규모 남침이 있을 것"이라는 포로들의 증언을 듣고 육군본부에 수차례 보고했는데 아무 반응이 없었다. 둘째, 전쟁 직전인 6월 10일 사단장·연대장을 포함한 대대적인 군 인사가 단행됐다. 셋째, 6월 13일부터 상당수 부대가 전후방 주둔 지역을 교대했다. 그 결과 사단장·연대장이 지형은 고사하고 부하 신상도 파악하지 못한 상태에서 전쟁을 맞았다. 군 비상경계령을 23일 밤 12시에 해제하고 24일 장병들에게 외출·외박을 대거 허용한 것도 불가사의다. 또 24일 저녁에는 최전방 사단장까지 불러 육군 장교클럽에서 파티를 열었는데 이 또한 불가사의다. 마치 북한군을 도와주기라도 하려는 듯한 일련의 일들이 한꺼번에 벌어진 이유를 이해할 수 없다. 채 총장은 그 파티에서 25일 새벽 2시에 돌아와 새벽 5시에 남침을 보고받았다. 헛웃음이 나오는 일이다.

물론 반론도 있다. 6월 25일 새벽에 전쟁이 터질 것이란 사실은 김일성과 스탈린만 알고 있었을 일이다. 전쟁 위협이 있다고 해서 언제까지나 비상대기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채 총장이 그해 4월 임명됐으니 그즈음 육군 인사를 단행하는 것도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일이다. 목숨 걸고 싸운 군인들의 경계 태세를 탓하기 전에 보다 근본적인 전쟁 원인을 살펴보라는 반론이다. 맞는 말이다. 전쟁이 벌어진 진짜 원인은 힘의 균형이 무너지고 한미동맹의 끈이 풀어졌기 때문이다. 사실 이승만 대통령도 시시각각 다가오는 전쟁 위협을 직시하고 있었다. 그는 겉으로 `북진통일` 운운하며 허장성세를 부렸지만 1950년 3월 비망록에는 이렇게 적었다. "북쪽 적은 아무 때고 우세한 전력으로 남침해올 태세인데 우리는 지금 대공포도 항공기도 심지어 탄약도 없다"고 했다.

전쟁이 벌어져선 안 된다. 백번천번 맞는 말이다. 그러나 힘없고 준비 안 된 나라가 전쟁을 막을 수는 없다. 미국 대통령이 `화염과 분노`를 말한다. 북한 선제타격론도 꺼내든다. 북한이 `괌 포위사격` 운운하며 맞서자 시민들에게 `비상행동 수칙`까지 나눠준다. 언제 무슨 일이 벌어질지 알 수 없다.

이런 마당에 미국의 동태와 속내를 시시각각 파악해야 할 신임 주미 대사는 아직 임명도 되지 않았다.
군 지휘관들은 대규모 인사로 술렁이고 있다. 힘의 균형을 위해 어떤 무기와 장비를 도입할 것인지는 뒷전이다. 오히려 어떤 이들은 "사드 배치 철회하고 한미 군사훈련 중단하라"며 미국대사관 앞에서 시위를 벌인다. 1950년 불가사의 못지않은 2017년의 불가사의다.

[최경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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