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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매경포럼 최경선

[매경포럼] 原電, 과학자에게 길을 물어야 한다

  • 최경선
  • 입력 : 2017.07.19 17:22:31   수정 :2017.07.19 20: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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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마오쩌둥이 1958년 농촌 순방 중에 참새를 노려보며 한마디했다. `저 새는 해로운 새다.` 식량이 부족한데 참새가 그 귀중한 곡식을 쪼아먹으니 눈엣가시처럼 보였을 것이다.

공산혁명의 서슬이 퍼렇던 그 시절이다.
최고지도자 마오쩌둥의 한마디는 중국을 발칵 뒤집어놓았다. `참새 섬멸 총지휘부`가 만들어졌다. 얼치기 지식인들과 행동대원들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바람을 잡았다. 국영 연구기관은 `참새 1마리가 곡식 2.4㎏을 매년 먹어치운다`고 목청을 높였다. `참새만 박멸해도 70만명이 먹을 곡식을 더 수확할 수 있다`며 마오쩌둥의 혜안에 찬사를 보냈다. 방방곡곡에서 소탕작전이 벌어졌다. 참새가 이리저리 쫓겨 날다가 지쳐서 떨어질 정도로 10억 인구가 냄비와 세숫대야를 두드리며 쫓아다녔다. "이건 아니잖아"라고 말하는 사람은 없었다. 그럴 분위기도 아니었다. 마오쩌둥의 명령은 일사불란하게 실행됐고 참새는 멸종지경에 이르렀다. 이제 곡식 수확량이 늘어날 일만 남았다고 생각했는데 현실은 정반대였다. 참새가 사라지자 메뚜기를 비롯한 해충이 창궐했고 농작물은 초토화됐다. 인류 최악의 참사라는 중국 대약진운동 때 벌어진 일이다. 1958년부터 3년 동안 중국인 3000만명이 굶어죽었다는데 마오쩌둥의 한마디에서 출발한 참화다.

60년 전 중국 공산혁명기에 벌어진 일을 무엇 하러 언급하느냐고 못마땅해할 수 있다. 맞다. 정치적, 시대적, 체제적 배경이 우리와 딴판인 곳의 이야기다. 2017년 대한민국과 비교대상이 아니고 비교대상이 돼서도 안 된다. 그런데 묘한 데자뷔가 있다. 최고지도자가 던진 한마디에 온 나라가 감전되는 그 서슬 퍼런 기운이다.

지난겨울 대한민국 광장은 뜨거웠다. 그 열기를 도처에서 `촛불혁명`이라 부른다. 그 혁명정신을 이어받겠다는 문재인정부에 서슬이 엿보인다. 공약을 지키겠다는, 그것이 아니더라도 최소한 공약을 이행하려고 노력한 흔적만큼은 보여주려는 결기다. 그 앞에서 과학도, 전문가도, 절차적 정당성도 힘없이 튕겨져 나간다. 원자력발전소 건설공사를 중단시키는 과정이 바로 그런 식이다.

신고리 5·6호기 공사는 원자력안전위원회에 전문가들이 모여 앉아 30개월 동안 토의한 뒤 결정한 일이다. 그런데 문재인 대통령 한마디에 무엇엔가 감전이라도 된 듯 공사가 멈춰진다. 주무장관인 주형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국무회의에서 침묵으로 일관했고 호텔로 숨어들어간 한국수력원자력 이사들은 거수기 역할에 충실했다.

이제 공론화위원회에 비전문가 20명이 모여 앉아 공사 재개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한다. 정부는 그 결정에 무조건 복종하겠다는 언약까지 내놓았다. 촛불혁명으로 이뤄진 `나라다운 나라`에서는 국가 에너지정책을 이런 식으로 멈추고 뒤죽박죽으로 만들어도 되는 것인지 묻고 또 묻고 싶다.

문 대통령은 `원자력발전이 안전하지도, 저렴하지도 않다`고 했다. 그 생각이 잘못된 조언과 엉터리 정보 탓이라면 이제라도 주변을 돌아봐야 한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고리 1호기 영구정지 선포식`에서 "후쿠시마 원전사고로 일본에서 1368명이 사망했다"고 했는데 틀린 말이다. 탈원전 정책수립에 참여하고 조언했다는 어느 의대 교수는 "앞으로 300년간 북태평양산 고등어·명태·대구를 먹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는데 황당한 말이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후 일본 수산물을 줄곧 검사해온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비과학적이고 비상식적` 주장이라고 일축한다.

이제 전기요금 폭탄이 걱정이다.
그러잖아도 브레이크 없이 질주하고 있는 탈원전 정책이다. `비과학적` 상상력에서 출발한 것이라면 그 종착지를 예측하기는 더 어렵다. `2030년까지 전기요금이 지금보다 3.3배 오를 것`이라는 경고에 어지러울 지경이다. 에너지 안보와 가격의 핵심축인 원전 정책을 참새몰이처럼 실험해 볼 수는 없지 않은가. 과학자들의 비판적인 의견에 더 귀를 열어야 한다.

[최경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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