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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매경포럼 최경선

[매경포럼] 恨을 내려놓고 미래를 봐야 한다

  • 최경선 
  • 입력 : 2017.05.24 17:36:52   수정 :2017.05.24 19: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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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전 대통령께서 오늘 이곳 양산 부산대병원에서 운명하셨습니다." 2009년 5월 23일 문재인 대통령이 비통한 표정으로 노 전 대통령의 서거 사실을 발표했다. 그 후 7일 동안 그는 국민장 상주였다. 슬퍼할 틈조차 그에겐 허락되지 않았다.
훗날 그는 "시신 확인부터 운명, 서거 발표 그리고 연이은 회의들로 울 수도 없었다"고 회고했다. 그 처연한 모습 탓에 그의 의연함은 더 돋보였는지 모른다. 영결식장에서 이명박 당시 대통령이 헌화할 때 어떤 이가 "정치보복 사죄하라"며 울분을 터뜨리다 끌려나가자 그는 이 전 대통령에게 다가가 정중히 사과했다. 강렬한 인상을 남긴 절제의 장면이다.

노 전 대통령의 죽음은 자연인으로 돌아갔던 문재인 대통령을 다시 정치로 돌아오게 한 사건이다. 문 대통령은 자서전 `운명`에서 "그(노무현)의 치열함이 나를 늘 각성시켰다. 그의 서거조차 그러했다. 이제 당신은 운명에서 해방됐지만, 나는 당신이 남긴 숙제에서 꼼짝하지 못하게 됐다"고 했다.

이명박정부는 출범 초기 광우병 촛불집회로 큰 위기를 맞았고 몇 달 뒤 검찰은 `박연차 게이트`를 고리 삼아 노 전 대통령 일가에 대한 대대적인 수사에 나섰다. 그 수사가 최악의 비극적 결말을 맞았으니 그 굽이굽이에 얼마나 많은 한이 쌓였을까.

그 당시 수사에 입회했던 문 대통령은 검찰에 대해 "대단히 건방졌다. 말투는 공손했지만 태도에는 오만함과 거만함이 가득 묻어 있었다"고 말했다. 어딘가에 분노와 적개심이 응축돼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생각도 단호하다. `대한민국이 묻는다`는 책에서 그는 이명박정부를 사자성어로 표현해 달라는 주문에 주저 없이 양상군자(梁上君子)라고 했다. 4대강 사업, 자원외교, 방위사업 비리로 도둑질을 했다고 노골적으로 몰아쳤다.

문 대통령 인기가 하늘을 찌른다. "매일 감동이다. 그에게 투표하지 않은 사실이 후회된다"는 사람들이 자주 눈에 띈다. 소탈하고 진정성 있는 행보와 탕평인사가 감동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그 환호와 갈채 속에 검찰개혁이 닻을 올렸다. 이명박정부의 4대강 사업에 대한 감사 지시도 떨어졌다.

검찰개혁은 `만찬 돈봉투` 사건으로 검찰 스스로 촉발했다. 노무현정부 시절 서울지검장, 법무부 검찰국장 등을 물갈이하자 전국 검사들이 조직적으로 반발하던 상황과는 천양지차다. 그들의 자책골에 편승해 개혁에 속도를 내게 됐으니 문 대통령에게는 굴러온 복이나 다름없다.

4대강 사업에 대한 감사는 사뭇 다르다. `엇 이게 뭐지?` 할 정도로 생뚱맞다. 이미 4대강 사업은 감사원이 이명박·박근혜정부를 거치며 세 차례나 감사를 했던 사안이다. 대법원도 민주당 등 야권 4당과 환경단체들이 제기한 소송에서 2015년 12월 "4대강 사업은 적법하게 시행됐다"고 판결을 내린 사안이다. 그런데도 개인 비리를 찾아내려는 게 아니라고 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명백한 위법·불법행위가 발견되면 그에 상응한 후속 조치가 불가피할 것"이라며 칼끝을 겨눈다. 그 서슬이 퍼렇다.

우리 역사에는 한을 품은 권력자의 두 가지 극단적인 사례가 있다. 어머니 죽음에 얽힌 한을 풀기 위해 피바람을 일으킨 연산군이 그 한쪽이라면 아버지 죽음에 쌓인 한을 담담하게 풀어나간 정조가 다른 한쪽이다.

문 대통령은 23일 노 전 대통령 8주기 추도식에서 "지켜주지 못해 미안한 마음은 이제 가슴에 묻겠다"고 말했다. 그리고 "반드시 성공한 대통령이 돼 퇴임 후 다시 찾아뵙겠다"고 다짐했다.
연산군의 한풀이가 떠오르던 순간 정조처럼 담담하게 가겠다고 다짐한 셈이니 이 또한 감동이다. 문 대통령은 정치를 하면서 논어에 나오는 정자정야(政者正也)를 좌우명으로 삼았다고 했다. 정치는 바른 정책을 행하고 사사로이 흐르지 않으며 공사를 분명히 하는 것이라고 했다. 검찰개혁이든 4대강 감사든 가슴속에 쌓인 한을 표출해선 안 될 일이다.

[최경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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