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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포럼] 시대적 과제, 포용적 성장

  • 서양원 
  • 입력 : 2016.07.20 17:25:20   수정 :2016.07.20 17:3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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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대우조선 하도급업체에서 용접공으로 일하던 김 모씨(42)의 자살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뛰어난 기술을 갖고 있던 그였지만 불황의 풍파 앞에 목을 맸다. 그는 3개월째 임금을 받지 못한 채 임시직을 전전했다. 한 달여 전 겨우 다른 하도급업체에서 일자리를 잡았지만 아직 직업을 구하지 못한 팀원들에게 미안해했다.
이렇게 김씨처럼 목숨을 던진 하도급업체 근로자가 올해만 벌써 4명이다. 13만여 조선업 하도급업체 직원들,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현실이다.

이들의 임금은 대형 조선사 정규직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이 중 조선업 최말단에 있는 물량팀(수주한 프로젝트를 따라 움직이는 임시직) 상황은 더욱 열악하다. 4대 보험 가입률은 62%에 불과하다. 31%는 제대로 된 근로계약도 없이 일한다. 임금체불 경험자는 38%, 산재를 당했던 근로자도 35%에 이른다.

이들에 비하면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 노조원들은 정규직이고, 확실한 기득권층이다. 이들은 수주절벽으로 회사금고가 바닥났는데도 파업을 벌이고 있다. 하도급업체, 비정규직 근로자의 피눈물은 안중에도 없다. 새누리당이나 민주당도 한국노총 민주노총 소속 근로자들 이익만 챙긴다. 조직적인 후원과 표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전체 근로자의 절반이 넘는 하도급업체, 비정규직을 방치하다간 폭발하고 만다. 비정규직의 낮은 임금은 소득격차를 더욱 확대시킨다. 이는 중산층의 연쇄 몰락으로 이어진다. 퇴직한 지 1년도 안 돼 100억원 이상을 챙기거나 127억원의 주가 차익을 얻는 검사를 보면서 어떤 생각이 들겠는가. 금수저, 은수저, 흙수저로 신분이 갈리는 것을 보는 청년들의 분노도 쌓여간다.

대기업 귀족노조 소속 근로자는 10%도 안 된다. 이들의 이기주의는 자유시장경제의 기초를 흔들고 한국의 자본주의를 위기 속으로 몰아넣는다.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의 저자 대런 애쓰모글루와 제임스 로빈슨은 "국가의 실패는 기득권의 부패와 탐욕이 멈추지 않을 때 일어난다"며 "국가의 정치 경제적 실패를 극복하려면 착취적 제도를 포용적 제도로 변화시켜야 한다"고 제언했다.

곽수일 서울대 명예교수는 최근 `포용적 성장포럼`에서 "우리 사회는 이대로 가다간 깨진다"며 "포용적 성장(Inclusive Growth)으로 안정적인 자유시장경제 시스템을 재구축할 때"라고 강조했다.

포용적 성장은 공정한 룰(Rule)을 만들어 균등한 기회를 보장하고, 성장의 과실을 각계각층에 골고루 나눠준다. 이미 국제통화기금(IMF)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포용적 성장정책을 우리 정부에 적극 채택할 것을 권고했다.

지난 대선에서 경제민주화 프레임으로 박근혜정부를 탄생시켰던 김종인 민주당 비대위 대표도 최근 포용적 성장을 제시했다. 하지만 그가 제안한 방식대로 갔다간 큰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김 대표는 지난 5월 대우조선 현장을 찾아서 "근로자들이 경영감시를 할 수 있는 장치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금처럼 대기업 귀족노조가 자기 이익만 챙기는 상황에서 경영 참여까지 보장한다면 살아남을 기업이 얼마나 있을까.

현대차 노조는 연봉 9700만원을 받으면서 벌써 5년 연속 파업을 했다. 회사 순이익 30%를 내놓으라고 하고, 정년은 연장하되 임금피크제는 못 받겠다고 한다. 해외 공장 신설은 물론이고, 직원들 자리 이동이나 작업조 편성 때도 자신의 동의를 받으라고 요구한다. 생산성은 미국·중국 근로자의 절반 수준인데 임금은 미국·중국보다 더 달라고 떼쓴다.

이런 노조에 이사 자리까지 내주면 현대차 경영이 제대로 될까. 오죽했으면 현대차가 국내 생산 비중을 10년 만에 72.7%에서 36%로 줄였겠는가. 현대차 노조의 행태는 한국 자동차 산업을 고사시키는 것이자, 국내 일자리를 애타게 찾고 있는 청년들의 갈망을 짓밟는 행위다.

정부엔 이제 시간이 없다. 포용적 성장을 최우선 정책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공정한 게임규칙을 정하고 공정한 경쟁을 보장해야 한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상생이 실질적인 효과를 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경제체질도 개선하고 구조개혁도 차질 없이 실행해야 한다. 낙오하는 계층을 위한 정책 배려와 사회안전망 확충도 서둘러야 한다.
이런 게 실행되면 성장과 분배가 선순환될 것이다.

국회는 허구한 날 싸움박질만 하지 말고 포용적 성장을 적극 지원해야 한다. 대기업 귀족노조도 노동시장 유연화에 동참하고 비정규직을 포용하는 자세로 나와야 한다. 우리 모두가 기득권을 내려놓고 `위대한 포용(Great Inclusion)`을 위해 나가야 할 때다.

[서양원 국차장 겸 레이더총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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