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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매경포럼 서양원

[매경포럼] 단절

  • 서양원 
  • 입력 : 2016.06.22 17:42:52   수정 :2016.06.22 19:3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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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일본 도쿄 하늘을 봤다. 깨끗했다. 공기도 좋았다. 특파원은 셔츠를 이틀에 한 번 세탁해도 문제가 없다고 한다.
서울 하늘을 다시 봤다. 언제부턴가 늘 희뿌옇다. 맑은 하늘을 보면 운 좋은 날이다. 셔츠를 하루에 한 번 꼭 빨아야 한다. 미세먼지농도가 높기 때문이다. 서울의 초미세먼지(PM2.5, 입자크기 2.5㎛) 농도는 연평균 24(㎍/㎥)다. 도쿄(13㎍/㎥), 로스앤젤레스(15㎍/㎥)보다 2배 가까이 높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국 수도 중에서 서울의 농도가 4번째로 높다. 서울에 사는 우리가 호흡기 질환에 더 잘 걸리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정부가 뒤늦게 심각성을 인식하고 지난 3일 범정부 차원의 `특별대책`을 내놓았다. 고등어와 삼겹살을 미세먼지 주범으로 모는 코미디를 벌이다 마련한 대책들이다.

하지만 이 대책은 2005년 1월 환경부가 내놓은 `미세먼지 저감대책`과 거의 똑같다. 11년 전에도 노후 경유차를 폐지하고 미세먼지 저감장치를 장착하겠다고 밝혔다. 우리나라 미세먼지의 절반도 안 되는 파리와 런던 수준으로 낮추겠다고 했다. 어떻게 됐나. 허언이 됐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과거 정권 것은 무조건 패대기쳐 버리는 `단절` 때문이다.

이명박(MB)정부의 녹색성장 정책은 이산화탄소(CO2) 줄이는 데 초점이 맞춰졌고, 미세먼지 대책은 빠졌다. 오히려 미세먼지를 발생시키는 경유차에 `클린디젤`이란 이름으로 면죄부를 줬다. 환경개선부담금 납부도 면제해줬다. 그러다 보니 경유차 비중이 5년여 사이에 18%에서 44%까지 늘어났다.

박근혜정부 역시 MB정부의 녹색성장을 거들떠보지도 않고 있다. MB정부는 글로벌녹색성장기구(GGGI)와 녹색기후기금(GCF)을 유치해 세계기후협약과 녹색성장을 주도하는 분위기였지만 이제는 더 이상 한국을 녹색성장 주도국으로 보지 않는다. 녹색성장 정책에 비판적으로 접근했더라면 이산화탄소를 줄이면서 미흡했던 미세먼지 대책을 포함시켰을 수 있다.

이전 정권의 정책이라도 수용할 것은 수용하고, 잘못된 것은 버리면 된다. 특히 정책 특성상 오랜 시간이 걸리는 프로젝트에 대해서는 국가의 백년대계를 보고 근원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저출산·고령화 정책의 단절을 보면 정치권력이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지 근원적인 질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다. MB정부는 참여정부 때 활발히 가동했던 저출산고령화위원회를 스톱시켰다. 청와대가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면서 각 부처 및 전문가들과 함께 머리를 싸맸어도 성과를 낼까 말까 한 프로젝트였다. 저출산은 결국 생산인구 감소를 가져오면서 내수시장에 미치는 충격을 한 타임도 늦추지 못하게 하고 있다.

박근혜정부의 모든 것이라 할 수 있는 창조경제 또한 다음 정부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녹색성장처럼 사라질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특히 재계에서는 창조경제센터의 보호막 아래 연명하는 일부 벤처들은 자연사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다음 정부에서는 새로운 형태의 각출 프로젝트가 나올 것으로 보는 냉소주의도 흐른다.

4차 산업혁명 물결이 거세게 흐르는 이 시점에 창조경제는 굴뚝 제조업 중심의 경제구조를 근원적으로 바꾸는 데 도움을 줄 정책이다.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드론 로봇 유전자가위 등 첨단 기술들로 무장한 크고 작은 기업들은 한국 경제에 튼튼한 기둥을 구축할 수 있다.

대기업 중심의 경제구조가 갖는 한계를 돌파할 수 있고, 청년 일자리를 만들어내고 내수도 활성화시킬 수 있다. 이런 방향으로 창조경제의 패러다임이 만들어지려면 박근혜정부 5년으론 너무 짧다. 다음 대통령은 창조경제의 장단점을 면밀히 뜯어보고 발전시킬 것은 계속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단절이 가져오는 폐해는 이미 많이 봤다.
국민에게 피해를 주고 국가경쟁력을 갉아먹었다. 중장기에 걸쳐 차질 없이 실천되면서 새로운 안정성장의 틀을 만들어야 할 정책마저 과거 정권 유산이라 해서 패대기쳐서는 곤란하다는 생각이다.

대통령이 바뀌더라도 국민을 위해 필요하고, 국가를 부강하게 만들 정책은 계속 이어가야 하지 않을까. 단절의 업보가 정권이 바뀔 때마다 되풀이되는 것은 더 이상 안 봤으면 한다. 대통령을 꿈꾸는 리더는 단절 폐해의 역사에서 제대로 배우길 바란다.

[서양원 국차장 겸 레이더 총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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