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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포럼] 조선 구조조정, 산으로 가나

  • 서양원 
  • 입력 : 2016.05.25 17:18:25   수정 :2016.05.25 19:3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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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업 구조조정이 난항이다. 각 조선사 노조는 자구계획안을 전면 부인하고 투쟁을 선언했다. 여야 지도부는 23일 거제 현장을 방문해 노조원들이 듣기 좋은 소리만 하고 갔다. 특히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는 "근로자들이 경영감시를 할 수 있는 장치를 종국에는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정치권 행태는 한시가 급한 구조조정에 혼선을 주고 있다. 무엇 때문에 구조조정을 하는지 목적도, 원칙도 잃어버린 느낌이다. 이러다간 구조조정 배가 산으로 갈까 걱정이다. 이미 4년 전부터 `과잉공급-수주절벽`에 시달려온 우리 조선산업은 진작 구조조정을 했어야 했다. 정리됐어야 할 조선사들은 저가수주 경쟁을 벌이다 모두를 망가뜨렸다. STX조선은 채권단과 자율협약을 맺고 4조여 원을 추가로 지원받았음에도 결국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성동조선은 회생이 불투명한데도 2조4000억원이나 지원받았다. 대우조선 또한 지난해에만 5조원의 적자를 냈고 빚이 10조원에 이른다. 이들 부실 조선사에 돈을 쏟아붓느라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곳간이 비게 됐다. 결국 정부가 나서 이들 은행에 국민 혈세를 집어넣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이 대목에서 하나 물어보자. 조선업 부실은 누구 책임인가. 누구 하나 잘못을 시인하지 않는다. 시도 때도 없이 청문회 열자던 국회는 왜 침묵하는가. 국민 세금을 이렇게 마구 써도 되는가. 조선업 부실의 책임을 냉정하게 밝히고 그 책임을 제대로 물어야 한다.

아울러 구조조정의 타이밍을 놓치지 않도록 최대한 속도를 내야 한다.

여기에서 혹독한 글로벌 조선업 불황에도 불구하고 양호하게 버티고 있는 한진중공업의 사례를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한진중공업은 구조조정을 선제적으로 했다. 수주물량이 줄기 시작한 2010년 말 근로자 400명에 대한 희망퇴직을 결정했다. 민주노총 계열의 금속노조가 고공 농성을 시작했고, 정동영 유시민 이정희 노회찬 씨 등이 `희망버스`를 타고 정치 쟁점화했다. 회사가 망가지자 직원들은 스스로 민주노총을 탈퇴하고 파업을 종료시켰다. 한진중공업은 국내와 해외를 융합한 투트랙 전략으로 경쟁력을 지켰다. 국내 영도조선소는 함정과 쇄빙선 등 특수선 제작에 특화하고 필리핀 수빅에서는 일반 운반선 벌크선 등을 제조했다.

근로자 연봉이 400만원 수준인 필리핀 공장은 매출 1조2000억원대에 영업이익이 5% 이상 나는 우량 조선소로 발전했다. 한진중공업은 이곳에 300여 명의 직원을 파견해 3만여 명의 현지 근로자를 관리했다. 중국 업체들과 경쟁해 저가로 나오는 선박을 수주해도 이익이 나는 구조로 탈바꿈시킨 것이다. 필리핀 근로자 연봉의 20배 가까이 받는 국내 조선소의 임금 수준과 경직적인 노사관계에서는 감히 생각할 수 없는 일이다.

이 사례를 볼 때 조선업 구조조정의 원칙과 방향은 분명하다. 아무리 지원을 해도 살아날 가능성이 희박한 조선사는 차제에 정리해야 한다. 아직은 높은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는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은 다운사이징해서 살아남아야 한다. 돈 먹는 하마가 돼버린 대우조선의 근원적인 해법은 민영화다. 16년 동안 주물럭거리며 즐겨왔던 정치권력과 관료, 채권단은 이제 그만 내려놓아야 한다.

정부는 수주 절벽을 넘는 `조선업판 뉴딜정책`으로 군함제조(김준경 KDI 원장 제안)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 남한 함정의 성능이 북한 함정을 압도하긴 하지만 수적인 면에서 160척 대 820척이면 추가 발주 여유가 있다.

마지막으로 경기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대응하는 노사관계를 만들어야 한다. 배가 침몰하는데도 구조조정에 반대하는 노조의 몽니를 막지 못한다면 다 죽는다. 어려울 때 일자리를 같이 나누는 `잡셰어링(Job sharing)`이나 망해 가던 미국의 자동차 3사를 살렸던 `이중임금제(숙련 근로자와 미숙련 근로자에 대해 임금 차이를 두는 제도)` 도입도 검토할 만하다.

이런 일들을 누가 해야 하나. 박근혜 대통령이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GM 포드 크라이슬러 3사의 동반 부실로 디트로이트가 폐허로 변할 때 노조와 여론의 강한 반대를 뚫고 나갔다. 노조가 구조조정 계획을 승인하지 않으면 법정 관리시키겠다고 선언했고, 실제로 그렇게 했다.
결국 노조는 모든 구조조정 계획을 수용했다. 미국 자동차산업은 부활했고 일자리도 지켰다.

박 대통령은 지금 조선업 구조조정의 그립을 더 정확하게, 더 세게 잡아야 한다. 그를 보좌하는 강석훈 경제수석, 주형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임종룡 금융위원장, 그리고 이동걸 산업은행장, 이덕훈 수출입은행장 또한 사즉생(死則生)의 각오로 위기에 빠진 조선업 구조조정을 빨리 매듭지어야 한다.

[서양원 국차장 겸 레이더총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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