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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포럼] 금통위의 미션

  • 서양원 
  • 입력 : 2016.02.24 17:23:07   수정 :2016.02.24 19:5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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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발 글로벌 위기의 도화선이 됐던 리먼 쇼크(2008년 9월 15일)가 터지기 9개월 전인 2008년 1월 초. 벤 버냉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긴급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소집해 기준금리를 대폭 내리자고 제안했다. 부동산 가격이 폭락하면서 대공황 수준의 쇼크를 예감했던 것이다. 매파 위원들은 인플레이션을 우려하며 반대했다.

버냉키 의장은 "내가 교수형을 당한다면 매파들의 판단을 따르다가 당하지 않고, 나 자신의 판단에 책임지고 목 매달릴 것"이라고 맞섰다.
티머시 가이트너 뉴욕 연방은행 총재 등이 지원해주면서 금리를 0.75%포인트 내렸다. 미국 금리는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1년여 사이 5.25%에서 제로 수준까지 내려갔고 대량의 양적 완화까지 했다. 미 FRB는 연준법 테두리에 얽매이지 않고 배젓법칙(Bagehot`s Dictum·중앙은행이 최종대부자로서 필요한 자금 지원)에 따라 서브프라임 위기를 잘 극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버냉키, 가이트너 같은 걸출한 인물이 있어서 그 역할을 해낸 것도 있지만 FRB의 운영 방식이 큰 도움을 줬다.

FOMC에는 연준 의장을 포함한 7명의 FRB 이사와 12명의 지역연방은행 총재가 참여한다. 지역연방은행 총재 중 뉴욕 총재에겐 당연직 의결권을 주고, 나머지 11명은 4명씩 돌아가면서 의결권을 행사한다. FRB 이사 임기는 14년인데 청문회를 통과해야 하고, 2년에 한 명씩 교체한다. 정책 일관성을 잃지 않기 위해서다. 각 위원은 스태프 40~70명의 보좌를 받으며 의견을 활발하게 개진한다. FOMC도 의사록을 투명하게 공개한다.

이에 비해 한국은행의 최고의사결정기구인 금융통화위원회는 고칠 게 많다. 우선 정책의 일관성과 전문성을 보장하기 어려운 구조다. 금통위원 7명 중 4명(하성근, 정해방, 정순원, 문우식) 임기가 4월 20일에 끝난다. 5월 13일에 금통위가 열리면 새 위원들은 충분한 공부 없이 바로 금리 결정에 참여해야 한다. 그다음 임기 만료 때인 2020년에는 총 7명 중 5명이 한꺼번에 바뀌게 된다. 한은 부총재의 임기(3년)가 이들 4명과 비슷한 시점에 끝나기 때문이다. 이런 인사 시스템으론 통화정책을 일관성 있게 펴기 어렵다. 이번에 한은법 부칙이라도 개정해 위원들의 임기가 집중되는 문제점을 고치는 것은 어떤가. 4명의 신임 위원 중 2명의 임기를 2년으로 한시적으로 제한할 수도 있다.

한은은 또 근본적으로 체질을 바꿀 시점에 왔다. 한은은 창립 이래 물가 안정에만 역점을 두다가 2011년에야 금융 안정 목표를 포함시켰다. 그러다 보니 아쉬운 점들이 많았다. 한은은 외환은행에 대한 출자를 우회적인 방법으로 할 수 있었지만 외면했다.

결국 외환은행은 2003년 투기성 짙은 론스타에 헐값에 팔렸다. 론스타는 투자한 지 10년도 안 돼 배당금과 차액을 합해 6조8000억원을 챙겨 나갔다. 론스타는 지금도 정부의 늦장 결정으로 피해를 봤다며 우리 정부를 상대로 5조원대 투자자국가간소송(ISD)을 걸어 괴롭히고 있다. 이런 한은의 판단은 미 연준이 서브프라임 위기 당시 은행뿐만 아니라 증권사, 저축은행, 투자은행 구조조정에까지 참여했던 것과는 너무 대조적이다.

한은은 `사제복 입고 수도원에 숨어 산다`는 비판이 나왔던 것을 곱씹으며 변신 노력을 멈추지 않아야 한다.

특히 금통위는 금융, 자본시장, 글로벌 경제뿐만 아니라 위기의 뇌관이 될 소지가 큰 가계부채 등에 대한 혜안을 갖고 대비해야 한다.

벌써 4년 임기 보장에 3억원대의 연봉에 눈독을 들이는 이들의 물밑 경쟁이 치열하다. 이들을 한 줄로 세운다면 한은 정문에서 광화문까지 이어질 것이란 얘기도 나온다. 이 대목에서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한국은행, 대한상공회의소, 은행연합회의 위원추천권을 보장해주는 것은 어떨까. 이들 기관은 조직 이기주의를 벗어나 전문지식과 용기를 가진 외부 인사들도 추천해야 한다. 아울러 후보들의 사생활은 제외하고 정책 능력에 국한해 인사청문회를 통해 부적격자를 걸러내자.

지금 글로벌 경제 상황은 엄중하다. 일본과 유럽연합은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했다. 자국 통화가치를 노골적으로 낮추려는 것으로, 글로벌 환율 전쟁을 확산시키는 행위다. 중국도 돈을 풀기 시작했다. 금리 인상을 멈춘 미국은 `베넷-해치-카퍼` 수정 법안을 발효시켜 한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려 하고 있다.


이런 시점에 한은의 역할은 정말 중요하다. 금리 결정이 모든 게 아니다. 잃어버린 10년, 20년이 될지 모를 경제 침체의 고리를 끊을 해법과 액션플랜을 준비해야 한다. 일단 대한민국 최고의 브레인들로 금통위를 구성하고 기본 역할부터 제대로 하게 하자. 인사가 만사다.

[서양원 국차장 겸 레이더총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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