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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포럼] 당정 투톱이 한국경제 게이트키퍼로 나서라

  • 박정철 
  • 입력 : 2018.11.06 00:06:01   수정 :2018.11.06 17:3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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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우사 파밀리아(Bolsa Familia)`는 저소득층 생계비 지원 프로그램으로 브라질의 대표적 복지 정책이다.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전 대통령 시절인 2003년부터 선심성 복지에 매년 10조원 안팎의 예산을 쏟아붓는 동안 성장은 둔해지고 경제는 추락했다. 이 와중에 전·현직 대통령의 부패 스캔들이 터지자 국민은 등을 돌렸다. 지난달 대선에서 `브라질의 트럼프`로 불리는 자이르 보우소나루 사회자유당 후보가 선출된 것도 정권의 무능 때문이었다.
권력에 취한 좌파정권 내에 성난 민심을 경고하는 문지기, 게이트키퍼(gatekeeper)가 없었던 것이다.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How Democracies Die)`를 쓴 미국 하버드대의 스티븐 레비츠키 교수와 대니얼 지블랫 교수에 따르면 대중 선동가와 극단주의자를 막으려면 게이트키퍼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포드자동차 설립자인 헨리 포드나 대서양 횡단에 성공한 찰스 린드버그 등 우파 인사들이 대권 도전에 실패한 것도 이들의 극단적 성향을 당 지도부가 미리 검증하고 걸렀기 때문이다. 반면 정당 활동이나 공직 경험이 없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 등 대체 언론의 등장으로 게이트키퍼가 크게 위축된 탓에 대권을 거머쥘 수 있었다. 독불장군인 트럼프 대통령이 그나마 높은 지지를 얻고 있는 것은 감세와 투자, 규제 개혁으로 일자리가 늘고 경제가 호황이기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 진단이다.

한국은 어떤가. 촛불집회를 통해 탄생한 문재인정부는 집권 초부터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및 경직된 근로시간 단축으로 대변되는 소득주도성장과 친노조 및 기업 규제 중심의 경제민주화를 밀어붙였다. 하지만 시장과 기업의 활력이 죽으면서 생산·소비·투자 위축에 따른 저성장 심화, 고용 참사, 금융시장 불안 등 총체적 위기만 불러왔다. 미·중 무역전쟁에 미국 금리 인상, 유가 상승, 신흥국 불안 등 외부 변수까지 맞물려 한국 경제는 먹구름이지만 경제부총리와 청와대 정책참모들은 "규제 철폐와 노동 개혁으로 항로를 바꾸자"는 주장을 못하고 침묵하고 있다.

J노믹스 설계자인 김광두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이 "일자리를 파괴하는 정책은 정의로운 정책이 아니다"며 소득주도성장의 문제점을 지적해도, 갤럽의 지난주 여론조사에서 대통령 지지율 하락의 결정적 요인으로 `경제·민생 문제 해결 부족`이 꼽혀도 청와대는 정책을 강행하려는 의사를 굽히지 않고 있다.시중에선 "장관이나 참모 한둘이 입바른 소리를 해도 청와대 실세들의 목소리에 막힌다"는 소문까지 돌고 있다.

이제는 당정 투톱이자 여권 내 맏형 격인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이낙연 국무총리가 총대를 메는 수밖에 없다. 두 사람이 대통령과 공개든 비공개든 3자 회동을 하고 "경제 회복을 바라는 국민의 기대를 저버려선 안된다"며 정책 노선 수정을 간곡히 설득해보라. 직접 대면이 어렵다면 고위 당·정·청 협의회라도 수시로 열어 목소리를 내면서 불안에 떠는 시장과 국민에게 믿음을 심어줘라.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서생적 문제의식과 상인적 현실감각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 이 대표는 스스로 "당 대표가 마지막 공직"이라고 공언한 만큼 대통령에게 간언을 못할 이유가 없다. 이 총리 또한 청와대 386운동권 출신들처럼 이념에 얽매이지 않고 실사구시를 중시한다는 점에서 팍팍한 현실을 전할 수 있는 적임자다. 최근 이 대표와 이 총리가 이달 21일 총파업을 예고한 민주노총을 향해 "국민 걱정이 크다"며 자제를 강하게 촉구한 것은 그런 점에서 바람직하다.


미국 정치학자 잭 고드윈은 "지도자는 권력 핵심으로 잠입해 아첨을 통해 영향력을 늘리는 아첨꾼(sycophant)에 둘러싸이는 일을 피해야 한다"고 했다. 대통령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청와대 참모들의 달변보다 바닥 민심을 듣는 여권 중진들의 지혜와 충고다. 경제위기는 경제부총리와 청와대 정책실장을 돌려막기식으로 교체한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 동굴에 갇혀 그림자만 보고 있을지 모르는 대통령의 인식과 철학이 바뀌어야 한국 경제가 살 수 있다.

[박정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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